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컴퓨터랜드의 출현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관련업계로서는 아직 세진컴퓨터랜드의 성공여부가 주요 관심사겠지만 산업 적인 측면에서 세진의 성공여부는 두번째다.
가장 중요한 의미는 세진의 출현이 PC유통에 있어서도 "양판점시대의 도래" 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국내 PC유통시장은 대재벌인 메이커들과 영세한 조립PC업체들의 치열 한 시장싸움으로 점철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영세한 조립PC업체들은 재벌들의 막강한 자금력에 눌려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이들은 자연 메이커들의 전속 대리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PC시장은 소위 5대 메이커와 6천여 영세소매점들이 거미줄 같은 대리점망으로 묶여 일대 혼전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시장구조는 유통구조의 왜곡현상을 야기시키고 있다.
메이커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능력있는 상인들을 자사 대리점으로 귀속시키 느냐가 영업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며、 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많은 이윤을 보장해주는 메이커와 손을 잡느냐가 생존을 가름하는 척도가 되었다. 메이커와 상인들간의 이같은 이해관계는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뒷전 으로 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담보를 거래의 제1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메이커들은 담보능력이 있고 영업 력이 강한 상인들을 자사 대리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들에게 상당한 마진을 보장해 주어야 했다. 담보력이 없는 영세한 판매상들은 어쩔 수 없이 메이커 전속 대리점으로부터 제품을 구입、 다시 판매하는 "하루살이 유통점" 으로 전락해 버렸다.
PC의 고가격과 덤핑은 이같은 유통체계하에서 나타난 부산물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즉、 대리점을 통해 정상적으로 유통되는 제품은 영세업체들의 손을 거치면서 많은 마진이 붙었으며 이는 결국 가격인상으로 연결됐다. 그러나 메이커 들의 밀어내기에 견디지 못한 대리점들이나 하루하루의 연명이지상과제인 비 대리점들은 덤핑판매를 일삼을 수밖에 없게 됐다. PC가격이 들쭉날쭉한 것도바로 여기에서 연유한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매장마다 한정된 브랜드만 갖춘 유통점들로 인해 선택의 기회를 상실했으며 장소마다 다른 가격으로 혼란을 겪었다. 그만큼 기존의유통구조에 식상해하고 있는 것이다.
세진컴퓨터랜드가 PC유통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세진측의 특출한 전략 때문이라기보다는 기존 유통질서에 식상한 소비자들의 반발심리가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실상이야 어떠하든 무상교육、 평생보장 무상수리、 가격파괴、 종합브랜드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찰제를 내세우고 있는 세진의 소비자 지향주의가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해부터 정부차원에서부터 불기 시작한 유통산업 구조개편 작업도 세 진에게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유통단계 축소와 가격파괴、 그리고 유통업체들의 경쟁력 제고는 내년 유통 시장 개방을 앞두고 정부가 앞장서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제이기 때문에 세 진에게 상당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제2의 세진"、 "제3의 세진"이 등장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들 양판형태의 유통업체들이 PC유통을 주도하고 시장장악을 가속화시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국내 PC유통업계는 세진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대리점망의 와해" 내지 축소와、 대형 양판점 또는 다양한 업태의 출현으로 일대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