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준 <서강대 언론대학원 조교수>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미국 Temple대학교 언론학 박사 <>KBS 뉴미디어위원회 객원 연구원 역임 지상파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1950년대 이후 줄곧 우리 가정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중매체로서 취급되어온 지 어언 40년이 지난 오늘날 TV는 새로운 시대로 전환할 시점에 와 있다고 하겠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TV는기간방송으로서 꾸준한 성장을 해 왔으며 대다수의 가정에서 TV수신기 한대 정도는 적어도 갖추는 시대가 되었다.
일반적으로 3~4개의 채널에서 정보 및 오락물을 제공해 왔으며 사람들의 생활양식도 TV의 시청과 함께 변하게 되었다. TV는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스포츠 경기, 정치, 문화, 예술행사 등 각종 분야를 괄목할만하게 발전 및 변화 시켜 놓았다. 이제 스포츠는 참여해서 체력증진하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보는 스포츠"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 스포츠 뿐만 아니라다른 창작, 예술, 문화 행사, 정치 등 모든 면이 TV에 의해서 매개된 정보 (mediated messages)로서 시청자에게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체험 의 단계에서 직접적인 것이 아닌 간접적으로 겪으면 자신들의 것으로 착각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대중매체중 TV 등 영상물의 영향력이 무엇보다도 크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는 다름아닌 새로운 매체가 우리의 가정에 급속히 보급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을 비롯하여 VCR, 케이블TV 및 기타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인간들이 삶의 양식을 새로운 경지로 끌고갈 수 있는 잠재 력을 지니고 있다.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체험 의 단계로 진입한 상태이다. 우리나라도 95년부터 케이블 TV를 필두로 해서D BS를 실시할 예정이다.
새방송환경의등장소수의 지상파 TV채널에 의해서 그 사회구성원들이 가치나 규범전통 등의 제반 문화를 공유하던 시절에서, 다수의 전문적 채널에 의한 여러 종류의 내용이 소개되며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경우에 따라서는 외국의 제작물이 거의 검열없이 소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기술적으로 외국의 위성에서 전파월경(Spill-over)되어 넘어온 프로그램을 일일이 사전에 내용 규제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적 차원 의 내용규제(content regulation)는 사실상 의미가 희석되고 만다. 제반 문화적 가치와 규범 등의 본존과 유지라는 종래의 방송 기능에 변화가 오고 있다. 물론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완전한 개방은 아닐지라도 보호주의적인 정부의 정책이 어떠한 형태로든 간에 변화할 조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같은 방송환경의 국제화는 대체로 두 가지 요인에서 기인하고 있다. 첫째는 제도적(정책적)차원의 선택의 결과이며, 또 다른 변인은 기술적인 것이다. 우선 제도적(institutional)선택이라함은 매체 시장구조를 포함한 제반 정책결정이 방송환경 변화의 주역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규범적 차원의 논의가 주종이었던 과거의 방송계가 경제적, 산업적 차원의 논의로 바뀌고 있으며 그러한 결과 전반적인 제도적 차원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다.
경제적효율성을 극대화 시키기 위하여 개방, 나아가서 경쟁력 향상과 소비 자 만족의 극대화 등이 바로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명분이 되고 있다.
한편, 기술적 차원의 변인을 거론하고 있는 학파는 무엇보다도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컴퓨터 혁명과 통신의 발달 등이 바로 방송계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논리이다. 전파자원의 유한성은 Cable과 위성 등 새로운 대체 송출수단 의 개발로 인해서 극복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천개의 채널시대가 올 것을 내다보는 그룹도 있다. 물론 현재로서 실용화되리라고 쉽게 속단할 수는없으나 아무튼 채널의 폭발적인 증가는 이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방송시장의 개방이라는 것이다. 신규 방송사업 을 희망하는 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비방송사업자(nonbroadcasting)들 의 참여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지상파 TV및 케이블 TV는 기존의 통신(PTT Telecom)과 영역간의 구분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전통적인 통신, 방송 그리고 케이블 TV가 상호 융합화하는 과정이 급속도로 이루어질 전망이다.
결국 제도적 차원의 요인과 기술적 차원의 요인은 기존의 방송환경 변화를 이끌어갈 주역이 되고 있다. 아울러 케이블 TV에 뒤이어 등장하는 위성방송 은 자국내의 직접수신 방식으로 하는 DBS(Direct Broadcasting by Satellit e)와 최종 소비자에게는 Cable로 접속시키는 방식을 취하는 TVRO와 SMATV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무궁화호는 직경 50cm정도의 파라볼라 안테나를 설치하므로써 직접위성에서 송출하는 전파를 수신하는 DBS방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DBS의 보급이 점차 확산될 경우에 방송계에서 예고될 수 있는 큰 변화는 지방방송국의 존립 가능성 여부이다. 자체 제작의 비중이 작은 방송 사는 앞으로 DBS의 발전과 관련하여 다각적인 대책 모색이 요구될 전망이다.
