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콤 "체신금융망" 포기 배경

오는 97년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던 지역분산환경의 차세대 체신금융망이、 구축 전담사업자로 지정됐던 데이콤이 납기일 촉박과 기술부족 등을 이유로 사업권을 자진반납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정보통신부는 20일 데이콤과 계약을 해지하고 11월말까지 관련업체에서 제안서를 받아 12월중 전담사업자를 다시 선정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데이콤이 지난 2월 사업자 선정이후 8개월이 지난 현시점에서 사업을 포기하게 된 이유는 자사가 당초 정보통신부에 제안했던 클라이언트 서버환경의 시스템 구축에 따른 시스템통합(SI) 전문기술력 부족과 촉박한 납기일、 그리고 컨소시엄구성업체와의 협조체계가 제대로 안됐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최첨단 신기술을 적용해 단시일 내에 전산망을 구축해 국민들에게 선보이겠다는 정보통신부 입장과、 자신들의 기술력을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사업권을 따놓고 보자는 데이콤의 욕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데이콤이 사업권을 반납하면서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인 기술부족은 자체적 으로 신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데이콤이 업무개발에 앞서 수행해야 할 제도개선 BR 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담업체인 자사와 컨소시엄 참여업체간의 업무 조정과 협조를 제대로 갖춰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과의 원활한 협조관계가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데이콤이 제안한 납기일인 96년말까지 전국 2천7백여개소의 우체국을 분산형 정보통신망으로 통합해 묶어내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이처럼 기술부족은 컨소시엄 업체와 원만한 업무조정만 이뤄지면 해결 가능한 것이므로 다만 문제가 된다면 촉박한 납기일이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하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클라이언트 서버 개념의 정보기술의 경우 데이콤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부 분의 SI업체들이 최신정보기술로 구현하고 있는 것으로、 캐나다의 SHL은 세계최고의 클라이언트 서버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업체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또한 국내 SI전문업체인 삼성데이타시스템.동양SHL.현대전자 등도 클라이 언트 서버 기술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전문 기술인력들을 보유하고 있는업체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데이콤은 지난 2월 프로젝트 수주 이후 작업착수 업무파악에 들어간뒤 스스로 제안한 납기일에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수 없음을 파악하고 수 차례에 걸쳐 정통부에 납기일 연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권 자진반납은 공공부문의 사업자 선정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것을 입증했다. 체신금융망 구축사업은 건설부문으로 비교한다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서비스 대상도 전체 일반국민으로 한 금융서비스사업이기에 사업차질로 인 한피해는 일반국민 전체로 파급되며 그 규모도 막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특히 체신금융망사업과 같은 첨단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은 건설 프로젝트와 달리 부실시공으로 대형사고는 물론 이용자들에게 큰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콤의 사업포기로 체신금융망사업은 상당기간 지연 이불가피하다"며 "체신금융망과 같이 국가기관의 대형 공공프로젝트는 지정 사업자가 중도에 사업을 포기할 경우 사업자의 경영손실도 크지만 사업차질 로인한 국가적 손실 또한 막대하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에 있어 객관성과 타당성을 바탕으로 한 평가기준을 마련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업자를 선정함에 있어 저가입찰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사업자 들이 제안한 제안기술이 적합한가、 또는 객관적으로 타당한 것인가에 중점 을두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의 경우 특히 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 프로젝트일 경우 사업자 선정시 기술적합성에 중점을 두고 사업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가격부문은 전체 평가요소에서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에 데이콤이 포기한 체신금융망 사업도 데이콤 컨소시엄이 사업수주을 위해 제안한 내용을 보면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쟁 컨소시엄이었던 LG-EDS시스템이 구성한 컨소시엄보다 납기일이 1년 정도 짧았고 가격도 훨씬낮게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1월 사업자 선정을 위한 별도의 심의기구까지 구성해 사업자들의 제안을 심의 평가한 바 있다. 정부공공기관이 이러한 절차를 통 해선정한 업체가 프로젝트 수행도중에 기술력 부족과 자신들이 제안한 납기 일을 맞출 수 없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한다고 하는 것은 누구도 납득할 수없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공공프로젝트의 사업자 선정 평가기준은 낮은 가격과 무리 한납기일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제안기술의 기술적합성 *프로젝트의 일정.관리과정 및 중간.최종 산출물 등에 대한 사업관리 *응찰업체의 재무 상태 및 관련사업의 경험과 노하우 등에 대한 프로파일 *사업추진전략 등을 중점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앞으로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이같은 일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관련분야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전문기술지원기관을 적극 활용하는 등사업자 선정에 있어 체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밖에도 정보시스템 프로젝트의 부실구축이 건설부문의 부실건설보다 국민들에게 끼치는 폐해가 더 심각하므로 건설업 부문에서 벽산건설이 건설중 이던 행주대교가 붕괴이후 건설부가 도입한 부실공사 시행업체에 대해 6개월 동안 정부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설프로젝트 수주를 못하도록 한 것처럼 정보시스템 구축부문에도 이같은 제도를 하루빨리 도입해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하고 있다.

따라서 발주자인 정부공공기관도 국민들에 대한 차원 높은 서비스를 위해 전시행정의 관행에서 벗어나야 하며 전시행정에 부합해 무조건 수주해 놓고보자는 업체들의 생각도 이번일을 계기로 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