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2회 코리안컴퓨터처리국제학술대회에서 이끌어낸 4가지 성과는 우리민족의 혼이 담겨 있는 한글의 정보공학적 응용가능성을 무한대로 넓혀나갈수 있는 역사적인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에 합의된 컴퓨터용어 컴퓨터자판, 자모순, 컴퓨터부호계등 4개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규격마련 또는 방향설정은 남북통일 이후 본격 전개될 한글정보처리 표준규격의 확실 한 기초를 다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공동된 의견이다.
이와관련, 한국 북한 중국 등 3개국 1백여명의 학자.전문가 등 참가자들은 이번 학술대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한글정보처리 분야 발전에 획기적인 전환 점을 가져다 줬으며 나아가 민족통일의 염원을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대회에서 최대 성과로 꼽히는 컴퓨터용어 통일권고안 마련의 경우 토론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불과 30여분만에 내년 6월까지 공동안을 마련하자는데에 이르렀다. 이는 실제 같은 의미이면서 한.중.일 3국에서 각기 다른 용어로 표현함으로써 자료의 교환이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의 해결요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의 규범이나 표준보다는 현실에 입각한 민간 차원의 합의 권고가 훨씬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구체적 성과를 보면 ISO 2382의 4천단어의 정의를 기본으로 공동안을 마련하되 3국이 보충하려는 상용어도 포함키로 했다. 또 이번에 발표된 북한 허주 조선콤퓨터쎈터 연구사)의 논문안을 용어통일의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3국 대표가 참여하는 실무소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용어분야에서는 또 공동안 마련까지 연변전자정보센터를 매개로 두달에 한번씩 각국 대표들이 정기 교류한다는 데까지 이르러 늦어도 내년중에 남북 공동의 용어사전 편찬 및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당 자소수를 30개 이내로 한 것은 현재 국내표준인 KS 5715의 33개, 이번에 북한측이 단일안으로 들고 나온 "3안"(당초 1, 2, 3, 4, 5안이 있었음) 의26개를 절충한 것으로 훈민정음 28개를 모두 수용한다는 대원칙이 전제됐다. 또 시프트키를 사용치 않기로 한 것은 실용성을 고려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자모순에서는 비록 한글사전 전체를 뜯어고치는 대합의는 없었지만 컴퓨터 부호계(코드)에서 사용하는 자모순을 통일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그자체만으 로도 대단한 성과인 이분야 합의는 앞으로 소위원회를 별도 구성하여 구체적인 연구의 논의 및 합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회 전까지 사실상 기대를 하지 못했던 컴퓨터부호계에서는 ISO 2022(완 성형)와 ISO 10646-1(유니코드)의 호환성을 위해 ISO 2022에 따르면서 우리 글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있는 1바이트코드의 필요성을 인식, 공동연구를 진행키로 한 것이 성과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글을 폭넓게 지원할 수있는 부호계와 3개국이 현재 사용중인 2바이트 완성형.조합형 등 코드를 변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공동안을 연구키로 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제2회 코리안컴퓨터처리국제학술대회가 이처럼 예상외의 성과를 거둘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는 무엇보다도 이번 행사를 한국의 사 국어정보학회와중국의 연변전자정보센터, 북한의 조선과학기술총련맹등 순수민간 학술.연 구단체가 주도, 처음부터 현실 환경에 기초한 논문발표와 토의가 이루어졌다는점이다. 또 논의과정에서 득실을 따지려드는 정치적.경제적 논리보다는 한민족차원에서 한글의 정보공학적 측면을 우선 고려하는 과학적 접근이 이같은결실을 맺게 됐다는 평가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또 경험부족과 의욕이 앞선 탓으로 학자들간에 정치적 긴 장감이 팽배했던 지난 1회대회와 달리 논문발표와 토론에 임하는 대표들이 격론보다는 양보와 타협을 중시하는 성숙된 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정보처리분야뿐 아니라 모든 남북학술교류에 밝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제2회 학술대회는 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문제점을 남겼다. 우선 중국측을 제외한 남북 학자.전문가 간에 직접적인 만남과 자료서신 협조등 상호교류가 불과 2~3일 정도의 학술대회기간에 한정됨으로써 토론이 효율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점은 당국차원에서 해결해야 될 문제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논문발표나 토론시간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 의 빈곤을 가져옴으로써 이번 대회의 성과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 이다. 이와함께 남북 당사자에 대한 예우나 명칭등 프로토콜 문제가 정립되지 않아토론시간 등에 불필요한 시간낭비와 오해를 가져다줬다는 점이다. 이밖에우리측에서 대표단끼리의 학술적 견해가 다른 경우들이 종종 발견돼 짧은 만남을 더욱 짧게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국 연길-서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