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처가 지난 2년간 밑그림을 그려온 방송구조개편의 "마스터 플랜"이 지난14일 국회보고를 통해 드러났다.
이날 공보처가 밝힌 "선진방송 5개년 계획"(안)에 따르면, KBS MBC와 같은지상파방송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므로 "공익성을 강화"하고, 케이블TV와 위성방송등은 "공익성과 상업성을 조화"시켜 방송의 국제경쟁력 을 높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선 지상파방송과 관련해서 현재의 KBS는 영국의 BBC 및 일본의 NHK와 같이국가 기간방송으로 육성하며, 오는 2000년 이후에는 TV수신료만으로 운영하는 공영방송을 지향하는 한편, 장애인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특수방송을 하도록 했다.
또 MBC는 공영방송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정수장학회가 소유하고 있는 30%의 지분을 방송문화진흥회가 인수토록 하며 KBS로의 통합을 추진해온 교육방송(EBS)은 최근 교육부가 내년 6월까지 별도의 재원을 마련, 독립전문채널로의 운영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주무부처의 의견을 존중키로 했다. 이와 함께 지역민방의 추가신설은 당초 정부방침대로 내년에 도청소재지.거 점도시를 중심으로 신설하고 97년 이후에는 주요 중소도시로 확대하며 교통 방송은 경찰청 산하 도로교통안전협회로 이관, 대도시 교통난 완화차원에서 부산.대구.광주.대전.인천등 5대 광역시로 확대 실시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정부는 국민의 다양한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지상파TV의 방송시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올 하반기부터 1시간30분, 내년 상반기에는 2시간씩 늘리고 97년부터는 종일방송을 허용키로 했다.
케이블TV는 현행 10만가구 기준의 종합유선방송국(SO) 구역분할을 50만가구 이내로 확대하고, 방송국의 복수소유(MSO)를 3~5개까지 가능하도록 하며, 97 년 방송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공급업체(PP) 와 SO간의 상호겸영을 15% 이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또 금년중 수도권 일원의 신도시 및 거점.중소도시등에 SO를 확대하고 내년중 SO에 채널선택권을 부여, 시청채널수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외국 위성방송의 일부 채널을 케이블TV로도 송출할 수 있도록법제화할 예정이다.
공보처는 또한 국내최초인 무궁화호위성을 이용한 위성방송은 단계적으로 실시하되 금년중 본위성의 중계기 1대를 지상파방송 사용으로 배정, 우선 KBS 에 2개 채널을 허가해 내년 상반기부터 시험방송을 실시하고 내년중에 종합 유선방송협회가 주관하는 케이블TV사업자용으로 중계기 1대를 더 배정할 방침이다. 그리고 97년도에는 본위성의 중계기 1대와 예비위성의 중계기 1대를 민간용 으로 배정하고, 예비위성의 나머지 중계기는 고장대비용과 뉴미디어 실험용 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가이미지 제고를 위한 국제위성방송을 실시하기 위해 방송계 경제계등이 참여해 "국제미디어 교류협회"를 설립하고, 방송광고공사의 자회사 인 "방송영상"을 "국제영상"으로 확대개편해 국제위성방송의 프로그램을 공급토록 했다.
또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부응, 지상파방송의 광고제도를 단계적으로 자율화 하며 광고 종류별 제한 폐지, "총량허용제도"의 도입 방송사 광고주 소비자 등이 공동참여하는 "방송광고요금조정위원회"를 별도 구성.운영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공보처는 현재 방송위원회와 종합유선방송위원회로 2원화돼있는 방송관련 기관을 합쳐 "통합방송위원회"를 만드는 한편 종래의 심의기능 위주의 운영방식을 방송정책 건의, 방송허가, 재허가시 의견제출 기능등을 수행 토록 했다.
공보처는 이같은 방안을 이번 임시국회 보고에 이어 앞으로 공청회등 각계의 견을 수렴, 9월까지 계획을 확정하고 가을 정기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을 제정,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대대적인 방송구조 개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 다. 이날 국회 상임위에서 박계동 민주당 의원을 비롯, 박종웅 민자당 의원등은" 지난해 케이블TV가 실시되기 이전부터 국회가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불구하고 정부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케이블TV 정책을 강행한 뒤, 채일 년도 안돼 정책기조를 바꾸는 데 대해 장관은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력 히 추궁했다.
또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이번 방안이 △기존의 방송통제정책으로 일관돼 있으며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 중심으로 추진돼 앞으로 3년 이내에 50여 개의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방송 소프트웨어의 심각한 부족현상을 초래할 뿐아니라 △앞으로 시청자들이 대혼란을 겪을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 방송시장의 일대 대공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부 의원들은 △위성방송 사업에 대기업이나 언론기관의 참여가 불가하다는 것은 확고한 방침인가 △케이블TV의 경우 대기업의 SO진출을 사 실상 허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KBS나 MBC 사장을 공보처장관이 임명하고 방송위원회의 위원을 사실상 장관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 방송은 방송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신랄하게 지적했다.
따라서 앞으로 공보처는 공청회등을 통한 여론수렴작업과 부처간의 이견조정 과정을 거친 뒤 법제화를 추진해야할 것으로 보여져, 그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이번 방안이 실시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전망이다.
<조영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