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에 "안방" 내준 LAN시장

지난 5월 정보통신진흥협회는 업계와 공동으로 랜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하면서 국내 랜(LAN:근거리통신망)시장에서 외산제품이 점유하고 있는 비율이 90 % 안팎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최근 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업계의 93%가 70% 이상의 외산장비를 공급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 조사자료에 따르면 업계의 16.3%는 국산제품을 전혀 공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실정은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며 구태여 근거자료를 보여야만 믿는 얘기도 아니다. 국내에 랜이 들어오기 시작한 6~7년전부터 이러한 사정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다.

랜시장이 줄곧 이처럼 왜곡현상을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근자에 들어서 이 문제가 업계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국내 전자산업에서 랜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급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인프레임이 지배하던 때만 해도 랜시장은 규모면에서나 중요성 측면에서나세인의 관심 밖이었고 따라서 장비가 외산이든 국산이든 구태여 따질 이유도 별반 없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전산환경이 클라이언트서버시스템 중심으로 바뀌면서 네트 워크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고 시장 또한 급팽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문제는 업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외산제품의 수입.공급이라는 시장구조하에서 국내업체가 얻을 수 있는 것은단기적인 마진뿐이기 때문이다.

이런 시장구조하에서는 업체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증대도 그렇고 국가 적인 차원에서서 기술확보도 요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이같은 우려는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국내 랜시장이 급팽창하면서、 특히 올해들어 이를 노리는 외국 네트워크업체들이 노도처럼 밀려오고 있어중소 국산 개발업체들이 채 싹을 피우기도 전에 고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다.

지난 93년 2개에 불과하던 외국업체의 한국지사는 지난해말 5개 업체가 새로 진출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4개업체가 늘었고 바로 얼마전에는 영국계 크래이 커뮤니케이션사가 진출、 총 12개사로 늘었다. 이런 시장구조를 개편하고 국내 랜산업의 기반을 튼실히 하기 위해서는 특히기술력과 마케팅 력을 갖춘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중소기업이 이같은 시장 구조를 개편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국내 대기업은 아직까지 지난날의 관성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간 판매경쟁이 주요 원인이다.

판매경쟁에 내몰린 삼성전자 쌍용정보통신 LG정보통신 등 국내 대기업은 "외 국업체-대기업-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부채꼴 형태의 유통구조에 안일하게대처 국내 재원의 누수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는 형편이다.

업체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기업들은 스위칭허브 라우터 워크그룹허브랜카드 NOS(네트워크운용체계) 프린터서버 등 주요 랜장비별로 5~6개 외국업체와 디스트리뷰터(공식대리점)계약을 맺고 제품을 수입、 중소기업에 재판 매하거나 큰 프로젝트의 경우 이들 제품을 조합해 랜을 구성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극소수의 업체를 제외하면 외국업체와 곧바로디스트리뷰터 계약을 맺거나 외국업체의 국내 디스트리뷰터로부터 제품을 받아다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랜의 수요업체들 사이에서 "국산 불신、 외산선호 라는 인식이 지배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수요업체가 이처럼 인식하게 된 것도 공급업체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판매물량 확대를 위해 외국 유명 네트워크업체의 브랜드 홍보에만 치중했고 국산 제품의 시장진입을 위한 노력에 게을렀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없다. 때문에 업계의 의식있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대기업이 이런 파행적인 시장 구조를 앞서서 개편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 전문가는 시장 구조 개편에 대한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그 근거 또한 갖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보고 외산제품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랜카드허브 라우터 등 주요 국산 랜장비가 외산에 비해 질적으로 떨어질 게 없다" 는 게 그 가능성이고 근거이다. <이균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