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세종 얼 담는 한글코드

공교롭게도 지난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코드체계가 세간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계기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우95에 적용할 한글코드체계로 우리나라표준 KS 인 완성형과는 달리 자체개발한 확장완성형(통합형)을 채택하겠다 고발표한 데서 비롯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개발한 확장 완성형은 한글의 어순을 무시한 글자배치 로우리의 고유한 한글문화를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에 따 른혼란도 엄청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이번에 문제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확장 완성형 한글코드체계가 한글 1만1천72자 가운데 2천3백50자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기존 KS완성형의 문제를 해결해 나머지 8천8백22자를 추가로 표기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점이있음에도 국내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우리의세계적 자랑인 한글의 표기체계를 무시하고, 우리가 정한 표준안도 따르지않은 것은 분명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다행히 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와 관련기관의 개입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 가우리 표준안을 따르기로 해 문제가 일단락되긴 했지만 차제에 한글코드 체계가 정보화에 있어서 얼마나 중차대한 문제인지에 대한 경각심을 갖자는 뜻에서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먼저 정보화시대에 있어서 정보를 표현하는 수단인 글의 가치-우리나라에서는 단연 한글이 지배적 수단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에 대해 인식을 새롭게해야 한다. 글이야말로 우리가 컴퓨터에서 구동하는 소프트웨어중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정보를 표현하는 핵심은 말과 글이기 때문이다. 글을 기록하고 전달하고 보존하는 매체로서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랫동안 컴퓨터에만 관심이 있었고 우리의 한글을 어떻게외래문명인 컴퓨터를 통해 잘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등한시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정보를 담는 틀이자 그릇인 한글을 컴퓨터를 통해서어떻게 하면 올바르고 편리하게 구현할 수 있는지 등 한글코드에 대한 연구 와함께 우리의 한글을 아름답게 표기하기 위해 폰트에 대한 연구개발에 보다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다른 측면에서 한글코드체계는 중요성을 갖고 있다. 즉 현재 국내에서 활용되고 있는 다종다양한 소프트웨어 가운데는 외국산의 비중이 매우 높은상황이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국내 사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한글화의 과정을거치면서 한글코드체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우리가 한글코드체계를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이들 외국산 소프트웨어의 활용 효율 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어느 사무실치고 PC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으며 국내 가정에의 PC보급률도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조사되고 있다. 앞으로 1가구 1PC정도가 아니라 TV처럼 1가정에 2~3대의 PC를 보유하는 추세로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글을 쓰고 전달하는 수단도 전통적인 펜과 종이에서 PC를 이용한 워드프로세서와 통신프린터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글문화의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고, 그 변화의 핵심을 한글코드체계가 쥐고 있다. 여기에 한글코드체계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가 다시한 번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있다.

만약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윈도우95에 적용키로 한 확장완성형 한글코드가 그대로 채택되었다면 우리의 KS완성형 한글코드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다. 실사용자들에게서 우리의 한글코드체계가 뒷전으로 밀리고 마이크로 소프트가 정한 한글코드가 안방을 차지하는 형국이 전개되었을 것이다.

국내 PC사용자들에게 불어닥친 윈도우95열풍을 보면서 우리는 그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PC사용자들 대부분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한글코드체계 에 익숙해지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은 컴퓨터에서의 한글구현까지도 우리가정한 방식이 아닌 외국의 특정 회사 방식에 종속되는 현상이 벌어짐을 의미 한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정신이 이 시대에 크게 훼손될 뻔한 사건이라 아니할수없다. 지금도 우리는 87년에 정한 완성형과 함께 92년에 추가한 조합형을 모두 표준안으로 수용하고 있고, 거의 모든 컴퓨터가 이 두가지를 모두 지원할 수있도록 만들어지고 있다.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완성형이 표준안으로 지정된 후에도 끊임없이 한글표시의 한계로 인해 문제시되어 오다가 5년후에 야 보완책(조합형)이 마련됐다.

그동안 사용자는 물론 관련업계의 손실과 혼란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국제표준기구 ISO 가 동북아시아용으로 정할 유니코드의 가시화에 따라 한글코드체계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완성형 코드, 조합형 코드, 유니코드가운데 어느 한 가지를 확실히 선택해 지난날의 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아야한다. 물론 그 선택의 기준은 모든 한글을 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조합원리, 어순 등을 지키는 것이어야 한다.

마침 지난 9월에 남북한이 함께 참가한 코리안 컴퓨터처리국제학술대회에 서유니코드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한글을 폭넓게 지원하는코드를 개발키로 했다고 한다. 이 움직임은 통일시대에 대비한 한글코드체계의 남북 통일안 마련이라는 의미 이전에 그동안 내부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던한글코드체계에 대한 단일안 선택을 보다 수월케 하는 분위기조성이란 점에서 기대된다.

윈도우95가 제기한 교훈을 거울삼아 우리의 관련 정부기관과 정보산업계, 언어 및 문화학계, 사용자들의 지혜와 관심을 모아서 보다 효과적인 한글코드체계가 마련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정신을 오늘에 다시 살리는 길인 것이다. <쌍용정보통신 사장> 김남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