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대동여지도 컴퓨터가 관광안내

모처럼 아내와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게 된 김복돌씨. 걸핏하면 출장이다 야근이다 안사람 볼 낯이 없었던 김씨는 이번에야말로 아내를 감격시킬만한 멋진 여행스케줄을 짜기 위해 노심초사다.

값싸게 외국여행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궁리하던 김씨는 컴퓨터를 켠다.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자 PC화면에는 인터네트 웨브 브라우저 네트스 케이프의 홈페이지가 떠오른다. 김씨는 "인터네트 초보자를 위한 정보메뉴판 인 yahoo에 접속한다.

www.yahoo.com라고 입력한 다음 엔터키를 치자 정보항목들이 쭉 나타난다.

"오락(entertainment)"중 다시 "여행(travel)"을 선택하자 수백건의 정보메뉴들이 쏟아진다.

항공사들을 차례로 검색하던 김씨는 "에어 프랑스"가 포도주축제 기간 중 파리경유 보르도행 항공권을 35% 할인해 준다는 정보에 눈이 번쩍 뜨인다. 좌석안내라고 쓰인 곳을 클릭하니 다행히 원하는 날짜에 창가 금연석 몇 자리가 남아 있다. 김씨는 재빨리 예약서류를 작성하고 에어프랑스 서울사무소 전화번호를 적어둔다.

이번에는 여행목적지 중에서 파리라고 쓰인 곳으로 접속한다. "식당" "박물 관" "공원" "쇼핑" "관광명소" 등 다양한 소제목 중 박물관을 선택하자 루브르부터 로댕기념관까지 파리시내 유명박물관들의 리스트가 찍혀 나온다. 이중 루브르를 클릭하자 입장요금, 교통편 등 자세한 안내화면이 이어진다. 사이버 갤러리"라는 정보메뉴에서는 루브르에 소장된 그림들을 멀티미디어 환경으로 제공한다. 말하자면 네트워크를 통한 가상전시회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숙박편을 알아볼 차례. 휴가철이면 도시가 텅텅 빈다는 파리의 여름 엔 굳이 고급호텔만 고집할 게 아니라 학교기숙사나 민박을 구해보라는 정보 를 입수한 김씨는 파리대학 기숙사인 "시테 니베르시테"로 마우스를 옮긴다.

아시아관과 미국관에 빈 방이 많아 호텔의 3분의 1 가격으로 투숙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김씨. PC로 예약까지는 안 되지만 위치와 교통편, 전화번호를 얻어낸 것만도 큰 수확이다.

약 한 시간 쯤 인터네트와 씨름하면서 필요한 화면들을 그때그때 그림파일로 저장한 김씨는 마지막으로 달팽이 모양의 파리 시내지도와 보르도 포도축제 의 한 장면을 프린트하는 것으로 여행정보검색을 끝낸다. 불과 몇 천원의 돈으로 거의 완벽한 여행준비를 마친 셈이다.

최근들어 이처럼 PC통신을 이용해 앉은 자리에서 여름휴가 계획부터 예약까지 해치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네트 뿐만 아니라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국내 PC통신들도 경쟁적으로 국내외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천리안과 하이텔은 한국관광공사,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농업협동조합중앙 회와 공동으로 전국 유명관광지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천리안의 경우 지도와 함께 지역별, 코스별로 여행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고, 하이 텔은 전국 주요 관광지 1백 65개소 안내정보에 민박제공자 전화번호까지 알려준다. 철도청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등 각종 교통편 예약서비스 이용도 활발하다. 서비스 초기에 혼선을 빚었던 PC통신 가정예약시스템은 이제 정착단계.

배낭여행을 포함한 해외여행정보서비스 검색도 부쩍 늘었다. 나우누리는 배 재항공여행사에서 운영하는 세계여행정보도서관 자료를 DB로 구축해 이용자 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PC통신을 이용한 신청자의 경우 5~20%의 항공권 할인혜택도 준다.

여행동호회코너와 게시판을 통해서 각종 경험담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추천하는 관광지 베스트5" "이런 건 조심하세요" "알뜰여행 팁" 등프린트해 두면 유용한 정보들이 많다.

하이텔과 천리안은 go travel, 나우누리는 go tour를 입력하면 서비스 접속 이 가능하다. 인터네트의 경우는 wings.baffalo.edu/world/vt2에서 세계 의 가볼 만한 여행지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아이네트"의 신중현실장은 현재는 PC통신으로 예약을 한 후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야 하지만 결재시스템이 좀더 보완되면 앞으로 1~2년 내에 안방 에서 마우스만 가지고 항공권, 호텔은 물론 돌아올 때 사가지고 올 선물까지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