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걸린 웨이퍼 구득난 배경및 파장

웨이퍼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반도체업체들의 경쟁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웨이퍼 수급상황이 갈수록 빠듯해지고 있으며 데이터퀘스트 등 반도체시장 전문조사기관들도 올 연말을 기점으로 웨이퍼 공급이 달리기 시작、 내년 중반부터는 본격적인 구득난을 겪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들어 웨이퍼 수급파동을 예고하는 이같은 시장전망이 속속 고개를 들고있는 것은 무엇보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수요를 공급이 쫓아가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웨이퍼의 주 수요처인 반도체 가공라인의 증가추세는 실로 엄청나다. 데이 터퀘스트와 세계반도체장비.재료협회 등에 따르면 경기호황에 편승해 지난해부터 경쟁적으로 추진돼온 세계 유력반도체 소자업체들의 공장 신.증설은 96 년에 피크를 이뤄 8인치 가공라인만도 우리나라 10여개를 포함해 60개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조사기관에서는 이에따라 일본.미국.한국 등 세계유력 웨이퍼 공급업체들이 최대한 증설에 나선다해도 96년쯤에는 수요대비 10~20%의 웨이퍼 공급부족사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어두운 예상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업계 일각에서는 "웨이퍼의 주력이 바뀔 때마다 웨이퍼 구득 난을 예상하는 시장전망이 연례행사 처럼 나오곤 했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5인치에서 6인치로 웨이퍼 추세가 넘어갈때도 어김없이웨이퍼 품귀설은 나돌았고 8인치로 본격 전환되는 이 시점에 또 나오고 있으나 늘 그래왔듯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업계의 분위기는 "이번만은 상황이 좀 다르다"는 쪽인 것같다. 실제로 잇따른 공장증설로 수요가 크게 늘어 공급 상황에 이미 영향을 미치고 있고 웨이퍼의 주 소재인 폴리실리콘의 수급상황도 심상치 않은 조짐 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웨이퍼 품귀조짐은 벌써 올 하반기 들어서면서 부터시작됐다 고 전제하고 그 반증으로 그동안 보통 2개월에 달했던 상당수 세계 유력업체들의 웨이퍼 재고 비축량이 최근에는 한달 정도로 줄어드는 등 빠듯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국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7라인)、 현대전자(E3)、 LG반도체(G 1)들도 96년에는 8인치 신규라인을 본격 가동할 방침이어서 현재 수준보다 월10만장이상의 8인치 웨이퍼가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예상으로는 국내 수요의 절반정도를 공급하는 포스코휼스나 실트론이 모두 증산을 추진 하고 있어 이들 증가분 정도는 무난히 충당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 득난이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국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이 과연 어느정도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것인지는 장담할 수없다. 이에따라 이미 국내 반도체업체들도 올초부터 구매선 다각화와 공급계약 장기화 등을 통해 물량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통상 웨이퍼 구득난이 발생할 경우 일시적이거나 국지적인 성격이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 할수 없는 상황인 것 만은 분명하다.

업계는 웨이퍼 수급에 차질을 가져오고 있는 또 하나의 주된 원인으로 웨 이퍼업체들의 증설노력이 미흡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점은 소재산업의 구조적인 속성상 이미 예견돼 왔다고도 볼수 있다.

벌써 수년전부터 불기 시작한 반도체 호황으로 웨이퍼 부족이 예상돼왔음에도 불구하고 웨이퍼업체들이 적극적인 증설을 하지 못하고 게걸음에 그쳐온것은 소재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리스크 때문이다. 웨이퍼를 비롯한 소재산업은 소자산업과는 달리 마진율이 5~10%정도로 낮은 편이다. 소자산업이 많게는 30~50%의 마진이 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때 소재업체들의 이익률은 상대적으로 크게 떨어진다. 그러나 증설 비용은 반도체라인에 버금 갈정도로 커 대다수 웨이퍼업체들은 과감한 투자를 꺼리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등 반도체 선진국에서도 웨이퍼사업을 다만 수급안정 차원에서 계열사 위주로 영위해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점때문인지 몰라도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8인치 제품에 서야 돈을 좀만졌을 뿐 실제로 웨이퍼만으로 재미를 본 업체는 거의 없다는게 정설이다.

6인치 제품까지는 대부분의 업체가 적자 또는 현상유지에 그쳤던 것으로알려지고 있다.

웨이퍼 업체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폴리 실리콘 수급상황이다. 웨이퍼 업체들은 늦게나마 수요에 대응해 증설에 적극 나설 경우 시차는 1년 가까이 나겠지만 어느정도 "수급파동"은 막을 수 있을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웨이퍼의 원부자재인 폴리실리콘이 부족할 경우근본적인 웨이퍼 생산 자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8인치 웨이퍼 생산에 소요되는 폴리실리콘의 양은 6인치의 경우 보다 무려2.3배에 달한다. 최근 반도체 가공라인 증설이 8인치 라인에 집중되고 있는점을 감안할 때 폴리실리콘의 수요증가는 가히 엄청난 수준에 달할 것으로보인다. 그러나 현재 폴리실리콘의 생산은 미헴록(연 3천톤)、 아사미(연 1천6백톤 독바커(연 2천8백톤)、일도쿠야마(연 1천9백톤) 등 4~5개 업체에 한정돼 있고 이미 이들 업체는 주요 거래선에게 까지 할당공급을 실시할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요인들을 종합해 볼때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웨이퍼 구득난은 피할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요가 몰리는 8인치는 물론 저부가가치를 이유로 대다수 웨이퍼업체들이 생산을 기피하고 있는 4~5인치 제품의 품귀가 극심할 것으로 보여 웨이퍼 품귀에 따른 영향은 D램은 물론 TR、 로직IC 등을 생산하는 전 소자업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