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동안 극장가를 점령한 외국영화의 기세에 눌려 숨죽이고 있던 한국영화 들이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한여름동안 땀을 흘리며 작업에 열중했던 우리영화들이 차례차례 촬영을 마치고 녹음.편집 등의 후반기 작업을 서두르는 등 가을이 시작되는 9월초 개봉을 위해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현재 촬영을 마친 작품은 "헤어드레서" "개같은 날의 오후"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 등 세 작품. 여기다 "카루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아찌아빠 등이 막바지 촬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개봉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CF감독 출신인 최진수 감독이 메가폰을 든 "헤어드레서"는 상업주의가 빚어낸 과대광고에 희생당한 순진한 개(견)미용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된 물질만능과 과소비 풍조를 풍자한다.
개미용사가 장사에는 이력이 난 미용실 주인에 의해 졸지에 프랑스유학 경력 의 일류 미용사로 둔갑한다. 그는 유명 미용사로 명성을 날리며 인기를 끌지만 정작 본인은 말못할 갈등과 고초를 겪는다는 이야기를 CF감독 특유의 스 피디하고 감각적인 화면으로 그려낸다. 안성기 지수원 이혜영 조형기 등의 호화배역진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이민용 감독의 데뷔작인 "개같은 날의 오후"는 주제보다는 재미를 앞세운 페미니즘 영화로 관심을 끈다. 아내를 무자비하게 구타하는 남자를 보다못한동네 여자들이 집단으로 달려들어 혼내준다는 것이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으로 확대되고 이에 당황한 여자들이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집단농성을 벌이며 남성위주의 잘못된 사회현상을 규탄한다는 이야기를 담는다. 주연이 따로없이 손숙 정선경 하유미 김보연 송옥숙 정보석 등 주연급 배우 8명이 제작 기 열연을 펼친다.
구임서 감독의 "누가 나를 미치게 하는가"는 직장남자의 스트레스를 다룬 영화. "총잡이"이후 기획된 일련의 남성영화중의 하나인 이 영화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상사와 후배들에게 시달리다 급기야는 쌓였던 불만과 울분을 한꺼번에 토해낸다는 이야기를 그린다.
9월에 소개되는 우리 영화들은 이처럼 진부한 로맨틱 코미디에서 벗어나 한국사회의 병폐로 꼽히는 허위의식, 남녀차별 등을 꼬집는 블랙코미디에서 인간의 존재의미를 묻는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 외국영화에 내줬던 흥행시장을 어느정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