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주문형 생산제" 추진 배경과 전망

소비자들로 부터 냉장고를 주문받아 생산하면 어떨까. 가전3사의 이같은 고민은 실제로 몇년전부터 거듭돼 왔고 이를 부분적으로 시도하려는 흔적도 있었다. 현재 주문형 냉장고 생산제의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곳은 대우전자이다.

잇따른가격인하로 공기방울 세탁기에 이어 공전의 히트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입체냉장고의 채산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서 이같은 아이디어가 구체 화됐다. 입체냉장고가 자사모델은 물론 동급의 타사모델에 비해 제조원가가 비싸 가격인하 전에도 채산성 확보가 쉽지않다는 고민에 싸여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믿지고 팔아야할 형편이 됐다. 이로인해 입체냉장고의 모델을 대폭 축소 하는 방안까지 검토됐다.

따라서 지난달말 "탱크주의 도약운동" 선언을 계기로 내놓은 주문형 냉장고 생산제도의 도입계획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한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1백10여종의 메뉴를 설정해놓았는데 이를 다시 줄여 시스템화하는작업을 하고 있다.개개의 소비자가 원하는 냉장고를 생산하더라도 유형별로 메뉴를 만들어 이중에서 선택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에 따라 집안 구조나 취향에 따라 특별히 원하는 냉장고를 구입할 수 있게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들어 냉장고 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열 수 있고 냉장실의 선반은 김치통을 놓기 쉽도록 모양을 바꾸면서 냉동실 면적은 현재보다 크고 야채박스는 3개가 채용된 냉장고를 주문해서 구입할 수 있다. 가습기능이나 디스펜서 기능 등을 추가한 냉장고도 소비자가 원하는 대로 구입할 수 있다.

이처럼 주문형 냉장고가 등장하면 소비자들로선 취향에 맞는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양산제품에 비해 비싼 값을 치뤄야할 경우에는 주문형 냉장고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지않을 것이 분명하다.

가전3사의 고민은 바로 여기에 있다. 우선 소비자들로 부터 일일히 주문을 받아 냉장고를 생산하려면 당연히 원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원부자재의 종류가 양산라인 가동때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인력도 더 많이 투입돼야하기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물류비용도 더 들어간다.여기에 적정이윤까지 감안하면 값은 당연히 올라가기 마련이다.

또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대량 수요를 전제로 한 양산제품은 규격화된 자재와 공용부품을 채용해 제조공정과 시간을 줄일 수있지만 주문형 제품은 전형적인 소량다품종 생산방식을 적용해야하기 때문에양산시의 경우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 또한 제품 가격으로 연계될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유통과정에서도 장단점이 노출된다. 일괄적으로 물류센터를 통해 전국의 대리점 등으로 공급하는 현재의 유통구조와는 달리 대리점이 주문을 받아 본사 에 접수시키면 가전3사의 물류센터에서 각 가정으로 배달될 수 있다.

이 경우 대리점으로서는 일일히 제품을 대리점에 배달할 필요가 없어 창고및 물류비용이나 인력난을 더는데 도움이 된다.반면 물류센터는 제품을 가정에 까지 배달해야 하므로 현재보다 인력을 더 늘리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가전3사로선 비용증가의 한 요소이다. 대리점 입장에서도 배달서비스를 통한 고정고객의 확보에 차질을 빚게된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주문형 냉장고 생산시스템의 도입을 다각도로 검토중인 LG전자와 삼성 전자는 이 방식을 도입할 경우에 나타나는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고민중이 다. 이미 오는 97년부터 본격 시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우전자 조차도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냉장고 시장이 대체수요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포화상태이고 가격파괴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 분명해 주문생산방식의 도입은 현재의 생산시스템 과 철저히 차별화 할 수 있는 묘안임에 틀림없는 것같다. 특히 냉장고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형태로 생산하기에 가장 쉽고 효과가 큰 가전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당장은 간헐적으로 주문받아 생산 공급한 냉장고가 소비자들로 부터 호응을 얻고 수요가 예상보다 많을 경우에는 다른 가전제품으로 까지 주문형 생산시스템의 도입이 적극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