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신화" 무너지는가-32비트 전용 펜티엄프로 출시 "자충수"

"인텔이 흔들린다(?)" 세계 CPU시장에서 인텔의 아성이 올해를 기점으로 상당부분 무너져 내릴것으로 보는 시각이 최근 강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인텔의 최대 강점으로 꼽혀온 마케팅정책이 펜티엄프로(P6)로 인해 적지 않은 차질을 빚으면서 고개를 들고 있는 이같은 전망은 최근 호환칩 내지 후발주자에 만족해왔던 경쟁업체들의 거센 추격과 맞물려 설득력을 더해가고있다. 이제까지 세계 CPU시장에서 인텔이 꾸준히 선두자리를 지켜온 것은 뭐니뭐니해도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칩의 출시 덕분이었다. 새로운 고성능 제품의 빠른 출시로 시장을 창출해가는 인텔 특유의 마케팅전략은 PC의 보급확산을 유도해 이에따른 CPU시장 확대를 가져왔고 호환칩 업체들을 따돌리는 효과 또한 적지 않았다. 올들어서는 이같은 전략이 극에 달해 3개월 단위로 신제 품을 쏟아내 고객인 PC업체들의 커다란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인텔의 이같은 전략은 이달초 인텔이 또다른 야심작으로 내놓은 펜 티엄프로로 인해 사실상 제동이 걸리게 됐다. 펜티엄프로가 현재 사용중인 16비트소프트웨어 환경에서는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는 32비트 전용제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펜티엄프로는 일부 16비트 환경에서는 기존 펜티엄 보다도 처리속도가 떨어지는 등 성능면에서 뒤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인텔측도 이같은 약점을 인정하면서 "펜티엄프로는 PC보다는 서버나 고성 능워크스테이션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어차피 올 연말시장은 펜티엄90M 1백MHz 제품을 주력으로 끌고 가고, 32비트의 윈도96(가칭)이 상용화될96년말이나 97년부터 본격적인 펜티엄프로의 시대를 연다는 설명을 덧붙이 고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텔의 주장은 그간 인텔이 추구해온 마케팅 정책과 비교하 면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3개월 단위로 신제품을 출시해가며 시장고수에 전력해온 인텔이 2년 후의 제품을 내놓고 그때까지의 공백은 기존 제품으로 메꿔간다는 발상은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내년부 터펜티엄프로의 시대가 열릴지의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인텔의 예상대로 내년 이후에 32비트 환경이 제대로 구축된다는 보장도 현재로선 그다지 확실 치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환경 구축에 앞장 서 줘야할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인텔과는 달 리마켓을 창출하는 쪽보다는 수요자의 기호도를 쫓아가는 기업특성을 갖고있다. 때문에 상당수 전문가들은 32비트 전용환경은 윈도97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일이 왜 일어났을까.업계전문가들은 MS와의 "잘못된 교감 "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인텔은 MS의 윈도95가 32비트 환경으로 구축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MS가 시장환경 및 개발상의 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16비트 및 32비트 혼용환경으로 전환하는 바람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돼버렸다는 후문이다.

결국 서버용이나 워크스테이션용이란 말은 이에대한 궁여지책으로 나온 대안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최근 펜티엄프로가 컴팩의 일부 서버기종에서주변기기기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했다는 테스트 결과는 당초 인텔이 이 제품을 서버기종을 겨냥해 개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여하튼 32비트의 소프트웨어 환경이 지연되는 한 펜티엄프로의 고전은 불 을보듯 뻔하다. 또 이같은 상황은 최근 넥스젠을 인수하고 686급 CPU시장을 향해 줄달음치는 AMD나 "M1"을 출시하고, 정식으로 인텔에 선전포고한 사익 릭스 등의 경쟁업체에게 그간 볼수 없었던 호기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또 여기에다 그간 인텔의 일방적인 "몰아가기식" 마케팅 정책에 지친 수요업체 PC업체 들의 호응이 가세할 경우 예상보다 쉽게 CPU시장구도는 재편될 수있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국내 PC업계의 한 관계자는 "펜티엄프로는 분명 인텔이 자랑해온 제품 마케팅정책에 적지 않은 차질을 가져왔고 이는 곧 제품 라이프사이클 단축을 주도해온 인텔 자신에게 치명타를 안겨주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인텔의 신화가 깨질 날도 멀지 않았다"고 보는 성급한(?) 추측이 설득력 을얻어가고 있는 시점이다. <김경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