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부품가 연쇄 인상배경과 전망

최근 전자부품의 가격인상이 부품유통업계의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환율과 원자재가격의 상승에 따른 가격상승 요인을 반영、 지난달 1일부터 각종 부품가격을 평균 15% 인상했다.

한국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내달 1일부터 마이크로부품을 품목에 따라 평균 15%까지 올리기로 했고 코리아테크노도 일부품목에 대한 가격인상안을 마련해 거래선에 통보했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한국전자.코리아테크노 등으로 이어지는 마이크로부품 에 대한 가격인상은 그동안 각종 부품의 수요확대에도 불구하고 채산성확보 에 어려움을 겪어온 부품유통업계의 실정을 감안하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것으로 예상된다.

그럼 이 업체들이 갑자기 부품가격을 인상하거나 서두르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1일부터 부품가격 인상을 단행한 삼성전자는 *엔고 및 원고에 따른 환율변동 *생산설비 증가에 따른 원가상승 *적자보전 등을 위해선 부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메모리반도체와 비교해 수익성이 적고 외국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지는 마이크로제품에 대해 더 이상의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게 삼성전자 의 생각이다.

현재 삼성전자을 비롯한 LG반도체.현대전자의, 메모리반도체와 일반 마이크 로제품의 판매비중은 8대2 정도이다.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생산구조가 메모 리반도체를 중심으로 심한 불균형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외국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경우 메모리반도체와 일반 마이크로제품의 판매비 중은 2대8로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산업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해서는 메모리 부문 못지않게 트랜지스터、 IC 등 마이크로 부문의 활성화가 시급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적인의견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부품가격 인상은 이같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이익이 별로 없는 마이크로 부품사업을 채산성 높은 사업으로 바꿔 보자는 의도에서 가격인상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코리아테크노도 삼성전자와 비슷한 사정을 들어 LED 등 일부 부품가격을 다음달 1일부터 일제히 올려 받기로 했다.

이 회사가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트랜지스터의 경우는 가격인상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엔고에 의해 원자재가격이 폭등한 LED는 그동안 고가로 책정됐던 SR、 SI시리즈를 제외하고 SG、 SY、 SO시리즈를 중심으로 최고15%까지 가격인상을 단행해 내달 1일부터 이를 적용키로 했다.

코리아테크노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부품가격 인상요인이 발생하면 생산성 향상을 통해 이를 흡수했으나 최근들어서는 제품생산의 수율(일드)이 98~99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생산성향상이 한계에 달하면서 더 이상의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하기 곤란해 부품가격 인상을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전자의 부품가격인상도 삼성전자와 코리아테크노와 같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다. 한국전자는 엔고에 따른 원자재가 인상、 원고에 따른 환차손 발생、 설비투자에 따른 원가상승 등을 부품가격 인상의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동안 타사와의 경쟁력제고 등을 고려해 가격인상을 자제해오다 이같은 인상요인을 감당하기 어려워 가격현실화를 추진하게 됐다는 게 한국전자측의 설명이다. 부품업체들의 가격인상에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수요업체에 미치는 부품가격인상 파장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부품의 수요업체들은 연일 대책회의를 개최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가격을 올려주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묘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부품수요업체들은 "부품생산업체들의 부품가 인상의 불가피성을인정한다면 이들 부품을 많이 사다 쓰는 중소 전자업체들의 경영악화를 고려 、 정부차원의 측면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앞장서서 부품생산업체로 하여금 일본 에 편중되어 있는 원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하도록 하는 한편、 R&D(연구개 발)독려를 통한 로열티 지급을 줄여나가는 동시에 생산원가도 줄여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택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