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와 LG산전.롯데기공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설립된 한국자동 판매기공업협회(회장 이희종)가 최근 설립 1돌을 맞았다. 설립당시 국내 자판기 산업이 16년이라는 연륜에도 불구하고 특화된 하나의 산업으로서 큰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협회의 설립은 국내 자판기 산업을 발전 시키고 업계의 이익을 대변함에 있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돼 업계 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더욱이 90년대 들어 자판기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되고 소규모 업체가 난립、 경영이 악화되면서 이를 조정하고 업계의 고른 발전을 도모할 단체설립은 자판기 업계의 숙원 사업중의 하나였다.
그동안 협회의 회원사가 비록 정회원 7개、 일반 회원 6개 등 모두 13개업체에 불과했지만 국내 자판기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기업이 모두 참여해 자판기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지난 1년간 협회는 자판기 업계의 당면 과제로 대두된 국민건강증진법중 담 배자동판매기의 설치 금지 조항과 관련、 이에 대한 대책 수립과 신권화폐에대한 지폐식별기 공동 시험、 그리고 해외 자판기 전시회에 시찰단을 파견하는 등 회원사간의 유대 강화와 자판기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주력해왔다. 협회는 이를 위해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일본의 자판기 산업을 소개한 "일본 자판기 30년사"와 관련 법규집 등 5종의 자료집을 발간 배포하고 최근에는국내서는 처음으로 자판기의 생산.수출.수입 등 통계자료를 만들어 회원사에 제공했다. 협회는 또 올해 시장이 급부상하기 시작한 샘물자판기와 관련、 대정부 건의를 통해 먹는 샘물의 용기를 PET병도 허용토록 함으로써 샘물자판기 사업을 활성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
국내 자판기 시장은 앞으로도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탈출구가 많지 않은 편이다. 협회가 이같은 자판기 업계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중국.동남아 등지로의 진출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로 평가되고 있다. 해외 자판기 시장에 대한 자료수집을 강화 하는 한편 국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에 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수출증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출범한지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협회는 나름대로 조직 및 추진업무 면에서 제자리 찾기에 힘써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협회가 앞으로 힘써야 하고 보완해야 할 문제점도 상당 부분 노출됐다.
협회는 당초 사업계획으로 자판기 관련 제도 개선방안、 시장 확대방안、 유통구조 개선방안、 자판기 규격 표준화사업 추진、 자판기 애프터서비스요원 교육 등을 내세웠다. 이중에서 특히 협회가 올해 집중 추진했어야 하는 것은다름아닌 자판기 시장확대방안 강구와 유통구조 개선、 자판기 규격 표준화 사업이다. 국내 커피.캔자판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은 이미 업계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로서 국내 자판기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다. 협회는 시장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주류판매기나 공중전화 부스와병행설치 상비의약품 자판기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지만 이 계획 자체가 무리한 것이었다.
또 자판기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해 협회는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으며 자판기 규격표준화사업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이는 협회의 구성원이 주로 대기업 위주로 돼 있는데다 이들 대기업이 전체 자판기 시장의 70%이 상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에 협회의 홀로서기란 지극히 어려운 형편이다. 현재 자판기 관련 업체수는 1백50여개사로 알려져 있는데 이중 15개사만이 협회의 회원사로 가입된 상태다. 회원사를 확대해 업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협회의 몫이다.
국내 자판기 산업은 매년 15%정도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2000년 께는 시장 규모가 9천여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이처럼 잠재성이 큰 자판기 산업을 효과적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협회의 역할이 친목보다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기술개발 여건조성에 주력해야 한다는게 관련업계의 공통적인지적이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