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및 대리점들의 판매부진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으나 가전3사의 올 상반기까지의 영업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품개발 측면에서 보면 특별히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히트상품 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가전3사가 올해 신제품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기능이 부가된 95년형 신제품을 대거 내놓았다.
컬러TV의 경우 삼성전자는 명품시리즈를 내놓았고 LG전자는 "아트비전 골드" 를 발표했다.
대우전자도 이에 뒤질세라 개벽시리즈를 새로 출시했다. 삼성전자가 더블스크린의 와이드 제품을 내놓는 것을 시작으로 3사 모두가 화면비율이 16:9인 와이드 TV를 선보였다.
냉장고의 경우는 새해벽두부터 삼성전자와 대우전자가 각각 "문단속 냉장고" 와 "3면 입체냉각방식의 탱크냉장고"를 내놓자 LG가 "육각수냉장고"를 내놓아 불을 댕겼으며, VCR은 삼성과 대우가 지난해에 이어 다이아몬드 헤드 채용제품을 LG전자가 아몰퍼스 헤드 제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세탁기는 대우가 공기방울에 빨래판 기능을 부가한 공기방울 세탁기를 지속 적으로 부각시켰고 LG전자가 카오스 이론을 적용한 세탁기를, 삼성전자가 이중 폭포물살 세탁기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신제품 출시에도 불구하고 올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크게 자극 할 만한 제품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컬러TV와 세탁기는 독주제품이 없었으며 냉장고는 3면 입체냉각을 부각시킨 대우제품이 그나마 높은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VCR은 LG전자의 저가 고기 능 제품인 아몰퍼스 헤드를 채용한 하이비디오가 시장을 넓혀간 정도이다.
올해 가전3사가 의욕을 갖고 내놓은 와이드TV의 경우 판매가 극히 저조해 아직 대중화가 이르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육각수나 물 디스펜서기능을 채용한 냉장고, 다이아몬드 헤드의 VCR 등은 소비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지 못해, 판매 신장을 위한 부가기능으로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어떤 가전업체는 당초 소비자의 소구점을 부각시키려던 제품판매에 문제가 생김에 따라 광고전략을 바꾸는 모습도 보였다.
가전3사가 이처럼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할 만한 제품을 내놓지 못한 것은가전제품 개발계획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가전제품 구매와 관련한 의식은 얼마나 "기본기능"에 충실하고 튼튼하며 가격이 저렴한가에 맞춰져 있다. 따라서 편의성을 향상시킨 일부 부가기능이나 효과를 검증받지 못한 새로운방식의 기능을 내세워 광고 등으로 이슈화 시킨다고 해도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례는 올들어 냉장고 등 다수 제품의 광고비 투자규모와 판매증대가 비례하지 않는 모습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화질에 충실한 컬러TV와 VCR, 냉장기능이 우수한 냉장고, 세탁력이 뛰어난세탁기 등은 소비자들이 먼저 알고 있으며 이들 제품의 판매는 광고나 선전 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이다.
지난 상반기 내수 가전 시장의 가장 뚜렷한 특징은 실용성이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유통시장 개방을 앞둔 국내 가전3사의 향후 제품개발 방향에 일대 전환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