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 FAB 진출 배경

그간 반도체 조립 및 포토마스크.리드프레임 등 반도체 주변사업에 주력해 온아남그룹이 웨이퍼가공(FAB)을 통한 반도체 생산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관련업계는 추진 배경과 성사여부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년전부터 간헐적인 소문으로만 나왔던 아남의 FAB진출이 올들어 수면위로 급부상한 원인과 아남의 잠재력으로 과연 지속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FAB사업이 가능할지 등에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여년 넘게 반도체업계에서 쌓아온 아남의 저력을 감안할 때 이 회사의 본격적인 반도체 생산 참여는 토털솔루션 체제 구축를위한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리스크가 적은 합작을 통한 위탁가공생산(파운드리 서비스) 위주로 사업을 할 경우 승산이 있을 것으로분석했다. 그는 또 아남의 FAB사업의 앞날을 밝게 해주는 주된 요인으로 최근 반도체 시장의 지속적인 호황세를 꼽고 있다. 실제로 데이터퀘스트 등 반도체시장 조사기관들은 최근 반도체 호황세는 200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대응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백개의 FAB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분석을 잇따라내놓고 있다.

아남이 그동안 물밑에서 추진해온 FAB진출을 올초부터 수면위로 올려 빠르게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 적지 않게 고무됐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남의 FAB진출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돼왔다. 조립.소재 등 주변사업 기반이 튼튼하고 오랫동안 거래해온 2백여개의 세계각국의 막강한 수요업체를 등에 업고 있는 아남이 부가가치가 적은 조립에만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는게그 이유였다. 다만 대단위 투자를 하기 위한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유례없는 반도체호황의 지속세는 이를 가능케 해주고 있다는분석이다. 여기에다 FAB진출을 위한 아남의 행보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 것은 역시 최고경영층의 확고한 의지로 볼 수 있다. 대규모의 투자를 요하는 반도체 사업의 속성상 오너의 의지는 사실상 사업성패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 다. 김주진 회장은 지난해부터 FAB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복안을 갖고 실무 관계자들에게 조기 진출을 강력하게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올초 반도체업계의 뛰어난 기획가이자 로비스트로 알려진 민병준씨 의영입에서부터 최근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합작선 선정에 이르기까지 아 남이 보여준 일련의 행보는 동사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발빠른 추진력 을담고 있다.

김회장을 비롯한 아남의 경영진들이 FAB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 것은 일단은 그간 쌓아온 조립.설계기술.소재 등 관련분야에서의 경험에다 소자산업 을더 할 경우 토털솔루션 체제가 구축돼 반도체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한층 두터워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더 실질적인 이유로는 주력인 조립 사업이 안고 있는 수익성 한계를 해소키 위함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 이다. 아남그룹의 주력인 아남산업의 지난해 총 외형은 9천억원 정도. 그러나 경상이익은 이의 3% 정도인 2백60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반도체 호황세에 힘입어 수익률이 30% 이상을 넘어선 D램을 비롯한 소자업체는 물론 장비업체 들과 비교해도 엄청난 차이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상당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FAB진출 결정이 부가가치가 적은 패키지조립 사업만으로는 장기적으로 반도체업계에서 아남의 위상을 더 이상 지키기 어렵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승부수"의 성격이 짙은 만큼 엄청난 강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같은 추진력은 아남의 성공 가능성을 보다 높여 줄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그간 기반을 쌓아온 비메모리 파운드리 FAB인데다 합작선으로 유력시 되는 미 V사.S사.X사 등이 ASIC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력을 갗춘 업체여서 설계.제조기술의 조기확보가 용이하고 막강한 수요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성공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현재 일각에서 자금력을 이유로 제기되고 있는 "성공 불투명론"을 잠재우고 있기도 하다.

아남은 이미 이번 FAB사업과 관련해 재경원에 8억8천만 달러에 달하는 투자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련장비의 발주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아남의 FAB사업은 올해안에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