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 증기기관이라는 기계의 발명에서 시작되었다면 20세기말 현재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보혁명은 컴퓨터 의 발명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보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컴퓨터를 국내 기술로 개발、 생산해낸다는 것은 정보화시대에서 기술 주권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87년 중반부터 91년 중반까지 4년동 안 총 2백28억원의 연구비와 연인원 7백14명의 연구인력이 투입되어 개발에 성공한 타이컴(TICOM)은 국내 기술 개발사에 의미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타이컴은 세계 최신의 컴퓨터 기술을 이용하여 개발된 중형급 컴퓨터 시스템이다. 타이컴이 개발됨으로써 현재 진행중인 국가기간전산망 구축사업을 비롯하여 우리나라가 정보화사회에 성공적으로 진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있다고 생각된다.
타이컴 개발사업은 국산 컴퓨터를 개발해 낸 사업이다. 여기서 국산품이란 우리가 외국의 아무런 간섭없이 생산、 판매 및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권리 를 갖고 있는 제품을 말한다. 국산품 개념은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 가공품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시스템 제품의 경우 매우 중요하다. 즉 중형급 이상의컴퓨터 시스템은 부품가격의 비중이 제품가격의 20~30%에 지나지 않아 부품 가격이 제품판매가의 70~80%를 상회하는 PC에 비해 부가가치가 매우 크다.
부가 가치가 큰 제품을 만들어야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고 있는지금의 국력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타이컴 개발사업은 명실공히 산-학-연 및 정부가 하나가 되어 이룩한 협동연구개발 사업의 모범을 보였다. 연구개발사업은 본질적으로 성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어 타이컴 개발사업도 초기에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손으로 중형 컴퓨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일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타이컴 개발에 헌신적이었던 연구원들의 노력과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사업이 마무리되었다.
타이컴 개발사업은 TDX개발사업과 더불어 대규모 시스템개발 경험을 축적한 기회였다. 컴퓨터시스템은 반도체 칩에서부터 사용자가 작성하는 응용소프트 웨어에 이르기까지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의해 완성 되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따라서 타이컴 개발사업에서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개발방법 및 환경을 정립하여 이를 설계에서 구현、 통합 및 시험에 이르기까지 일관성 있게 적용 하는 등 대규모 시스템개발 관련기술을 확보하였다.
타이컴 개발사업은 선진국들의 기술보호 및 기술이전 기피에 대한 효과적이 고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제시하였으며、 앞으로 개발된 기술을 기반으로 관련 상품 및 기술의 수출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겠지만 타이컴 개발이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수준 과 거의 동등한 컴퓨터 관련기술을 확보하게 되었다.
타이컴은 이제 5백대를 넘는 보급실적을 보이고 있고 행정전산망에 중추적인 컴퓨터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타이컴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다. 타이컴 이 4개 기업에서 제각기 생산되면서 규격이 조금씩 변하게 되어 한 회사 제품에서 돌던 소프트웨어가 다른 회사 제품에서는 돌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타이컴 운용、 유지보수 요원의 교육을 위한 교재가 적당한 것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또한 외국제품에 비해 성능이 뒤진다는 불평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러한 문제들은 국산 컴퓨터에 대한 신뢰감 부족에서 야기된 것도 있고 개발자의 기술부족이나 타이컴을 생산、 보급하고 있는 기업에도 책임이 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주전산기 산학연협의회가 결성되어 타이컴 생산업체、 사용자 및 학계 인사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타이컴 운용과 관련된 제반사항들을 논의하고 있으며 타이컴교재도 발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타이컴에 관련된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어 가지 않을까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