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디지털화 추세를 가장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제품은 디지털비디오디스크 DVD 다. DVD는 기존 아날로그 제품을 수렴해 멀티미디어화하는 것을 비롯해 *원천 기술을 가진 몇몇 기업이 국제 표준규격의 제정을 주도하고 *기술확보를 위 한기업간의 전략적 제휴가 국경을 넘나드는 등 가전제품의 디지털화 과정에서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줬다.
DVD는 고밀도 및 대용량을 바탕으로 VCR, 레이저디스크플레이어(LDP), 비디오 콤팩트디스크 플레이어(CDP) 등 영상의 기록 및 녹화와 관련한 기존 아날로그 기기를 흡수 통합할 전망이다. 또 인터액티브기능을 갖춰 컴퓨터 등 다른 매체와의 융합에 따른 멀티미디어기기로서 중추적인 역할도 기대된다.
DVD도 디지털 VCR 및 캠코더 등 다른 디지털제품과 마찬가지로 제품의 통일성을 유지하려면 국제적인 표준규격을 필요로 한다.
표준규격을 제정은 대체로 관련 원천기술을 가진 일부 기업들이 주도하기 마련인데 DVD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9월 DVD 규격 통합을 합의하고 최근 막바지 세부협의에 들어간 양면사용방식(SD)진영과 단면사용방식(MMCD)진영에 있는 소니.필립스.마쓰시타.도시바 등이 바로 그런 업체들이다.
DVD는 새로운 매체이기 때문에 광학.컴퓨터.정밀기계 등 각종 원천기술이 소요되고 기술개발 초기에 많은 투자비를 요구하고 있어 한 기업이 모든 기술을 확보하기 힘들게 돼 있다.
이에 따라 세계 유수의 전자업체들은 저마다 DVD기술확보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국경을 넘어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삼성.LG.대우.현대 등 전자4사 도DVD시장에서 일본업체와 같은 출발선에 서기 위해 최근 자체적인 기술 확보노력과 함께 외국기업과의 제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DVD에 적용되는 원천 기술로는 광학, 디지털신호 고밀도 압축, 메커니즘 설계, 서보제어 등이 있다.
광학기술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갖춘 부문은 광픽업제조기술이다.
광기기에쓰일 픽업을 자체 생산하는 과정에서 쌓은 제조 노하우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최근에 비로소 일부 업체가 청색레이저 기술을 확보하는수준에 이를 정도로 레이저기술 확보에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업체들은 DVD에 쓰일 적색레이저기술을 넘어서 최근에는 자외선을 이용 해기존 광디스크 기록용량을 1천배 정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 디지털신호를 고밀도로 압축하는 기술은 영상압축(MEPG2)과 음향압축으로 나뉘며 두 분야의 기술 모두 유럽과 일본의 미디어제조업체들의 손아귀에 있다. MEPG2는 영상의 내용에 따라 압축률을 달리하는 가변비트율 알고리듬을 주 로사용하며 음향압축기술은 음의 주파수특성에 맞게 "돌비 AC3"표준으로 기록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줘야 할 국내 미디어업체와 AV전 문업체조차 기초 연구실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이들 기술의 대외의존도는 매우높은 실정이다.
광학과 디지털신호압축기술에 비해 데크메커니즘설계기술과 정밀서보기술 등은 상대적으로 국내기술이 외국기술에 근접해 있다고 국내 업체 관계자들 은주장한다. 그동안 광기기 등 각종 AV기기를 제조하면서 어느 정도 관련 노하우를 쌓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제조공정기술이지 원천기술은 아니기 때문에 이들 기술의 국 산화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해 국내 업체들은 DVD의 제조기술에서는 외국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지만 원천기술에서는 매우 뒤떨어져 있다. 이로 인한 DVD의 상품화 과정에서 막대한 기술로열티 부담이 예상돼 국내 업체들은 당분간 이 들원천기술의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앞으로 DVD기술의 개발방향은 일단 가정용 DVD플레이어와 컴퓨터용 DVD롬 의개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조기 형성이라는 점에서 보면 영화 사등 소프트웨어업체의 관련 타이틀의 활발한 출시를 전제로 하는 DVD플레이 어보다 광범위한 PC보급으로 기존 CD롬드라이브를 대체할 DVD롬이 상대적으로유리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DVD플레이어가 보급 한계에 이른 AV상품의 새로운 돌파구라는 의미때문에 국내외 전자업체들은 가정용 DVD 기술의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 디지털신호를 기록하는 장치로 VCR를 완전히 대체할 DVD리코더는 작은 몸집으로도 실시간으로 디지털신호를 압축할 수 기술이 일반화될 2000년 초 반기에 들어서야 개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신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