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우여곡절끝에 타이컴의 후속기종인 국산 주전산기Ⅲ(모델명 SSM-8000 기종을 독자적으로 8일 공식 발표했다.
삼성측은 이 시스템의 발표로 "그동안 외산 컴퓨터 의존도가 극심했던 중 대형 컴퓨터 분야에서 국산 제품이 본격 보급될수 있는 길이 활짝 열리게 됐다 며 상당히 고무돼 있는 상태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국산 주전산기Ⅲ 공식 발표를 놓고 국산 주전산기 업계 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과연 삼성의 국산 주전산기Ⅲ 발표가 향후 국내 컴퓨터 산업 발전에 긍정 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업계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사실 삼성전자가 국산 주전산기Ⅲ를 공식 발표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올초부터 삼성이 국산 주전산기 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주전산기Ⅲ를 발표 할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심심치 않게 나돌았다. 이같은 예상에 부응하듯 삼성전자는 올 5월 공식발표 일정까지 잡아놓았지만 제반 여건이 여의치않아막판에 무산되고 말았다.
삼성의 발표무산 이후부터 이미 국산 주전산기Ⅱ(타이컴) 발표시 삼성에 선수를 빼앗긴 경험을 갖고 있던 현대.LG.대우 등 경쟁업체들은 또 다시 과거의 경험과 오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삼성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부터 국산 주전산기 업계에서는 최소한 타이컴 발표때 와는 달리 시스템의 안정성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에서 신제품을 발표해야 한다는 인식이 업계 전반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국산 주전산기 사업이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감안해 주전 산기 4사가 제품의 발표 시점、 주전산기의 기본적인 규격、 마케팅 등 측면에서 어느 정도 공동 보조를 취하는게 좋지 않냐는 의견이 개진됐던 것.
이같은 인식 아래 컴퓨터 연구조합과 국산 주전산기 4사는 국산 주전산기 의 공동 발표를 적극 추진했으나 각사의 입장 차이로 결국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고 말았다.
여기에 삼성의 주전산기 개발 담당 임원이 현대전자로 옮기는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삼성과 현대를 비롯한 주전산기 4사간의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졌다. 삼성이 주전산기Ⅲ를 독자적으로 발표한 것도 바로 이같은 상황에서 비롯되지 않았겠느냐 하는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삼성의 국산 주전산기Ⅲ 발표는 거의 1년에 걸친 주전산기 업체들간 소모 전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성사된 셈이다.
그러나 삼성의 주전산기 신제품 발표는 국산 주전산기 업계가 본격적인 경쟁시대에 접어드는 계기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삼성이 발표한 국산 주전산기Ⅲ의 사양을 보면 ETRI가 당초 개발했던 초기모델에 비해 상당 부분 성능이 개선됐고 입출력(I O)버스도 S버스 방식을 도입했으며 또 운용체계로 "유닉스웨어"를 채택하는 등 많은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같은 노력은 국산 주전산기의 성능 개선에 분명 일조를 했으며국산 주전산기 업계의 성능 경쟁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게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삼성의 신제품 발표가 현재 진행중인 타이컴 사업 에심각한 타격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산 주전산기 업계가 현재 공동으로 개발중인 시、 군、 구 행정 전산화 프로그램은 주전산기Ⅱ에 탑재돼 보급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삼성의 주전산기 발표로 프로그램보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국산 주전산기Ⅲ가 발표된 마당에 시、군、구등 지방자치단체에서 구모 델인 주전산기Ⅱ의 도입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은 뻔해 이것은 곧바로국산 중형컴퓨터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도 하다.
결국 삼성의 주전산기Ⅲ 발표가 주전산기Ⅱ의 조기 퇴진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얘기다.
컴퓨터 시장의 완전 개방을 앞두고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국산 주 전산기 업계에서 이번 삼성의 독자적인 주전산기Ⅲ 발표가 던지는 파장은 예상외로 클지도 모른다는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장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