[화요특집] CD롬 타이틀-내년 1천억시장 넘본다

어느새 우리 곁으로 멀티미디어시대가 성큼 다가 왔다. 음성과 동화상을 동시에 영유하면서 인터액티브(대화)속성을 갖고 있는 멀티미디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변혁시키는 새로운 미디어로 널리 회자되고 있다.

현재 국내기업들이 앞다퉈 멀티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사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정작 하드웨어보다는 오히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CD롬 타이틀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불과 7만대수준에 머물렀던 멀티미디어PC 판매가 올 상반기동안 50만대를 돌파하는 등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데에 힘입어 CD롬 타이틀역시 보급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상황이다.

CD롬 타이틀의 시장규모는 올해 적게는 2백억원에서 많게는 5백억원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내년에 가면 타이틀의 시장규모가 올해보다 적어도 2배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높은 성장이 예상되면서 현재 CD롬 타이틀시장에 뛰어든 업체도 크게늘어나고 있다. LG전 자 등 대기업들을 비롯해 멀티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중소업체들이 경쟁 적으로 CD롬 타이틀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 정보와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언론사를 비롯해 출판사와 음반사, 영화사 등도 이분야에 가세하고 있다. 현재 해외타이틀의 수입업체와 밖으로 노출안된 채 타이틀제작에 나서고 있는 팀단위의 영세업체들까지 포함할 경우 CD롬 타이틀에 손대고 있는 업체의 숫자는 무려 1백여개를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업체들이 앞다퉈 타이틀제작에 뛰어들다 보니 국내에서 제작된 타이 틀 수도 줄잡아 2백여종을 넘어서고 있다. 불과 2년전인 지난 92년에는 4개 의 타이틀이 제작됐으나 그 종류가 날로 증가하면서 93년 33종, 지난해에는무려 1백21종에 이르렀다.

특히 올들어선 타이틀의 제작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공연윤 리위원회의 심의자료에 의하면 국내에서 제작, 심의받은 타이틀은 지난 5월 까지 1백15종으로 전년동기(47종)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이같은 수치는 지난해 미국 CD롬 타이틀 출시편수가 2천57종인 것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타이틀제작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다른 데 있다. 이같은 양적인 증가에도 불구하고 질적인 면에서는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개발된 타이틀 가운데 보관하고 싶은 CD롬 타이틀이 드물 정도로 국내에서 제작된 타이틀의 대부분이 정보가치보다는 한번보고 끝나는일회성에 불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개발업체들이 나름대로 독특한 기획을 세워 제품을 개발 하기보다는 한 업체가 타이틀을 개발, 시장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되면 그 뒤를 쫓아 유사한 제품을 무차별적으로 내놓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즉 업체들이 제대로 된 기획서를 준비하지 않은 채 무작정 제품제작에 나서고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모 대기업의 K과장은 "개발업체들이 어떠한 내용의 타이틀을 만들기 전에 우선 개발기간과 마케팅조사 등이 기본적으로 담겨있는 기획서를작성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고 지적한다. 더구나국내 타이틀시장이 게임과 눈요기감에 불과한 성인물에 편중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때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성인물은 에로성이 짙은 비디오나 싸구려 모델들을 모자이크한 내용을 담은 질 낮은 제품이 대부 분이다. 그동안 시중에 선보인 "슈퍼모델", "이브의 유혹", "비밀여행", "도색부인", "핫무비", "좋은 예감", "유연실의 영상고백", "스타탄생" 등 성인물CD롬타이틀은 청소년들의 일회성 호기심만을 부추겨 일시적인 판매증대를 보였을뿐국내 타이틀시장의 발전에 이렇다할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지적이다. 특히 올들어 확산되고 있는 게임과 성인물을 합친 성인용게임의 경우도 간단한 퀴즈를 맞춰 나가면 옷을 벗는 등 수준이하의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모 중견기업의 P사장은 "오히려 이들 제품을 한번 구입해서 타이틀을 본소비자들은 질이 떨어지는 타이틀에 식상해, 다른 타이틀의 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수준낮은 국내 제작제품들로 인해 타이틀시장은 급속도로 외국업체들 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SKC, 쌍용 등 대기업들이 수입에 앞장서면서 최근들어 타이틀수입 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지난 5월까지 수입타이틀의 숫자는 3백19종으로 지난해같은 기간의 2백34종보다 크게 늘어났다. 이같은 수치는 국내에서 제작된 타이틀의 2배가 넘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국내 타이틀시장의 70~80%를 외국업체들에 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수입제품을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국내 CD롬 타이틀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업계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CD롬 타이틀의 시장은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에 의존하기 보다는 번들시장에 크게 의존하면서 일반 유통질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업체인 데이터퀘스트사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CD롬 타이틀시장규 모는 지난93년 1천6백50만장에서 94년 5천3백90만장으로 2백27%가량 급신장 했으나 이중 번들시장규모가 전체시장의 66%선에 이르고 있다.

이같은 실상은 국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현실적으로 하드웨어메이커들이P C의 번들로 10여종씩을 채택하면서 국내 CD롬 타이틀시장이 과대포장됐을 뿐, 소비자들에 대한 직접판매비중은 별로 높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한 CD롬 타이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3천장 판매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번들된 제품들이 유통시장으로 빠져 나오면서 유통가격이 천차만별일 뿐 아니라 심지어는 외국번들제품이 유입되면서 정품가격과 큰 차이를 나타내 타이틀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이와관련 모 중견업체의 H차장은 "이같은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현실에선 국내 CD롬 타이틀시장은 제대로 꽃피지 못하고 PC소프트웨어와 같이 사그라 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CD롬 타이틀시장의 앞날은 밝다. 특히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네트워크환경하에서 필요한 정보를 제공키 위해서도 타이틀 의 제작을 육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CD롬 타이틀시장의 성장을 위해선 정부와 업계, 그리고 소비자 들이 삼위일체되어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업체 관계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체제가 이루어져 현재 이 사업에 나서고 있는 대기업들이 무분별한 수입을 지양하는 대신 자금지원을 통해 국내 중소개발업체들의 개발의욕을 북돋워주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정부차원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CD롬 타이틀에 대한 제도적인 정비와 함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CD롬 타이틀에 대한 세제혜택 등 타이틀제작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시행해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은 스스로 불법복제품이나 정품이 아닌 번들제품을 구입 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만 국내 타이틀산업의 정상적인 발전이 이루어질것으로 보인다. <원철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