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는 필립스사가 지금까지 개척해 온 콤팩트디스크 (CD)의 연장이다. CD의 길을 통해서 도달하는 DVD길에 무임승차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CD관련 약 4백30건의 특허를 가진 필립스의 한 간부는 DVD를 둘러싼 양 진영 간의 세력다툼이 한창 뜨거웠던 지난달 중순 민감한 부분인 CD기술특허침해 문제를 거론했다.
필립스측의 주장은 DVD와 CD는 읽기방식 등 기본구조에서 유사점이 많기 때문에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4백30건의 특허에 저촉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덧붙여 필립스는 "내년 가을 상품화시기에 맞춰 전세계의 전자업체들을 상대로 특허사용료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시바는 "특허료청구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광디스크의 기본특허는 필립스이외 우리진영의 파이어니어와 톰슨도 갖고 있다"며 즉각 반박 하고 나섰다.
그동안 양 진영간의 경쟁에 밀려 잠재해 있던 DVD의 CD특허침해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대두、 규격경쟁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필립스측 이 "제품이 나오기까지는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듯이 당분간 양 진영간 특허분쟁은 전면전양상은 띠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 다. 그러나 수면하에서는 도시바가 "소니진영이 특허료를 강력히 요청하면 이쪽도 강하게 나간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양 진영 모두 특허전면전을 대비한 전략마련에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특허문제에 대해 양측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상품화 이전부터 시작된 가격경쟁으로 인해 PC외부기억장치나 영상재생장치의 판매 만으로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쪽으로 상황이 기울고 있다. 따라서 특허는 멀티미디어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무기임과 동시에 수익원으로서의 의미가 한층 강해지고 있다.
사실 필립스는 CD관련 특허료의 수입으로 경영회복에 성공했다. 현재는 특허 만으로 연간 1백억엔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DVD관련 특허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이 특허분쟁은 같은진영내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벌써 도시바、 마쓰시타、 파이어니어 히타치제작소、 톰슨사이에서는 "특허의 몫"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생기 고 있다. 소니도 직경 12cm의 디스크가 "오가회장의 발상"이라며 "같은 크기의 디스크면 누구에게나 특허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허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양 진영이지만 규격제안이외의 업체에 대한 태도는 매우 조심스럽다. 다액의 특허료는 이들의 사업화에 큰 부담을 줄 것이고이는 결과적으로 세확장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실제 소니측은 세력확대를 의식、 "도시바진영에 가담하면 5%의 특허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쪽은 CD와 같은 2%의 특허료밖에 청구할수없다 는 입장이다.
도시바진영도 특허와 관련、 "15년간에 걸친 소니-필립스의 "CD제국으로 부 터의 탈피"를 호소하며 동참자 끌어모으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편 이같은 특허논쟁과 함께 DVD규격경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DVD를 고쳐쓰기가능형으로 발전시키는 문제다.
이 가능성을 단적으로 제시하는 자료가 있다. 지난 6월중순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도시바진영의 DVD규격 설명회용 자료가, 이것으로 영상.PC데이터.음악 등 각 분야에서 현재의 DVD를 고쳐쓰기가능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것을 최종목표로 명기하고 있다.
소비자입장에서는 영상이나 음악을 집에 앉아 자유로이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매력이다.
양 진영 모두 이미 컴퓨터에선 고쳐쓰기가능형을 마련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는 영상이나 음악분야로의 응용도 가능하다. 그러나 여기에는 소프트웨어의 저작권보호라는 큰 문제가 걸려 있다. 따라서 이 장애물을 뛰어 넘어야 세계 연간 4천만대규모인 VCR수요에 필적하는 DVD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신기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