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3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아마게돈의 캐릭터사업설명회"는 우리 영화계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일이었다.
그동안 "좋은 영화만을 제작해 극장에서 흥행만 성공하면 된다"는 아마추어 적인 발상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영화도 기업적인 경영형태를 띠기 시작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영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극장흥행으로 영화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단순히 극장흥행만을 염두에 두고 영화를 제작하기 보다는처음부터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사업을 펼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즉 영화를 제작할 초기부터 가정용비디오는 물론, 캐릭터상품 컴퓨터게임 사 진집등 종합적인 비즈니스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들어 젊은 영화인 을 중심으로 이처럼 영화를 토대로 여러 사업성을 고려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재 이현세의 장편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아마게돈"은 제작단계에서부터 자 본주를 불러들이면서 만화영화의 제작과 함께 캐릭터 게임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해서 추진하고 있으며 민병천감독의 "엘리베이터"도 관련사업을 염두에 두고 제작에 들어갔다.
이제 우리 영화계는 주먹구구식의 충무로시대에서 벗어나 기업적인 경영형태 로 발돋움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유능한 영화감독과 대기업의 연계가 활발해 지면서 대기업의 산업자본이 대거 영화계로 유입돼 양적인 면에서 우리영화는 그 어느때보다 풍족해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나이세스와 스타맥스 삼성물산의 드림박스 제일기획등 삼성 그룹의 계열사들과 대우전자 미원 벽산 SKC 코오롱 코래드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영화제작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나이세스팀은 영화와 비디오판권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총잡이" (김의석감독)의 제작비를 전액지원하고 있으며 스타맥스는 영구아트무비(대 표 심형래)와 손잡고 어린이용 SF영화 "파워킹"을、 세양필름과는 코믹로드 무비 "록앤롤갱"을 각각 공동제작하고 있다.
또한 지난 93년 "결혼이야기"로 재미를 본 삼성물산의 드림박스는 고추이야기 신씨네 에 8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제일기획은 "개같은 날의 오후"(이 민용감독)를 제작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원은 블랙코미디물 "천재선언"(이장 호감독)을、 코래드는 "헤어드레서"(최진수감독)를 제작했거나 진행중이다.
대우전자는 "커피카피코피" "마누라죽이기" "미스터맘마" "투캅스"등에 제작 비를 지원했다.
영화산업에 눈을 돌린 대기업들이 흥행성을 좇아 코믹물에 치중하고 있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일단 영화제작에 산업자본을 투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영화의 살을 찌우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함께 영화 의 제작방식도 크게 변화하여 컴퓨터가 없으면 영화가 안되는할리우드의 추세를 좇아 우리영화도 디지털시대를 맞고 있다.
거대한 공룡에게 쫓기는 "쥬라기공원"을 비롯, 존슨대통령을 만나는 톰 행크 스 주연의 "포레스트 검프"、 혀가 10m나 튀어 나오는 짐 캐리의 "마스크"、 번잡하기로 소문난 뉴욕시내에서 달려오는 차를 불과 수십cm앞에서 피하는브루스 윌리스의 "다이하드 3"、 멜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등은 디지털기법 을 이용하여 실감나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흥행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이같은할리우드영화의 추세에 따라 우리영화에서도 컴퓨터의 이용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구미호"와 "블루시걸"등 일부 영화에 불과했으나 올들어선 김진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정진우감독 심리스릴러 영화 "엘리베이터"(민병천감독)、 만화영화 "아마게돈"(이 현세감독)등 대부분의 영화에서 디지털제작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영화 전체를 컴퓨터로 제작하는 디지털영화까지 등장했다. 다센엔터테인먼트는 컴 퓨터안에서 촬영과 조명、 편집등 영화제작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수행하는 SF영화 "제네시스"를 제작하고 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외주제작에 치우친 만화영화분야에서도 월트디즈니의 성공 에 자극받은 우리영화사들이 홀로서기에 나서 경쟁력있는 만화영화를 제작、 해외시장개척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올 상반기를 돌아 볼때 영화계는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도 여전히 안고 있다. 영상진흥기본법과 시행령의 제정에도 불구 하고 영화법등 기존 법과 제도의 개정작업이 늦어지고 있는데다 특히 할리우 드영화가 안고있는 문제인 제작비의 상승추세가 우리영화에서도 그대로 적용 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외화의 경우 케빈 코스트너주연의 "워터월드"가 1억7천만달러를 투입하는 등 5천만달러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 13편으로 예년의 2~3편에 비해 크게 늘고 있다. 우리영화의 경우도 종군위안부문제를 다룬 "울밑에 선봉숭화야 정지영감독 가 40억원이상을 투입해 지난해 30억원을 들인 태백산맥 임권택감독 을 능가하는 등 한 편의 영화에 10억~4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와같이 영화제작이 대작중심으로 흐르면서 영세한 독립제작사들의 경영이 크게 악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높은 흥행을 기록한 영화의 뒤를 좇아 비슷비슷한 영화만을 양산、 오히려 다양성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원철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