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원 산책] 무인 서비스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명하는 말로 경제학자들이 쓰는 "중개자 소멸(disinter mediation)"이라는 말이 있다. 이 용어는 기존의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간 중개자의 제거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보면、 현금자동인출기를 갖춘 24시간 가동하는 무인 은행、 판매원이 없는 대형 유통 매장、 주차 안내 원과 계산소를 없애고 자동계산대를 갖춘 대형 주차장、 철도회원을 위한전 화 자동응답장치를 이용한 기차표 예약 시스템 등이다.

몇년 전부터 유럽에선 신용카드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무인 호텔 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일과시간에 호텔 주인이 전화로 예약을 받는데 신용카드 번호로 예약을 하면 예약 날짜에는 언제든지 호텔에 들어 가 쉴 수있다. 밤늦게 도착하여도 호텔입구에 자신의 신용카드를 넣으면 출입문이 열리면서 자신의 방번호와 암호번호가 조그만 화면에 출력된다. 호텔에 들어가자기 방에 가서 아까 출입문에서 받은 암호번호를 누르면 방문이 열린다.

방안에는 2개 침대와 1개의 보조 침대、 TV와 세면대가 설치되어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으로 사용하는데 그것은 입체형으로 갖춰져 있어 한번사용하면 세척과 소독 그리고 더운 바람으로 말려서 다음 사람이 사용할 때 깨끗하게 청소된다. 각종 자동판매기가 설치되어 있어 필요한 물건을 살 수있지만 아침 식사는 주인이 직접 차려준다.

이 무인 호텔의 인기는 고속도로변이나 도시 진입 지역에 자리잡고 있어 자동차 여행자에게 편리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깨끗하면서도 값이 싼 데있다. 일반 허름한 호텔값의 반 값정도이다. 한가족이 자는데 우리 돈으로 2만원 미만이다.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여 다가오는 21세기에 일반 대중에게 제공될 새로운 서비스로 VOD(Video On Demand)、 홈뱅킹、 홈쇼핑、 전자신문、 전자도서관 등을 예상하는데 그 중요한 특징도 바로 서비스를 제공하던 인간 중개자가 없어지는 것이다.

과거에 유럽이나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에 동남아 지역의 값싼 생산품을 공급 하던 거간꾼들도 사라졌다. 아니 그들이 완전히 없어진게 아니라 그들의 거래처와 거래품목에 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고 그들의 시스템을 통해 수요자와 공급자 양자간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수수료를 챙긴다. 그래서 인간 거간꾼도 소멸되고 있다.

이렇게 인간 중개자를 없애는 것이 가능한 것은 바로 시간 절약과 가격 절감 을 가져오는 정보처리 서비스와 인간 중개자 역할을 대신하는 소프트웨어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기본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 MS)이다. 기술발전이 목표로 하는 것은 결국 보다 싼 값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새로운 기술을 해결책으로 채택하는 것은 유행때문이 아니라 결국 비용 때문이다.

그러면 미래 정보사회에선 인간미가 없어진 무인 서비스만이 판을 치는게 아닐까. 걱정할 필요 없다. 일반 대중 서비스는 무인화되겠지만 정작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인간 관계는 더욱 가치를 더하고 돈독해진다. 지금은 멀리 계신 부모님의 목소리를 듣는 정도이지만 직접 보고 말하는 화상전화가 일반화되고 원격진단 원격교육 등 직접 만나야 할 사람과는 더욱 실감나게 대화 할 수 있게 된다.

사람끼리 직접 접촉하는게 더욱 가치있는 일로 여기는 사회가 온다. 아무리전자편지나 원격회의가 발달하여 대부분의 업무를 만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더라도 사람들은 워크숍이나 학술발표회 국제회의 등으로 직접 만나는 일은 줄지 않는다. 왜냐하면 직접 만나는 일 자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무인식당보다는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주는 봉사 수준에 따라 고급 식당이 정해지며、 강의자와 직접 몇번 만날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강의료도 달라진다.

이래저래 인간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며 보다 인간 중심 사회로 발전할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정보공원에선 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인간의 만남을 통해 멋지고 풍류있는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