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로 떠오른 인텔사의 PC시장 참여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인텔의 PC사업이 드디어 수면위로 떠올랐다.

외신들은 최근 인텔이 협력관계가 두터운 일도시바사에 데스크톱PC를 본격 OEM공급키로 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올들어 "사실상의 PC"라 할 수 있는 주기 판사업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에 이어 나온 인텔의 시스템공급 소식은 세계 PC업계는 물론 국내 관련업계까지도 바싹 긴장시키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인텔의 행보는 결국 세계 CPU시장의 최고강자가 PC사업에까지 참여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고 이럴 경우 기존 세계 PC시장 판도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OEM공급이 단순히 CPU 판매강화를 위한 영업전략의 하나로 추진 되고 있는것인지 아니면 매출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사업다각화의 신호탄인지 를 놓고 업계의 해석이 분분하다. 인텔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기존 시장에 미칠 파장의 폭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도시바와 데스크톱PC 공급계약으로 수면에 노출된 인텔의 "PC만들기"는 사실 수년전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진 대외비에 속한다. 이미 서버기종은 물론데스크톱PC도 판매용이 아닌 납품용으로는 상당한 공급실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이 이의 노출을 꺼려왔던 것은 자사 주력제품인 CPU의 수요업체인 PC업체들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최대 수요업체였던 컴팩이 인텔 CPU채용을 거부하는 등 관계가 악화 된 것도 사실은 주기판등 PC본류를 잠식해오는 인텔에 대한 반감이 실질적인 배경이었다는 게 대다수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때문인지 몰라도 인텔의 앤디 글로브회장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인텔은결코 시스템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인텔측은 이번 도시바 공급계약도 인텔의 PC시장 본격 참여의 의미보다는 CPU시장 확대를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해석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인텔은 칩세트는 물론 마더보드사업도 날로 업그레이드돼 가는 자사 CPU를 보다 좋은 환경에서 적절하게 구현시킨다는 방침아래 이루어진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펜티엄 환경이 조성되면서 인텔은 3개월 단위 로 업그레이드 제품을 발표해왔다. 이는 PC유저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호환칩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려 CPU시장에서의 지위를 고수해 나가겠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측면이 많다. 때문에 기존 칩세트업체와 마더보드업체 가 이처럼 빠른 CPU환경을 좇아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고 이 틈을 인텔이 비집고 들어왔다. 인텔은 PC환경을 이끌고 있는 CPU에 맞는 관련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고객서비스차원에서뿐 아니라 PC수 요창출에도 커다란 득이 된다는 나름대로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인텔은 자신들의 이같은 정책으로 빠른 업그레이드환경이 조성돼 PC의 대체및 신규수요가 10~15% 정도의 자연성장분보다 훨씬 높은 30%이상 성장할 수 있었고 이에 따른 신규 칩 수요도 큰폭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이번 도시바공급으로 노출된 시스템사업도 이같은 CPU영업 확대정책의 연장 선상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PC업체들의 시각은 상당히 다르다. 어떤 의도에서 시작했던간에 인텔 이 PC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는데 우선 주목하고 있다. CPU、 칩세트、 주기 판、 D램 등 PC의 핵심부품들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인텔이 PC를 만든다는사실 자체를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펜티엄급 이상의 고성능PC로 갈수 록 인텔의 경쟁력은 빛을 발할 것이 뻔하고 원활한 CPU공급을 앞세운 인텔의PC시장 진출이 본격화될 경우 기존 PC시장구도가 허물어지는 것도 시간문제 로 보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항간에는 CPU 3천만개、 칩세트 2천만개、 마더보드 1천만개로 요약되는 인텔의 "3-2-1정책설"이 나돌아 PC업체들을 한층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CPU를 제외한 관련품목들의 이같은 생산규모는 사실상 PC시장에서 20%이상 을 완벽하게 장악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텔이 PC시장의 천하통일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루머를 확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텔 인사이드" 정책으로 재미를 봤던 인텔이 시스템 에 손을 댔다는 사실은 이제 "PC도 인텔"이라는 정책을 펴겠다는 의도로 볼수 있다"며 "인텔 아웃사이드"라는 표현으로 비아냥거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행동은 오히려 파워PC칩 진영은 물론 호환칩 업체 등 반인텔 전선의 연합을 한층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해 결과적으로 인텔을 곤경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즉 인텔이 소탐대실할 수도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P6탑재를 계기로 사이가 호전된 컴팩과 의 향후 관계도 다시 한번 주목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스템에 주력해왔던 IBM이 HDD、 칩세트 등 부품으로 영역을 넓혀가는데 반해 인텔이 거꾸로 시스템을 지향하는 것은 재미있는 현상 "이라며 이같은 영역파괴의 이면에는 공급지배자적 힘의 논리가 상당부분 내재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하튼 이번 도시바와의 공급계약을 계기로 수면으로 떠오른 인텔의 시스템 사업은 도시바에 이은 다음 타자가 나와야 보다 확실하게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또 그 윤곽에 따라 반인텔진영의 대응정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여 성급한 판단은 어렵겠지만 인텔이 어느 업체보다도 경쟁력 있는 CPU.칩세 트.주기판 등을 보유하고 있는 PC업계의 사실상의 "실세"라는 점에서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