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4백억엔".
NEC, 도시바, 후지쯔,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전기등 일본의 5대 반도체관 련업체들이 지난달 말까지 내놓은 95년도 설비투자액의 합계다. 올해 들어각업체들이 증액을 거듭, 연초에 계획했던 6천억엔에서 계속 불어나 이전의사상최고인 84년도의 6천1백90억엔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여기에 오키전기, 산요, 마쓰시타등 2군(군)업체들의 투자액을 합치면 그 규모는 1조엔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게다가 이들 5개 업체의 96.97년 계획을 보면 사상최고액을 계속 갱신하며 투자 열기가 갈수록 더해 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본 산업계 일각에선 그 열기가 지나치다는 "신중론"이 조심스 레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신중론을 펴는 이들은 한국과 대만업체들에 대항해 언제까지 설비투자를 확대할 수 있겠느냐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 이러한 의문은 반도체부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다른 사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물론 이같은 우려는 반도체 호황이 앞으로도 계속 된다면 기우로 끝난다.
그리고현재로서는 반도체시장이 침체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반도체 업체들의 대대적인 설비투자는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세계적인 PC붐에 힘입어 반도체산업이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배경으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을 주기로 호.불황이 찾아온다는 이른바 "실리콘 사이클"은 최근 들어 그의미를 잃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구형이나 신형 제품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 제품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고 향후전망도 밝다. 정보통신기기, 간이휴대전화(PHS)등 멀티미디어시대를 겨냥한 다양한 제품들이 반도체를 흡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도체산업을 이끌어가는 PC시장의 전망도 밝다. 미인텔사에 따르 면세계 PC출하대수는 오는 2000년에 현재의 2배인 1억3천만대로 확대될 전망 이다. NEC도 "침체요인이 전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현재나 미래의 주변환경은 아무리 투자해도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이 일본뿐아니라 전세계 반도체업체들을 설비투자경쟁으로 몰고 있는 것이다. 미 비즈니스위크 지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건설하기로 계획된 공장이 전세계적 으로 90개에 달하며 이에 따른 총투자액은 7백70억달러에이른다. 이는 80년 대 전체투자액을 웃도는 금액이다. 각 업체가 엄청난 자금을 설비확충에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신중론자들은 이러한 경쟁적인 대규모 투자를 경계하고 있다. 투자가 크면클수록 위험도 크다는 것이다. 즉 설비투자가 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크면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NEC의 경우는 20%대를 위험수위 로 보는데 95년도에 15%로 늘어나게 된다. 후지쯔는 95년도에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물론 반도체업체들도 이를 의식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엔고에 따른 산업 공동화나 잉여인력대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익성높은 반도체에 우선 집중 투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각 업체는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기능제품으로의 이행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메모리에 대한 의존도는 여전 히높은 상황이다.
실리콘 사이클은 확실히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요호조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신기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