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트북PC "가격파괴" 파장

노트북PC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춘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대략 다음 몇가지를 고려한 다목적 포석으로 볼 수 있다.

우선 도약기에 있는 노트북PC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겠다는 의도이다.

그동안 국내 노트북PC 시장은 전세계의 일반적인 추세에 비춰 보더라도 데스크톱PC 시장에 비해 기형적으로 작았다.

선진 외국시장의 경우 보편적으로 전체 PC시장에서 노트북PC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략 30% 정도에 이르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5%선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뒤집어 보면 노트북PC 시장의 성장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데스크톱PC의 내수폭발과 함께 데스크톱 시장에만 주력해 온 주요 PC메이커들이 최근 잇달아 노트북PC 신제품을 출시하는 한편 노트북PC 사업강화를 선언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공통의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지난해에 6만대 수준에 그쳤던 국내 노트북PC 시장이 올해 15만대 수준에 이르는 한편 매년 2배 정도의 성장을 계속해 오는 98년1 백만대 수준에 이르러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3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의 노트북PC 가격파괴는 바로 떠오르는 황금시장에서의 기선 제압용이라 고 볼 수 있다.

또 다른 전략은 부품사업 활성화다.

삼성전자는 최근 컴퓨터 부품사업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어 이들 자체 생산 부품을 공급할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가 절실했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박막 트랜지스터(TFT) 액정표시소자(LCD)로 이미 수천억원이 투입됐으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생산에도 2천억원 가량 투입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삼성의 이번 조치가 초기생산단계인 TFT LCD 사업의 안정화전략의 일환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즉 막대한 재원을 투자해 생산을 시작한 TFT LCD의 판매활성화를 위해서는우선 신뢰성을 인정받는 것이 필요한데 바로 이런 생산초기 단계에서 겪는어려움을 자체사용이라는 카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또 다른 한가지 목적은 노트북PC의 수출전략화.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노트북PC의 3대 핵심부품중 CPU를 제외한 LCD와 D램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해외는 물론 국내시장마저 대만에 잠식당하고 있는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이같은 특단의 조치를 통해 내수기반을 구축한 뒤 점차 수출시장 개척에도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의 이번 조치가 가져올 파장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긍정적인 측면은 소비자들이 보다 싼 값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과국내 노트북PC 시장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반면 노트북PC 시장에서 경쟁상대를 무력화함으로써 1개업체에 의한 시장지배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에 대해 동종 업체들의 반응은 "도저히 불가능한 가격" 이라는 놀라움과 "가진 자의 횡포"라는 반발 등 크게 두가지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10.4인치 TFT LCD의 가격이 장당 1백만원을 넘고있는 상황에서 완제품 가격이 2백만원에 불과하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없다 며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을 기반으로 노트북PC 경쟁업체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타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이같은 방침이 알려진 뒤 각기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별다른 묘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반면 이같은 주장에 대한 삼성전자측의 반응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1백만원을 넘던 레이저프린터(LBP)의 가격을 60만원대 로 대폭 인하했을 때도 같은 반응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업계의 가격인하 경쟁 을 촉발、 소비자들에게 이익을 제공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출혈가격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현재의 시장규모로만 계산하면 적자지만 시장확대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가격으로 충분히 흑자가 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아무튼 삼성전자의 이번 조치는 앞으로 국내 노트북PC 시장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삼성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 노트북PC 업체들의 움직임이 보다 활발해 질 것이며 이런 노력 여하에 따라 시장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