수도권의대형 키스테이션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방송사는 매우 어려운 상황 에 놓이게 될 전망으로 내다보고 있다.
새 방송모델 설정 필요성방송기술의 발달과 방송시장 구조의 변화는 근본적 으로 방송(뉴미디어를 이용한 방송포함)이 추구해야할 가치와 사회적, 문화 적, 정치적, 경제적 제반기능과 역할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곧국가의 역할(일반적으로 규제행위를 통한)의 수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국경없는 방송, 영상물의 자유로운 유통, 문화산업의 개방 등 과거 매우 보호주의 protectionism 적이었던 언론과 문화의 영역이 차츰 경계를 허물고있다. 앞에서 언급했던 기술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차원에서도 대대적인 개방이 눈앞에 와있다고 해도 과언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후진국들 이 처해있는 실정은 완전한 개방이 몰고올 충격을 우려하고 있으며 경제종속 에 이어서 문화.기술적인 종속을 우려하고 있다.
공익성과 공공성의 명분은 근대에 등장하는 경제적 효율성의 논리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는 단지 방송분야 뿐만아니라 통신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시장 과 정부는 둘다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요즘 시장에서의 경쟁이 모든 것을다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곤란하다고 말하고 있다. 시장에서의 경쟁 이 다소 가격의 인하에는 도움이 되었으나 질적인 저하가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통신분야의 사례는 크게 봐서 방송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쟁을유도하는 탈규제 조치는 이미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프로그램의최소공배수적 lowest common denominater) 편성이 만연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장의 경쟁에 맡겨놓았을 경우 양질의 프로그램을비 싼 제작비를 들여 만들기 보다는 저렴한 제작비를 가지고 쉽게 시청자의 주의를 끄는 게임쇼, 토크쇼 등의 프로그램에 주력하게 되는 경향을 일컫는다.
이러한변화는 과거 방송이 다원주의적 모델(pluralistic model)에서 다수주의적 모델(majoritarian model)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다. 다원주의적 모델이란, 방송은 정치, 문화적인 비중이 매우 크며 또한 민주주의의실현 을 위해서도 사회의 다양한 계층, 집단의 견해를 반영하거나 그들에게 접근 이 개방되어 있어야 함을 뜻한다. 다원주의 모델은 과거 두차례에 걸친세계대전이후 각국이 이념적, 사상적 획일화를 염려하는 가운데 방송제도의우선 적인 목표를 "다원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하려했었다.
이같은 다원주의적인 방송역할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오면서 점차 바뀌게 되었다. 방송사들간에 경쟁이 가열되면서 시청률확보를 위한 노력이 그 어느때 보다도 가열되고 있기 때문에 상황은 점차 변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케이블TV와 DBS의 출현은 전체적인 방송구도에 일대변혁기를맞이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특히 그러한 이유는 기존의 지상파 방송 중심의 시대에서는 거대한 기간방송(주로 공영방송사)의 주도하에 있었으며설사 민영상업방송사가 존립한다 하더라도 공영방송과 보완적인 기능을 유지하면서 경쟁을 치룰 필요가 없는 안정된 구도에 있어 왔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급변하고 있으며, 기존의 구조속에서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시절은 서서히 마감되어 가고있다. 예를들면 일단 케이블TV 및 DBS의 운영이 시작되고 시간이 경과하게 되면 점차 영상물의 시장이 개방될 수 밖에없으며 그 요인은 국내적인 것(국내 P/P들의 요청)과 국외적인 것(미국 등주요 영상물수출국의 개방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국내의 소비자들의 취향에 외국의 영상물을 어느정도까지 공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과거 60년대 우리나라의 TV에외국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히 높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매우 위협 적이라고 볼 수 있다.
매체간 관계정립 시급케이블TV와 위성방송(DBS)은 사실상 경쟁관계일 수 밖에 없는 매체라고 봐야할 것이다. 단지 제도적인 차원에서 가급적 지나친 경쟁을 억제시키고 그 사회의 전반적인 방송구조의 틀 속에서, 상호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 보는 방법을 강구해 보는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식의 시장의 논리에 맡긴다면 케이블TV와 DBS는 바로 경쟁관계에 들어가거나 케이블TV의 MSO(복수사업자)들이 DBS의 교차소유를 하려할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DBS의 독자적 발전과 보급은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에 정부가 정책적 차원에서 공영방송사에 DBS의 운영권을 일임한 일본의 경우는 가장 위성을 방송의 목적에 적절히 사용한 사례로 들 수 있다.
