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아폴로 13호

1995년 8월 5일은 한국의 우주시대를 연 역사적인 날이었다. 통신.방송 위성 무궁화호가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도 위성보유국이 되었다. 그러나 섬광을 뿜으며 창공으로 치솟는 무궁화호를 우리는 화면을 통해 보아야만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우주기지에서 발사되었기 때문이다.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호"가 개봉된 것도 이 날이었다. "아폴로 13호" 는 운이 좋았다. 무궁화 위성에 대한 호기심은 자연스럽게 이 영화에 대한뜨 거운 관심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970년의 실제 사건이었던 "아폴로 13호"는, 그러나 성공한 우주 탐사가 아니었다. 산소 탱크의 폭발로 인해 달착륙을 포기하고 우주선을 잃은 채 비행 사만 간신히 살아 돌아온 실패한 탐사였다. 그런데 성공한 많은 탐사들 대신 이 실패한 탐사를 영화화한 것은 무엇때문일까.

성공한 역사는 다큐멘터리가 되고 실패한 역사는 드라마가 된다는 말이 있다. 이 법칙에 의한다면, 우주 탐사 영화의 가장 좋은 소재는 역시 "아폴로 13호"일 수밖에 없다. 아폴로 13호는 실화지만, 실패한 역사이기에, 허구가 개입될 여지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 영화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읽어야 하는것이다. 론 하워드 감독은 "아폴로 13호"의 실패를 서구인이 가지고 있는 "13징크스" 에서 읽는다. 그리하여 실제로는 1970년 4월 11일 13시 13분에 있었다는 발사를 13일 13시 13분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리하여 하필이면 왜 이날, 이 시간에 발사를 해야 했는지를 묻고 있다. 우주의 신비가 풀리는 그 순간에도인간은 성서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리지 말라는 것인가.

론 하워드 감독의 "아폴로 13호"가 가장 힘주어 표현하는 것은 폭발에 따른 달착륙 실패가 아니다. 폭발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귀환할 수 있었는가가 초점이며 이것이야말로 이영화가 휴먼 드라마가 된 까닭이라 하겠다. 달탐사 에는 실패했지만, 목적 달성이라든가 아폴로 발사에 따른 어마어마한 경비보다도 미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론 하워드는실패한 아폴로 계획을 통해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세 사람의 비행사를 구해내기 위해 아폴로 본부에 있는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머리 를 싸매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라. 세 비행사의 생환은 이들 과학자 중 어느 누구의 특출한 재능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분야에서 제각각 역할 을 다 해내는 그 공조 체계가 그들을 구한 것이다. 아울러 비행사들의 의지와 최선이 또한 자기 자신을 구해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실패한 역사가 성공한 드라마로 전환되는 실제의 예를 목격하는 동안 나는문득 삼풍 백화점 붕괴가 생각났다. "삼풍"도 드라마로 성공할 수 있을까.

치욕적인사고였던 "삼풍"은 영화 속에서 휴먼 드라마로 기사회생할 수 있을것인가. 그 가능성이 안 보인다는 것이야말로 "삼풍"이 얼마나 골깊은 비극 인가를 드러낸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다. 삼풍 드라마는 이미 만들어졌지않은가. 신문과 TV를 통해서 말이다. 그 생존 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이 아니라 반감을 느꼈다고 한다면, 죄가 될까. 채명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