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산업이 첨단 BGA(Ball Grid Array)패키지용 보드를 국산으로 대체키로 한 것은 한마디로 세계 BGA패키지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아직까지는 아남이 세계적인 BGA패키지 메이커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BGA보드 등 핵심소재를 국산화하지 않고는 향후 경쟁력과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남산업은 지난해 5백80여만개의 BGA패키지를 생산、 세계시장 2천2백만개추정 의 27.3%가량을 점유하며 신코.히타치.일본모토롤러 등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시티즌시계(63.6%)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같은 아남의 선전은 미국 암코를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크게 작용했지만 또 한편으로 BGA시장이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 일본 패키지 업체들이 본격 적으로 BGA시장에 뛰어들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91년 세계 최초로 BGA패키지의 양산에 착수한 시티즌시계를 제외한신코.일본모토롤러.히타치 등 기타 BGA패키지 업체들의 움직임은 아직까지는미약하다. 이들 업체의 지난해 생산량은 모두 합해도 2백만개 수준으로 세계 시장의 9.1%에 불과하다.
그러나 급변하는 반도체시장의 흐름을 감안할 때 언제 어떻게 BGA시장이 변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아직은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있지 않지만 상황이 바뀔 경우 후발업체들의 공략이 더욱 본격화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BGA패키지가 패키지 크기를 줄이면서도 반도체 용량확대에 따른 I/O핀수의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최적의 기술로、 장차 QFP(Quad Flat Package)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아남의 입장에서는 초기 BGA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굳히고 장차B GA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 PCB 등 주요 소재의 국산대체가 불가 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아남으로서는 또 엔화가 점차 약세로 돌아서고는 있지만 어느선까지는 엔고 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가절감 차원에서 BGA보드의 국산대체가 절실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아남산업은 BGA패키지 생산량을 앞으로 더욱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있다. 현재 아남은 지난해(월 50만개)보다 3배가량 늘어난 월 1백60만개의 BGA패키지를 생산중인데 연말까지는 생산량을 월 4백만개 수준으로 대폭 확대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남산업의 BGA보드 국산대체계획이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풀릴지는미지수다. BGA보드 제조에는 현재 국내 PCB기술로는 정상급 수준인 핀간 5라인의 파인패턴기술과 층당 두께 0.1t(mm)의 초박판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BGA보드 제조공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수율이 일반 PCB보다 30% 이상 낮아지는 등 생산성이 떨어지는 데다 현재 아남의 생산수준이 세계적이라 고는 하지만 PCB업체 입장에서 볼 때는 그다지 매력있는 규모가 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대덕의 한 관계자도 "BGA보드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소프트 금도금 라인 등 관련 설비투자만 최소한 50억원은 소요되는데 반해 BGA시장 이 아직은 충분히 성숙되지 못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현재로서는 가격도 문제다. 물론 BGA보드가 일반 산업용 PCB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아남산업은 현재 패키지당 1달러선에 BGA보드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의 PCB로 6백30개 정도의 BGA보드를 생산할 수 있어 일반적인 PCB가 격 산정방식으로 환산하면 ㎞당 가격이 6백달러를 상회、 부가가치가 상당히높은 것임에는 틀림없다.
현재 보통 양면 PCB가격은 1백10달러 안팎、 4층 MLB는 2백달러선을 약간 넘어선다. 이런 점에서 2층이나 4층 MLB가 주로 채용되는 BGA보드 가격이 아무리 고난도 기술을 요한다 해도 장당 6백달러라는 가격은 관심을 끌 수밖에없다. 그러나 낮은 수율과 막대한 초기 시설투자비、 그리고 초정밀 가공기술 확보 를 위해 소요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현재 가격은 그리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보드가격도 최근에는 80센트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듯 BGA보드의 국산 대체를 바라보는 수요업체인 아남산업과 대덕전자.코 리아써키트 등 PCB업계의 시각은 서로 다르다.
그러나 열쇠를 쥐고 있는 아남의 국산화 의지가 워낙 강해서 BGA보드의 국내 생산은 어떤식으로든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PCB업체들도 갈수록 부가가치가 높은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BGA.MCM.COB.FLI P칩 등 반도체용 첨단 PCB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가능성은 한층 높아지고 있다.
결국 아남산업의 BGA패키지용 보드 국산대체의 의미는 PCB업체들의 본격적인 반도체용 PCB시장참여를 알리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결과에 따라 그동안 미흡했던 반도체 디바이스-패키지-PCB로 이어 지는 유관기술의 공조체제를 새롭게 다지는 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