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화.현지화로 치닫고 있는 전자업체들에 빼놓을 수 없는 요충지 라는 점에서 현지투자 환경의 변화가 그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들어 직.간접적으로 흘러나온 중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관세감면 혜택축소 계획은 대단위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가전3사를 비롯한 전자업계에 적지 않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현재 계획하고 있는 세제혜택 축소(안)은 크게 3가지로 요약 된다. 먼저 외국인 투자기업이 총 투자금액 범위내에서 반입하는 생산설비 및 기계류에 대해 적용하고 있는 관세 및 부가세 감면조치를 내년부터 철폐키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정부가 벌써 결정해 놓고 발표할 때까지 내부비밀 로숨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연말까지 현지법인 설립허가 및 등기、 생산설비에 대한 관세감면 승인을받을 경우에는 투자금액 3천만달러 미만 1년、 3천만달러 이상 2년 등으로 유예기간을 두기로하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했다는 것이다.
심 주해 하문 산두 해남안 등 5개 경제특구에 진출한 제조업체들의 법인세도 현재 10~15%에서 오는 97년까지 단계적으로 33% 수준으로 올릴 방침 이다. 수출용 원자재를 수입해 다시 수출할 경우에 주어지는 17%의 부가세 환급 조치도 14%、 9% 등으로 낮출 조짐이다.
이같은 방안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중국에 투자진출하는 외국기업들은 현재보다 약 20%정도 추가 부담을 안게 될 전망이다.
중국이 이처럼 관세감면 축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은 내년으로 예정된 세계 무역기구(WTO) 가입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세수입을 더욱 감소시킬 것이라는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WTO 가입으로 수입관세마저 크게 줄어들 경우 중국의 세수입은 국민소득(GDP)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현지진출 한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이에 앞서 외국인 투자관련 가이드 라인을 새로 마련해 투자정책을 선택적이고 제한적인 방향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새로운 가이드 라인에는 반도체와 같은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혜택은 존속하지만 일반 산업분야의 투자에 대해선 투자비율.수출비율.생산품목 등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는 외국투자자가 중국기업 또는 합작법인에 65%의 지분을 갖고 있다면 생산제품의 65%를 수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미국 과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새로운 투자가이드 라인을 비롯한 관세감면 축소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한편 대중투자를 축소하는 방안도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투자유치 정책이 요즘 거론되고 있는 방침대로 시행될 경우에는 외국기업의 대중투자가 현재보다 30% 정도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자업계에도 투자분위기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겉으로 드러내고 투자진출 계획을 취소하거나 보류시킨 기업은 없지만내부적으로는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몇몇 업체는 상황에 따라 투자진출 계획을 백지화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특히 중국에 가전복합단지 구축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가전3사는 여간 고민 스러운 게 아니다. 이미 상당부분 투자가 진척돼 있고 연차적인 투자계획도 마련된 상황에서 투자환경이 악화됐다고 해서 중도하차하기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부품협력업체의 중국 현지진출을 적극 유도해온 삼성전자와 대우전자 등은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완제품의 현지생산 계획을 포기할 경우에는 이와 관련해 동반진출할 예정인 부품업체들의 현지생산 자체가 의미를 잃게 된다.
예정대로동반진출을 강행한다 해도 협력업체들의 생산설비에 대한 관세부담 등을 누가、 어떻게 보전시킬 것인가하는 문제가 뒤따른다.
LG전자가 내년으로 예정했던 냉장고.세탁기 생산법인을 연내에 설립키로 방향을 바꾼 것이나 대우통신이 서둘러 팩시밀리 공장건설에 나선 것 등은 모두 내년부터 실시될 것으로 보이는 생산설비 관세 및 부가세 감면조치 철폐계획에 대응하기 위한 경우다. <이윤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