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와 지역민방의 출범、 그리고 위성방송시대의 개막 등으로 우리나라 도 본격적인 방송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방송장비산업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일본장비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방송산업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점검 해 본다. <편집자 주> 최첨단 영상 및 음성기술이 요구되는 방송장비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으로 "방송의 시대"로 접어든 오늘날 그 중요성이 날로더해지고 있다. 특히 HD(고선명)TV 시대의 도래、 위성방송의 일반화와 케이블TV의 팽창 등으로 급격한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세계 방송환경은 차세대 방송환경 에 맞는 방송장비의 개발 및 생산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세계방송산업계의 변화에 부응하고 방송장비 산업의 주도권을 지속적 으로 장악하기 위해 소니.마쓰시타전기 등 일본의 세계적인 방송장비 생산업 체들은 디지털 장비의 개발과 함께 차세대 방송용 포맷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와 연구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95년 현재 세계 방송장비 시장규모는 대략 4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 되며 오는 2000년에는 그 2배에 가까운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관련업체들의 제품개발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에는 지난해 케이블TV 특수에 힘입어 1천억원대를 육박했던 방송 장비시장이 올해에는 대략 6백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본격적인 위성방송시대의 도래와 디지털 장비의 보급확산으로 오는 2000년에는 약 4천억원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국내 방송장비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를 환영하며 혜택을 누리는것은 소니와 마쓰시타전기를 중심으로 한 일부 외국기업들로 방송장비시장이 확대되는 것이 우리에게는 별로 달가운 일이 아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외국의 전자업체들이 차세대 방송시장을 겨냥해 신제품 개발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반면 국내 전자업체들은 "방송장비 국산화"라 는 당면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시장의 대부분을 일본에 넘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방송장비시장은 한마디로 "일제 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주요 장비인 방송용 카메라와 VCR의 경우 일본 소니 장비가 국내시장의 9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으며 각종 효과기.편집장비 분야에서도 소니와 마쓰시타전기 제품 의 시장점유율은 압도적이다.
대우전자.삼성전자.현대전자 등 방송용 카메라와 VCR를 생산하고 있는 국내 전자업체들은 소니.마쓰시타전기.미국의 BTS사와 각각 손잡고 방송장비 개발 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일부 방송장비를 조립、 생산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국내 방송 관계자들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디오 효과기.편집기 등 각종 방송용 부가장비는 일부 국내 중소기업들이 생산에 나서고 있으나 기업 규모의 영세성과 기술력 부족 등으로 채산성을 맞추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방송장비 분야에서 유일하게 국산 제품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자 발생기". 이것은 한글지원 문제 때문에 너무나 당연한 결과여서 거론할 가치 조차 없는 사항이다.
한편 최근 차세대 방송용 편집장비로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논 리니어(Non-L inear)편집기와 각종 애니메에션 제작용 소프트웨어는 컴퓨터 분야에서 우위 를 보이고 있는 미국 제품들이 국내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결국 고부가가치 산업、 첨단산업、 기술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는 방송장비산업은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시장을 고스란히 일본과 미국 등 외국업체들에게 내주고 있는형편이다. 물론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분야가 한두개는 아니지만 방송장비의 경우 특히나 그 정도가 심할 뿐만 아니라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최근 광복 50주년을 맞아 "일본을 넘어서자"는 주제의 특집 프로그램들이 각 방송국에 의해 잇달아 선보이고 있으나 그러한 프로그램들이 일본 소니의 베 타캄 장비없이는 제작될 수 없는 현실은 우리나라 방송장비산업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가지 사례가 될 것이다. <김성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