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과 자동차가 출고될 때는 반드시 라벨이 붙는다. 전기나 기름 등에너지를 얼마나 소비하는지를 나타내는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다. 이것은지난 92년7월 당시 동력자원부가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 소비 효율 등급을 5단계로 나눠 제품에 표기토록 하면서 등장했다. ▼동자부가 당 시이 방침을 발표하자 가전업체와 자동차 업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공업진흥 청이 이미 "전기용품 소비전력 및 효율 표시요령"을 시행하고 있어 이중규제 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렇지만 속사정은 에너지효율 등급표시제 시행에 따른 대비가 덜 됐기 때문이었다. 충분한 준비가 없이 시행되자 가전업체들 은초창기에 대부분 제품에 4、5등급을 얻었다. 이에 따라 그 측정 기준을 완화해 등급을 높이는 해프닝까지 벌였다. ▼이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나면서 표면적으로는 정착단계에 접어든 듯싶다. 통상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냉장고 에어컨 등 5개 가전제품이 전체 8백96개에 달하는 1、 2등급에 해당되는 고효율 모델 가운데 56.9%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같은 결과는 가전업체들이 고효율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적지않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자동차의 경우 에너지 소비효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공인 연비가 실제 측정치보다도 30% 이상높다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측정방법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전제품도절반이 넘는 제품이 고효율 제품이라면 에너지 소비효율을 재는잣대가 이미 변별력을 잃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기준 을 완화해 대부분 제품이 고효율 제품이 돼 버리는 상황이라면 자랑처럼달고있는 라벨이 무슨 의미를 지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