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마쓰시타 한국진출 배경과 전망

아남전자가 일본 마쓰시타전기의 가전제품 직수입을 발표해 국내 가전업계 가충격에 휩싸였다.

가전업계는 일단 수입업체가 바로 중견 AV전문업체인 아남전자라는 데 충격을 받고 있다.

아남전자는 오디오를 비롯해 TV、 VCR 등 AV부문에서 어느 정도 기술력과 브랜드를 인정받았고 대리점만 전국적으로 3백20곳에 이르는 유통망을 가진업체다. 이러한 업체가 TV、 세탁기에서부터 청소기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가전제품을 수입할 계획이라는 점에 대해 국내 가전업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전업체가 받은 또다른 충격은, 더딜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일본업체들의 한국 가전시장 공략이 빨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 가전시장의 진출을 꾀해온 일본가전업체들은 높은 땅값 등을 들어 초기단계에서는 직접진출을 전혀 고려치 않아 왔다. 그 대신 한국업체 를통한 간접적인 진출을 꾀해왔는데 마땅한 업체가 없자 한국시장 진출시점 을늦춰왔다. 그런데 마쓰시타가 이번에 전격적으로 아남전자와 손을 잡게 된 것이다.

가전업계는 이를 계기로 일본 가전업체들의 한국시장 진출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남전자는 올초부터 마쓰시타 제품의 직수입을 추진해왔다. 날로 악화된 채산성을 벌충하기 위해 아남은 지난 3월께 기술 제휴사인 마 쓰시타에 제품을 직수입해 판매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엔화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마쓰시타로선 아남의 제의가 반가 운일이었지만 낮은 마진율 등 구체적인 조건때문에 난색을 표명했다.

그러다가 마쓰시타는 아남전자와의 3년간의 기술제휴기간이 끝난 지난 7월 말이후 3%안팎인 로열티를 기술제휴가 되지 않은 아남의 다른 품목에도 확대적용하자고 주장하는 등 재계약을 늦춰왔다. 다급해진 아남측은 마쓰시타에완제품 수입 판매시 적정 마진율을 보장해주는 쪽으로 제의했고 그 결과 마쓰시타는 손쉽게 아남전자의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남측 은 이번 마쓰시타 제품을 수입、 판매하게 된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아남측은 AV시장이 한계보급률에 가까워짐으로써 장기적인 침체국면에 들어가 채산성이 악화된 대리점들이 가전제품까지 취급하도록 해줄 것을 요청 해왔다고 밝혔다. 대리점 채산성을 벌충해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신기술확보도 또다른 이유다.

마쓰시타는 그동안 아남에게 묵은 기술만 전해줄 뿐 새로운 기술이전은 해주지 않았다.

마쓰시타와의 기술제휴를 보다 강화하고 고선명(HD)TV、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DVD 등 신기술 확보를 위해 마쓰시타의 최신 제품을 수입 판매하는 것이차선책이었다고 아남측은 설명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기술 획득을 위해 자사가 내놓는 제품과 같은 제품을 수입한다는 주장은 큰모순이다. 또 대리점에로의 가전제품 공급도 직수입 이전에 국내 가전업체 에위탁생산(OEM)하는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아남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남은 결국 제품기술력과 브랜드의 지명도 면에서 가전3사 등과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상황에서 그 탈출구로 완제품 수입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아남의 입장과는 별개로 마쓰시타로선 한국시장의 교두보를 손쉽게마련한 셈이다. 한국시장의 운영은 현재 마쓰시타의 해외본부내 중근동본부 가 맡고 있는데 직접적인 유통망 구축없이도 3백20개인 아남의 전국 대리점 유통망을 통해 한국시장을 안정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마쓰시타는 또 내부적으로 마케팅 조직이 방대해 효율적인 운영이 힘들었던부담을 덜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가전업계는 이번에 수입 판매될 마쓰시타의 제품이 일부 품목에 그친 데다 대부분 고가이고 한국실정에 맞지 않는 제품도 있어 당장 국내 가전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수입선다변화품목이 해제돼 수입품목이 확대되고 동남아산 제품을 바탕으로 저가공세에 나설 경우 국내 가전시장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전업체들은 바로 이 때문에 아남의 수입 판매 전략에 주목하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