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오디오업계 사업다각화 "찬반양론"

오디오 전문업계의 사업다각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침체의 늪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대안"이라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제 사업도 제대로 못하면서 "남의 떡"만 크게 본다" 는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오디오 전문업계의 사업다각화는 컴퓨터、 정보통신、 영상기기 등은 물론관련 소프트웨어사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추진되고 있다.

최근 소프트타운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컴퓨터유통업에 뛰어든 해태전자의 경우 워크스테이션、 프린터、 모니터、 모뎀、 SI 등 컴퓨터 관련사업을 적극추진중이다. 롯데전자도 컴퓨터주변기기、 소형가전유통、 방송기기 등의 신규 사업에 뛰어들었고 인켈 역시 게임、 광폭TV、 비디오CD타이틀 사업에 참여키로 했다.

태광산업은 이미 뛰어든 전화기사업을 휴대폰 등 정보통신단말기 사업으로 확산시킬 계획이고 아남전자는 음반사업에로의 진출을 적극 검토중이다.

이같은 사업다각화의 밑바탕에는 "오디오만으로는 아무래도 불안하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기 때문.

오디오 내수시장은 일부 업체의 경우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정도로 침체돼 있다. 시장수요가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는데 그나마 한정된 시장을 삼성.LG 등 종합 가전업체들이 잠식하고 있다.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수출 또한 여건이 악화될 전망이다.

인건비와 생산부자재 등 원가는 날로 높아져 수출단가를 맞추기 힘들어지고있다. 또 그동안 주문자부착상표(OEM)수출에 주력해온 탓에 브랜드 인지도는낮아 제값을 받는 자체 브랜드 수출의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오디오산업에 대한 이같은 분석들은 곧바로 사업다각화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으로 이어진다.

오디오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오디오만으로 살아남을국내 업체는 1、 2개에 불과하다"며 "어차피 오디오 전문업체로 살아남기 힘 들다면 하루라도 빨리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다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주장은 주로 시장점유율이 하위권에 속한 업체에서 나오고 있지만 최근에는 시장 선도업체들로까지 번지고 있다. 또 부장급 이하의 젊은 층일수록 사업다각화를 보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업다각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주로 오랫동안 오디오업계에 머문 임원급들은 현재 추진되는 사업다각화에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A사의 B이사는 "요즘 오디오업계에 사업다각화만이 유일한 살 길이라는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데 이는 단지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미봉책 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C사의 D과장은 "오디오업체마다 그동안 추진했던 사업다각화가 거의 실패로 끝났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전문업체가 오디오시장에서 밀려난다면 다른 사업 에서도 마찬가지 결과를 빚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V사업을 예로 들며 오디오업체들이 삼성.LG 등 가전업체들과 비교조차 불가능한 연구개발 및 마케팅 능력으로 이들과 맞서려 했기 때문에 TV사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고 분석하고 "오디오사업은 대기업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들은 국내업체의 해외시장 점유율을 합쳐도 5%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 에서 오디오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닌 유망사업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지금은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기보다는 오히려 오디오사업에 집중 투자해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사업다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무조건 사업다각 화에 반대하고 있지는 않다. 단지 사업다각화는 악화된 채산성을 벌충하기 위하거나 오디오사업의 연장선에서만 선택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펴고 있다.

이처럼 사업다각화를 둘러싸고 의견이 상충되고 있어 그 합의점 도출에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업다각화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과 "위기가 기회"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회의 때마다 뚜렷한 결론을 맺지 못한 채 흐지부지끝나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들의 말은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좀처럼 결단하기 힘는 이 난제가 점차 오디오업계 경영자들을 조여오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