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PCS 기술표준

정보통신 관련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정책적인 규제완화, 개방화라는 전세 계적인 정보통신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통신서비스시장의 대형화와 다변화를 초래하게 됨에 따라 통신방식의 표준화에 대한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표준화를 위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요즈음 차세대 통신서비스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PCS의 경우 국가 기술표준 선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설전이 전개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표준의 선정이나 논의에 앞서 국가기술표준에 대한 올바른 방향 설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혹자는 지나치게 원론적인 논의가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할 지 모르지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과거의 전철을 되밟지 않기 위해서 반드시 지적돼야 할 부분으로 생각된다.

정보통신기술 국가표준을 선정하는 것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정보화사회로의 진전에 따라 고도화되고 다양한 통신서비스 및 시스템들이 등장하고, 다수의 사업자 출현으로 서비스간 시스템간의 상호 접속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술방식의 표준화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표준화를 통해 대량생산을 유도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통한 원가절감 및 광범위한 시장수요를 창출해 보다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다.

둘째, 기술적인 관점에서 상호 공통된 규격으로의 통일을 통해서 기술력을 집중, 기술개발을 촉진하며 이를 통한 대내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국가표준의 선정은 전세계적인 기술발전방향을 정확히 분석하고 장기적인 전망에 근거해야 하며, 이를 통해 정상적이고 자생 력 있는 산업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무한경쟁의 양상을 띠는 현재의 세계시장 구도속에서는 선도적 위치 를차지하는 것만이 지속적인 국가경쟁력을 보장해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 면국가기술표준을 선정하는 것은 국내산업 보호 및 양성이라는 수세적인 의미이외에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적 전략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있다. 즉 국가기술표준을 통해 국내시장을 실험의 장으로 적극 활용하고 이를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의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경우 PHS를 먼저 구현하여 자국의 시장을 통해 실험 하고 있으며, 유럽의 선진 이동통신 기술국들 또한 타국에 앞서 자국내에서 의 기술표준을 실험해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그러므로 미래 세계시장에서의 자국의 입지를 감안한 장기적 전망과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국가전략의 관점에서 국가표준 선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PCS 기술표준을 둘러싼 현재의 국내상황을 볼 때, 단기적 이익에 급급한 나머지 장기적인 계획과 기술의 합리성, 그리고 국내기술 개발의 가능성 보다는 선진 외국에 의해 개발된 기존 기술을 도입하려는 경향을 보이고있다. 외국 특정업체의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그 업체에 종속되는 결과를가져오며 전세계적인 미래추세에 부응하지 못하게 된다.

일례로 국내에 디지털 셀룰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과거 수년간 우리나라가 기울인 노력에 비추어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특정업체 의 기술도입에 의존함으로써 올바른 기술습득 및 인력양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S표준을 전술한 외국 특정업체의 기술을 면밀한 검토 없이 또다시 도입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려 하고 있으며, 그동안 축적된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한 국내기술 개발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계속 종속적 인외국기술도입을 주장하는 무사안일주의로 인해 국내 기술표준의 선정에 있어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상용화된 기술을 도입해 상용서비스를 조기에 실시하자는 주장은 상용서비스의 조기 실시에만 지나치게 집착하여 국가 기술표준 선정의 본질을 그르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목전에 다가온 통신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통신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소리높이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방법으로는 국내 시장을 미리 외국에 내주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 틀림없다. 외국의 표준과 기술을 도입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현재의 관행으로는 종속적인 현위치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장기적으로 엄청난 국익손실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국가표준의 선정은 분명히 어느 특정업체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이아니라 국가 전체의 각 부문에 혜택이 고루 돌아가는 관점에서 이루어져야만한다. 그러므로 축적된 국내의 기술력을 미래지향적인 기술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이를 통한 국내의 기술표준으로 국내 시장과 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술우위의 선점권 획득을 통한 시장의 세계화를 기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