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HP, LBP수입 추진 파장

한국휴렛팩커드(HP)사의 A4크기 레이저프린터(LBP) 국내수입에 대한 국내프린터 업체들의 반응은 매우 비판적이다.

현재 수입선다변화품목으로 지정돼 있는 A4크기 LBP의 수입을 유독 한국HP 에만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린터 분야에선 이미 세계시장을 석권하다시피한 HP에 예외수입조항을 적용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국내산업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실시되고 있는 수입선다변화 조항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현재 한국HP의 LBP 수입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통상산업부는 이에 대해 한.

미간통상마찰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막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조치 란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입선다변화를 고수해야 하지만 이 제도 자체가 국제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부분이라 대외적인 문제의 발생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도 예외수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93년 한.미간 반도체 덤핑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돼 국산 반도체의 대미수출이 난항에 부딪혔을 당시 이에 대한 타개책의 일환으로 예외수입을 인정했던 사례도 있다.

즉 96년부터는 미제품에 대한 수입선다변화를 해제하는 한편 그 이전에 수입신청이 있을 경우 이를 허용키로 양국이 합의했다는 것이다.

통산부는 이에 대한 결과로 지난 93년만 하더라도 HP의 LBP가 9천대가량 수입허가를 거쳐 국내 수입판매된 전례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93년의 전례로 보아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 올해초 있었던 18 차한.미 통상회담에서도 미제품에 대해서는 제한수량을 수입토록 하겠다고양측이 합의했다고 통산부 관계자는 설명하고 있다.

또한 HP 제품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자생력도 충분히 길러진 것으로 보이는데다 내년부터는 어차피 수입선다변화도 해제될 것이라 별 문제될 게 없다는반응을 보이고 있다.

통산부의 한 관계자는 "LBP엔진의 경우 일본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있는 상태라 일캐논 엔진을 채용한 HP사의 LBP 수입을 일부 허용한다 해도 대일무역역조를 방지하기 위한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취지에는 큰 무리가 없는것 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국내 프린터업체들의 반응은 다르다.

지난 6월、 LBP를 수입선다변화 해제대상에서 제외시킨 후 3개월도 채 못돼수입선다변화에 대한 가치문제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내년초 LBP를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해제시킨다 하더라도 최소 6개월만이 라도 국내 엔진제조업체들에 자생력을 기를 시간을 준다는 당시 취지가 궁색 하다는 지적이다.

큐닉스컴퓨터와 삼보컴퓨터 등 삼성전자 및 LG전자로부터 LBP엔진을 공급 받아 프린터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경우 만약 HP의 LBP수입을 허용한다면 다 른업체들의 엔진 수입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형평성에 비춰 모두에게 수입기회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HP의 이번 수입은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국내프린터업계는 지난 93년의 경우 수입 전 국내 업체들의 의견수렴과정 을먼저 거친 후 이를 허용、 문제가 최소화될 수 있었다고 설명하며 올해도 이의 처리를 위해서는 업계의 의견수렴 과정 등을 거치는 신중함을 보여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내 엔진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국가 시책만 믿고 엔진개발에 많은 투자를 한 상황에서 HP에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올 10월께 세계 시장을 겨냥한 신모델을 발표할 방침인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 산업을 정말 보호할 생각으로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지정했다면 수입 시기를 내년으로 늦춰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HP가 현재 수입을 추진 중인 제품들의 90%가 A4크기의 보급형 제품인데다 제품가격도 5백달러선이라 국내업체들이 이에 대응하기는 힘겹다는 설명이 다. 연말까지 2만대 미만이 수입된다고는 하나 국내 레이저프린터 시장규모를 볼때 이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LBP엔진은 일본업체들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지만 HP는 세계 프린터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거대 업체라 이의 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일본엔진의 수입을 허용하는 것보다도 반향이 클 것이라는 게 프린터 업체들의 진단이 다. <김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