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삼성전자의 딜레마

연간 매출 16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삼성전자에는 요즘 고민거리가 하나있다. 행정쇄신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가전제품 폐기물 예치금제를 부담금제 로전환시키는 법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입장을 어떻게 정리 해야 할지 난감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와서 예치금제를 주장하자니 동종업계의 반발과 함께 독불장군이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 같고 부담금제를 받아들이자니 지난 6월 발표한 고객 신권 리선언이 퇴색할 것으로 우려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도예치금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시각과 부담금제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으로 대립돼 있는 상태다.

폐가전 예치금제는 가전3사의 일치된 주장과 건의에 따라 올초 행정쇄신위 원회가 부담금제로 바꾸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령을 개정하는 수순만을 남겨놓고 있다.

예치금제가 부담금제로 바뀔 경우 가전업계는 폐가전 처리비라는 제조자로 서의 부담만 충실히 이행하면 돼 예치금처럼 회수부터 재활용까지 신경쓰지않아도 된다. 물론 예치금처럼 회수처리 실적에 따라 돈을 다시 돌려받지는못하지만 환경문제에 관한 한 책임한계가 분명해진다. 그동안 가전업계에 쏠 린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 툭하면 가전업계에 책임을 떠안기 려하는 환경당국과의 마찰소지도 줄어든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폐가전 수거부터 재활용까지 책임지겠다고 고객 신권리선언을 통해 약속했다. 따라서 가전제품 폐기물 예치금 제가 부담금제로 바뀌어도 부담금을 내면서 폐가전을 수거해 처리해야 할 입장이다. 삼성전자가 예치금제를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예치금 조차도 불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LG전자.대우전자를 비롯한 나머지 가전업체들도 스스로 폐가전을 회수 처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폐가전을 스스로 회수 처리하겠다는 삼성전자도 재처리센터를설립하지 못하고 있는 등 환경문제를 기업 독자적으로 해결하기는 너무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굳이 환경보호에 일조하겠다면 폐가전 회수처리 책임을 모두떠안겠다는 고객 신권리선언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 재처리센터를 설립해 기증하겠다는 선언이 더 설득력을 갖지 않겠느냐는 업계 관계자의 지적이 새삼 귓가를 맴돈다. <가전부 이윤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