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DVD시대 개막 (3);시장전망

도시바와 소니 양진영의 극적인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 규격 통일 합의로 내년 7월부터 DVD의 상용화 길이 열리게 됐다.

도시바.소니 진영은 물론 이번 극적 합의를 유도해낸 미국 소프트웨어 및컴퓨터업체들은 빠르면 내년 7월부터 동시다발적으로 DVD 관련기기 및 타이 틀을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차세대 기록매체로 부각되고 있는 DVD 관련시장이 얼마나 될지에 대해 세계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세계 DVD시장 규모에 대한 예측은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도 천차만별이다. DVD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을 갖고 있는 쪽에서는 97년 5백만대 정도의 DVD 관련기기 시장이 형성되어 대중화단계에 접어드는 2000년께에는 7천만대 정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DVD로 인해 시장 잠식을 가장 위협받고 있는 VCR 시장 이4천5백만대인 것을 비롯해 CDP(콤팩트 디스크 플레이어) 시장 2천만대、 비디오CD 플레이어 시장 2백만대、 3DO플레이어 등 기타 오락기기 시장 5백 만대 등 가전 및 오락기기 분야에서 7천2백만대 정도의 DVD 시장이 잠재돼 있다. CD롬 드라이브 등 정보기기 분야에서도 DVD는 약 5천만대의 대체수요 시장 을갖고 있다.

여기에다 매년 2억개 이상 쏟아지는 비디오테이프 및 CD시장을 포함하면 DVD 관련시장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사실 DVD관련 소프트웨어 시장은 하드웨어 시장보다 훨씬 커질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현재로서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낙관론자들은 이같은 천문학적인 시장을 DVD가 오는 2010년까지 거의 흡수 할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DVD시장 석권을 비관하는 전문가들은 DVD시장이 결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MD(미니디스크)、 DCC(디지털 콤팩트 카세트)、 LD(레이저 디스크)등 한때 차세대 미디어로 각광받던 제품들이 기술적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미디 어와의 경쟁에서 져 틈새품목으로 전락한 예를 들고 있다. DVD가 기존 CD나비디오테이프에 비해 월등한 기록성과 신속성、 보존성을 갖고 있다 해도 가격적인 면 등 불리한 점도 갖고 있다는 것. 여기에다 VCR등 기존 미디어의 저항이 거세지고 있고 소비자의 보수적 구매성향도 DVD가확산되는 데 걸림돌 로 작용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미 기존 미디어의 저항은 본격화되고 있다.

VCR시장의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으면서 DVD를 전략적으로 밀어부치고 있는 도시바.소니.마쓰시타 등 일본 VCR업체들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의 4분 의1인치 비디오테이프를 미디어로 이용하는 VCR의 생산을 줄여나가는 대신 디지털 방식의 2분의 1인치 VCR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들 일본업체는 이달초 캠코더용 2분의 1인치 비디오테이트를 출시한 데이어 올 연말께 이를 이용한 VCR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DVD에 버금 가는 화질을 구현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DVD기기업체들은 DVD 공디스크의 가격을 장당 18~20달러、 DVD 드라이브 가격을 대당 2백달러 내외、 DVD 플레이어는 대당 8백달러 선으로 잠정 결정하고 있다.

이는 현재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중고급형 VCR가격인 2백50달러보다 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내년초 본격 출하될 디지털 VCR도 DVD플레이어보다는낮을 것이라는 게 일본업계의 분석이다.

이같은 정황을 미루어 볼 때 DVD가 VCR 등 기존 가전 및 오락기기를 시장 에서 밀어내고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것이다. DVD는 가전기기보다는 오히려 CD롬 드라이브 등 정보기기 분야에서 더욱빛을 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기록 및 속도에서 기존 CD롬 드라이브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지니고 있는데다 응용기술이 유사한 DVD는 곧바로 PC의 주변장치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당 2백달러 내외인 DVD 드라이브 잠정가격은 현재 PC 주변기기로 각광받고있는 4배속 CD롬 드라이브보다 30% 정도 비싸지만, 앞으로 보급이 늘어날6 8배속 제품보다 가격이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따라서 타이틀의 보급만 제대로 되면 내년말부터 DVD드라이브는 기존 CD롬 드라이브를 급속히 대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DVD의 정보량 및 처리속도를 현저히 높여 PC의 대표적인 보조기억장치인 HDD시장을 넘본다는 게 DVD업계의 장기전략이다.

즉 현재 PC에 탑재되어 있는 각종 주변 보조기억장치의 기능을 DVD에 통합 、간편한 PC를 꾸민다는 게 PC업계와 DVD업계의 전략이다.

DVD업계의 움직임에 자극받은 시게이트.퀀텀등 주요 HDD업체들은 최근 HDD 를이용한 AV 플레이어 개발에도 적극 나서는 등 시장방어전략 구축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기존 PC주변기기 업계의 저항에도 불구、 DVD가 PC의 핵심 보조기억장치로 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현재 CD롬 드라이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업체들이 한결같이 DVD를 개발하고 내년말부터 CD롬 드라이브의 생산설비를 DVD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주요 가전 및 컴퓨터업체들도 일본과 비슷 한시기에 DVD 관련기기를 출하한다는 계획아래 부품의 독자개발 및 아웃소싱 을본격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국내업체들은 DVD 특허문제 및 핵심부품의 수급 등으로 일본업계의 움직임을 보아가며 DVD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편 DVD가 VCR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주력 가전품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될 사안은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

기존 VCR테이프도 법적으로 복제가 금지되고 있지만 불법으로 복제할 경우에도 화질이 떨어져 정품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DVD 디스크는 TV를 이용해 불법복제할 경우 정품과 동일한 화질을 구현할 수 있어 불법복제물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타이틀업체들은 LD처럼 DVD디스크를 대여치 않을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타이틀 보급에 문제가 발생、 DVD플레이어의 보급에도 상당한 지장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내년까지는 가격이 비싸 리코딩이 가능한 DVD 리코더가 대량 보급되지않겠지만 향후 DVD리코더의 가격이 내릴 경우 불법복제 타이틀의 범람은 불을 보듯 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적인 뒷받침이 DVD 보급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면서 곧 가시화 될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여튼 DVD가 기존 미디어를 흡수통합、 새로운 미디어 강자로 군림하게 될것인가 혹은 기존 미디어와 공존하는 또 하나의 미디어가 될 것인가는 "소 비자의 선택"의 달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