한편 독일처럼 위성을 다양하게 사용하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직접 수신하는 방식, 케이블TV에 연결해서 수신권을 넓히는 방식,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지상파를 통해서 최종 수신가구에 전달하는 방식등 다양하게 위성방송 을 활용함으로써 보급률을 높히는데 공헌토록 하고 있다.
결국 케이블TV와 DBS는 비록 완벽하지는 않으나마 각 나라마다의 방송정책에 따라 CATV와 DBS가 다르게 정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에는 디지털 압축방식의 개발에 따라 케이블보다 다채널 활용이 용이해질 수있다는 기술적인 가능성 때문에 최근에는 위성방송에 대해서 부쩍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케이블TV는 신규 매몰비용(sunk cost)이 많이 드는 편이며 과거에 설치한 노후선로를 교체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보다 새로운 매체인 위성에 관심을 두는 경향이 있다. 또한 위성방송은 인구 밀도가 낮은 광활한 지역이나 기존의 케이블TV의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지역 등에서는 단연 유리하다는 판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NTSC방식의 수신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미국 가정에서 디지털 신호를 풀수 있는 장비 등을 구입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는 점이다. 방송사의 입장에서 보면 위성체의 제작과 운영 또한 엄청난 초기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수명이 10년정도이기 때문에 상당한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편 DBS를 공영방송에 운영토록 하는 나라들은 위성이 지니고 있는 매체로 서의 속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위성을 이용한 방송은 비록 그것이 국내용 방송이라 하더라도 사실상 전파월경을 피할 수 없다. 그만큼 커버할 수 있는 영역(footprint)이 광범위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더욱이 고출력(200W이상)의 DBS방식은 물론이고 중출력(50W정도)의 위성을 사용하는 경우 그 커버영역은 일개 대륙(유럽.아시아.아프리카)을 포함할 수있다. 이러한 경우 위성을 이용한 방송의 명분중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는것은 "문화"라는 점일 것이다. 유럽의 경우 특히, 독일의 ARD를 통해서 운영 하는 Eins Plus는 유럽문화보호라는 명분이 무엇보다도 크다고 봐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의 NHK는 국내적인 필요성, 즉 수많은 섬들에 대한 난시청 해소, Hivision과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 지상재해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전국 재해보도 등 다양하다. 아울러 NHK위성방송 편성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부분은 Globalism과 full te.t의 지향이다. Globalism이란 일본의 문화, 정보적으로 외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전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
주변아시아 국가들과의 소원했던 감정을 누구러뜨림과 아울러 문화적으로도 파고들어가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전력은 그들이 위성방송을 좀 더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새 환경에서의 DBS위성방송의 운영이 점차 개방적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다. 위성방송(DBS와 CS방송을 포함)은 국제적인 차원에서 보면 케이블을 이용한 방송과 구별지워서 생각할 필요가 없게 된다. 최종 접속을 Cable로 하던 위성 수신용 파라볼라 안테나로 하던 공급자(방송사)의 입장에서 보면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국제적인 환경에서 우리나라의 하늘이 개방되었을 경우에는 주변국 및 미국, 유럽의 다국적 매체 군단(Giants)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예측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우 국내법적인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WTO 체제의 출범은 서비스 분야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물론 외국의 방송이 우리문화 풍토에서 시장을 잠식할 수있는 한계가 무엇이다라고 정확히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즉, 국제주의(inte rnationalism)과 지역주의(localism)가 상호 공존하는 형태로 내다보는 학자 도 있으나 현재 실증적으로 뒷받침되고 있지는 못하다.
개방적인 위성방송의 이용은 방송구조나 영상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다고 볼때 아래와 같은 대응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국내의 DBS, 케이블TV의 소유규제 조건을 대폭 완화하되 규제기구(정 부포함)가 일정기간을 단위로 감독하고 허가를 갱신하는 시점에 반영토록 한다. 둘째 방송으로서의 공익성 추구와 경쟁력 강화라는 두가지 목표에 초점을 맞추어서 사업자를 선정하도록 한다.
세째, 특히 DBS의 경우에는 국내적 방송환경의 테두리에서만 경쟁관계를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외국의 위성방송 사업자들의 사업전략 등에 대한 면밀 한 분석이 보완되어야 한다.
네째, 기존의 지상파 방송이 DBS 등에 참여함을 권장하도록 한다.(경제적 효 율성을 도모하는 차원에서 재방송 등을 적극 장려) 다섯째, DBS의 수신자 설비를 장기대여해주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DBS는 지상파 방송 및 케이블TV와는 편성상 차별화를 유도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외국의 위성방송이 한국어로 더빙을 해서 송출을 할 경우 국내 방송법 등의 규제하에 두도록 한다(이것은 단순히 기술적 차원의 spill-over 와 구분해야 한다)는 것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