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현 숙 <칼럼니스트> 소프트웨어를 설계하는 방식으로 톱다운(Top down)과버텀업(Bottom up)이 란 것이 있다. 톱다운 설계는 이를테면 먼저 뼈대를 세우고 여기에 살을 붙여 나가는 방식인 반면, 버텀업 설계는 먼저 구성 부분을 만들어 그것을 뼈대에 끼워 맞추는 식이다.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들은 톱다운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지만, 두 방식이 각기 특장점을 갖고 있기때문에 버텀업을 애용 하는 프로그래머도, 또 사안에 따라서는 양쪽을 번갈아취하는 프로그래머도 있을 것이다.
사실 톱다운과 버텀업이란 것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용어는 아니다. 경영의 방법적 측면에서도 이 두 가지 용어는 적절한 표현을 갖고 있다. 즉 톱 다운은 "상의하달 체계"를, 반대로 버텀업은 "하의상달 체계"를 의미한다.
어떤정보나 사업 아이디어의 주체가 윗사람인가, 아니면 아랫사람인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다르겠지만, 이 역시 양쪽 모두 장단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둘의 적절한 조화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기업 비즈니스 리엔지니어링의 요체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서는 이와 같은 경영자나 엔지니어의 "방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온갖 새로운 경영방식과 소프트웨어 개발 라인을 총동원해 나온 제품의 최대 격전지인 "마켓(시장)"에서 커다란 힘으로 작용하는 것, 그것은 바로 "사용자 버텀업"이다. 비즈니스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사용자 주도(User-leading)마케팅"의 중요성을 익히 잘 알고 있다. 이름없는 제품을 알리기 위해 처음에 엄청난 광고 비용을 쏟아붓는 등 자사 제품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물론 그중에는 실패로 돌아가는 기업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제품의 장점이 사용자에게 어필하고 사용자가 그 제품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는 순간을 넘어서면, 그 기업은 드디어 "사용자 주도 마켓"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품을 가져다 파는 중간 판매상이나 기업의 상품 구매자 (기획자)들은 자신들의 결정보다는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게된다. 사용자가 주도하는 버텀업 현상은 최근 수년간 특히 PC업계에서 더욱 강력한 신드롬으로 작용해오고 있다. 일례로 PC하드웨어 분야를 보자. 요즘의 데스 크톱 PC스펙은 철저하게 사용자 요구사항을 기초로 표준이 만들어지며, 또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과거에는 메인프레임이나 미니 영역에서 표준을 결정 하는 주체는 그 시스템을 제작.공급하는 회사들이었고, 그렇게 만든 표준을 사용자에게 강요하는 톱다운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데스크톱 PC에서는 사용자 버텀업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를 증명할 가까운 사례는 바로 PC를 사용하는 나 자신이다. 속도와 확장성은 어떠하며 용량은 충분한지, 호환성은 어떠한지, 멀티미디어 기능은 얼마나 발휘 할 수 있는지 등등, 구매하는 물건에 대해 이것저것 따지고 든다. PC업체로 봐서는 극성스런 구매자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사용자가 가려워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읽어 누구보다 먼저 제품에 반영한다면 사용자 버텀업을 자사의이익으로 연결하는 큰 성과를 거두게 된다. 과거 IBM PC 신드롬을 일으킨 IBM이 그랬고, 요즘 전세계에 윈도즈 패밀리와 그 PC소프트웨어로 강타를 날리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회사다.
이것이 바로 PC산업이다. 물론 PC산업은 사용자 주도형이기 때문에 톱다운 방식과 달리 표준을 세우고 이를 업계에 정착시키기까지 때로 소모적이고 치열한 과정을 거칠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사용자의 혼란도 가중된다.
사용자들이 바라는 요구사항은 최종적으로는 "사용자 버텀업의 표준화"이다.
기업들은사용자 요구사항에 대해 처음에는 서로 다른 해결방식을 갖고 이전투구하며 그 과정에서 교통정리의 최후승자가 가려진다.
확장 IDE는 SCSI를 몰아낼 것인가, 견고한 창 윈도즈95에 OS/2워프는 얼마나 거친 바람이 될 것인가, 나홀로형 응용 소프트웨어들은 스위트에 대항해 언제까지 버틸 것인가. 이 모두 사용자 버텀업 표준화가 진행중인 것들이다.
국내시장에도사례는 있다.
한글과컴퓨터사의 윈도즈용 글 3.0과 그 경쟁 워드프로세서들이 윈도즈시 장을 얼마나 빨리 확대할 것인가, 반대로 기능좋다고 알려진 도스용 글 3.
0이도스의 수명을 언제까지 더 연장시킬 것인가도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사용자 버텀업 표준화를 거머쥐는 것, PC마켓을 뛰는 기업들의 숙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