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태풍의 눈 세진을 해부한다 (1)

컴퓨터 유통가에 "세진 바람"이 거세다. 서울과는 천리 먼길인 먼 남쪽 항구 도시 부산에서 이름모를 조그마한 업체가 제법 장사를 잘 한다는 소문이 떠돌기 무섭게 대구.대전을 거쳐 서울에 입성한 세진컴퓨터랜드. 컴퓨터유통의 본산인서울에서"돌풍"을 불러일으키며 컴퓨터업계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상식으로선 이해가 안 되는 엄청난 광고공세, 초유의 대형매장, 발빠른 매장 확대로 장안을 흔들어 놓고 있는 세진은 과연 어떤 업체인가. 컴퓨터유통업계는지금세진을 알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세진컴퓨터랜드의 성장비결과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시리즈로 알아본다. <편집자 주> 세진컴퓨터랜드는 지난 90년 12월 부산 범일동에서 5평짜리 매장을 내고 PC유통업계에 그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이듬해인 91년에는 월평균매출액 6천만원 규모의 지극히 평범한 지방 컴퓨터 유통업체에 불과했다. 이때까지만해도 세진컴퓨터랜드를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세진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영업력을 인정받고 대우통신을 비롯한 서울의 유명한 컴퓨터업체들과 거래선을 트면서 컴퓨터 유통업체들로부터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 지난 93년 12월 일반업체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양판 점 형태의 대규모 매장을 부산 초량동에 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세진은 제품 최다보유、초가격파괴、평생 무상수리 보장、 컴퓨터 무료교육 등을 기치로 내걸고 부산시장 장악에 나섰다.

그러나 이때까지만 해도 세진은 좀 독특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산에 근거지 를 둔 지방업체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부산에는 세진컴퓨터랜드 이외에 보스컴퓨터라는 쟁쟁한 양판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4년 9월 보스컴퓨터가 세진과의 무리한 출혈경쟁으로 무너지면서 세 진의 위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94년을 기준으로 세진컴퓨터랜드의 부산지역 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업체들이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세진이94년 12월 대구에 매장을 낸 것을 비롯해 올해 1월에 대전점、 5월에 서울 잠실점을 연이어 내자 컴퓨터 유통업계의 눈들이 휘둥그래진 것이다.

도대체 세진컴퓨터랜드가 무슨 힘을 가졌길래 대형 매장들을 계속해서 개점 하면서 컴퓨터 유통업계를 놀라게 하는가 하고 말이다. 세진컴퓨터랜드는 서울 잠실점 개장이후 컴퓨터유통업계를 더욱 놀라게 했다. 단일매장으로는 국내에서 가장 큰 2천8백여평의 초대형 매장을 개설했다는것 이외에도 매달 50 억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광고공세를 펴면서 컴퓨터시장 제압에 나서고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지역 컴퓨터 유통업체들은 상식에서 벗어난 세진의 이같은공격적인 전략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50억원이라는 광고비는 서울점의 매출액을 전부 광고비로 쏟아 부어야 할 정도의 엄청난 금액으로、 자금여력이 있다 하더라도 얼마가지 못하고 부도가 날 게 뻔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세진은 한달여 후인 지난 7월 울산점을 오픈하면서 또 다시 기존업계 의 우려를 기우로 만들어버렸다. "융단폭격"과도 같은 광고비 지출로 도저히 자금여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됐던 세진이 어떻게 새로운 매장을 개장할 수있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그러나 세진컴퓨터랜드의 다점포화 전략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인천점을 개설했으며 오는 24일경에는 서울 영등포점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

세진컴퓨터랜드의서울과 수도권 장악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진이 올 연말까지 서울에만 4~5개의 매장을 추가개설 하고 전국적으로는 19~22개의 매장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내년부터는 지방 중소도시에 3백여개의 체인점을 개설、 직영점과 체인점을 동시 운영할 계획이다.

세진컴퓨터랜드는 이를 토대로 조만간 월매출 3천억원을 실현하고 국내 PC시 장의 80%를 장악한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있다.

황당하게마저 들리는 세진의 이같은 목표는 관련업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관련업계로서는 세진이 제시하는 목표를 그야말로 어느 "몽상가의 꿈 쯤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세진의 성장과정 자체가 도저히 믿기지 않는거짓말 같은 사실이기 때문에 그냥 웃어 넘길 수도 없는 상황이다.

<유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