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냐、 본격적인 성장기 진입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냐. 올들어 7월말까지 무려 75만대가 팔리며 에어컨시장이 일약 1조원(소비자 가격 기준)대 시장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2년째의 초호황국 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도 이같은 상승무드가 내년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기대와 염려가 교차하고 있다.
90년대들어 국내 에어컨 시장은 지난 91년 총 57만여대가 팔리면서 에어컨 업계를 흥분시켰으나 92년 37만대、 93년 34만대로 다시 수요가 곤두박질 치면서 계절상품의 한계를 실감케 했다. 93~94년에 걸친 불황 한파는 다량의 재고를 누적시키면서 에어컨이 골치덩어리로 인식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작년의 유례없는 폭염은 그동안 쌓인 재고를 포함、 38만여대를 완전소진하며 에어컨시장에 재도약의 활력을 부여했다. 업계에서는 계절상품이 지닌 특성상 2~3년을 주기로 수요부침이 반복된다는 점을 감안、 올해도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당초 올 수요를 작년보다 20~30% 증가한5 0만대 안팎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약판매가 예상밖의 큰 성과를 거두면서상반기까지 65만대를 돌파했고 막판수요가 쇄도한 7월한달 동안만 10만대이 상이 팔려 판매량이 작년의 2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업계는 올해의 시황을 지켜보면서 에어컨이 드디어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에크게 고무되고 있다. 즉 날씨가 작년보다 덜 무더웠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에어컨이 사치품에서 생필품으로인식되고 있고 현실적인 구매력 또한 뒷받침되고 있어 올해의 호황을 단순한수요부침사이클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겨우 2년간의 실적만으로 에어컨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기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가까운예로 일본의 에어컨시장이 현재의 보급률 76%에 이르기까지 2~3년 주기의 수요부침이 반복되었으며 4계절용 히트펌프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일본과 달리에어컨의 사용기간이 여름철로 국한된 국내실정을 감안할 때 여전히 기상 요인이 시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복병으로 잠복해 있다는 근거를 들고있다. 업계는 따라서 내년시황이 국내 에어컨시장의 미래와 관련、 매우 중요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내년에도 상승무드가 이어져 올 연말 16%안팎으로 예상되는 보급률이 내년에 20%대로 진입한다면 작년이나올해같은 수요폭발이 없더라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시황에 대한 상충된 시각에도 불구하고 개인소득 1만달러시대의 문화적 욕구와 이미 대부분의 주요 가전제품이 보급률 1백%에 도달한 점을 감안할 때 에어컨시장의 성장속도가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처럼 에어컨시장을 둘러싼 전반적인 분위기가 무르익어 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에어컨보급은 절전성능 향상과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한국형 제품개발 등 업계의 노력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 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