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과학의 궁극적 목표로 인식되고 있는 인공지능 컴퓨터 개발 노력이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80년대에 고조됐던 인공지능의 열기가 90년대 들어 다소 수그러진 듯한 느낌 이 없지 않지만 과학자들은 여전히 이 컴퓨터가 인간 생활을 변화시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사람의 두뇌를 닮아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스스로 추론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컴퓨터의 출현은 과학계는 물론 제조.서비스 등 산업분야, 나아가 가정과 사무실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란 기대를 이들은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일부 분야에선 이같은 기대가 초보적이나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상품가격 예측, 자동통역기, 지능형 로봇에 이르기까지인공지능의 활용분야가 늘어나고 있다.
미상무부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미국 5백대 기업중 70% 이상이 어떤 형태로 든 인공지능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시장에서의 인공지능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판매액도 지난해 10억달러를 넘어섰다.
현재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활용사례는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객체지향 프로그래밍 기술이 바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것이다.
IBM의 OS/2나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즈95 등 최근에 개발되고 있는 소프트 웨어의 상당수는 한꺼번에 개발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있다. 때문에 제품을 여러 개의 부분(모듈)으로 나눠 개발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각 부분간 데이터 교환 및 기능의 일관성을 유지토록 하면서 완성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객체지향 기술이라는 것.
객체지향 기술보다 고도의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분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과학자들은 컴퓨터의 실리콘 두뇌를 크게 하는 노력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말 그대로 (인공)지능형 컴퓨터가 등장할 날도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말 그대로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이런 주장은 인공지능의 실제활용을 강조하는 것으로,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의 개념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입장에 설 경우 인공지능 컴퓨터는 이미 인간 생활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의약제조업체들은 수많은 임상자료를 분석하여 신약의 부작용을 알아내는데 병원은 환자의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는 데 인공지능 컴퓨터를 사용하고있다. 이때 그 정확도는 사람이 하는 것보다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계에선 사용실적을 분석하여 신용카드의 불법 사용을 막는 데 인공지능 을 이용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 마스터카드의 경우 최근 18개월 동안 5천만 달러의 손실을 예방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 부문에서도 각종 행정 업무의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기술 고도화를 위한 노력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현재 사용중이거나 새로 개발된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 하는 것으로, "하이브리드" 인공지능의 출현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일종의시너지 효과를 겨냥한 것으로, 결합되는 기술이 서로 다른 기술의 약점을 보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하이브리드 제품을 내놓고 있는 기업은 IBM, 내셔널 세미컨덕터 등 미국 기업과 일본 도시바를 포함해 최소 10군데가 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하이브리드 인공지능 활용의 선두 주자는 일본이다.
히타치, 미쓰비시, 리코, 산요 등 일본 기업들은 가전에서 사무용, 공장자동 화 기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생산라인을 하이브리드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최근 몇년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지난 80년대 퍼지(애매성) 기술 개발에 집착해 퍼지 캠코더 등을 상품화한 일본 기업들이 이제는 퍼지와 또다른 인공 지능 기술인 뉴로 네트(신경망)를 결합한 "뉴로퍼지" 제품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 결과 마쓰시타전기는 92년 뉴로퍼지 세탁기를 개발할 수 있었고, 닛코증 권은 전환 사채를 평가하는 데 뉴로퍼지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
이같은 성과에 힘입어 일본 기업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사람의 지시를 일일이 받지 않고도 정해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 시스템이나 신경망 기술, 퍼지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을 하나로 결합하는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은 이를 통해 수퍼컴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단시간내 처리토록 함으로써 보다 경쟁력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시티뱅크가 신경 유전자 접근법이란 하이브리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환율 등 통화의 흐름을 예측, 연간 수익률을 크게 높이고 있는등 하이브리드 인공지능의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일본의 첨단 통신 연구소(ATR)가 추진중인 프로젝트다.
이 연구소의 브레인 빌더 그룹(두뇌 제조 그룹)은 유전자 기술을 활용, 컴퓨터의 실리콘 두뇌를 지금보다 수십억배 키워 인간의 두뇌에 필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실현된다면 인간 능력을 뛰어넘는 컴퓨터의 등장이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오세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