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판 윈도 95 출시를 앞두고 국내 PC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메이커들 뿐만 아니라 용산 등 전문 유통시장은 때아닌 불황으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분야 가릴 것없이 그 증세는 심각하다. 성수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물건이 안팔리고 있는 것이다. 업계는 그 이유를 윈도 95에서 찾고 있다. 구매자들이 "한글윈도우 95"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 이다. 지난 여름은 전형적인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PC경기가 예년보다 좋았다.
그런데정작 좋은 시기로 접어들면서 경기는 오히려 시들해져 매출이 급격히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연말 성수기를 대비한 PC업체들의 생산계획은 크게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의 반응은 금방 눈에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 화려한 팡파르를 울렸고, 국내에도 이미 널리 깔려있는 영문판 윈도 95에서 기존 응용 프로그램들이 잘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응용 프로그램들이 종전 윈도우즈 3.1 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윈도 95가 아무리 하위 버전을 충실히 수용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음은 당연하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업계는 초조하다.
하드웨어 업계의 고충은 더욱 심하다. 윈도 95는 플러그&플레이 기능을 제공하여 주변장치의 설치가 쉬울 뿐 아니라 강력한 32비트 운용체계를 바탕으로 멀티미디어와 네트워크 환경에서 종전 윈도 3.1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기능들이 대거 추가됐다. 이에 따라 시스템 환경도 당연히 바뀌어야한다. 일부 발빠른 업체들은 한글판 윈도 95가 발표되기도 전인데도 벌써부터 윈도 95 인증마크"를 따내어 자사 제품의 신뢰도와 브랜드 이미지보다 더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 그들의 광고에서는 "인증마크 획득" 로고를 자사 제품 머리위에 더 크게 얹혀놓고 윈도 95의 뛰어난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한다고 선전하고 있다.
윈도 95 인증마크는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각종 테스트를 거쳐 윈도 95 환경 에적합하다고 인정된 시스템에 부여해 준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특정 시스템 이윈도 95 환경을 완벽하게 지원하고 있는지, 특정 소프트웨어가 완벽한 호환성을 갖추었는지 직접 테스트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한걸음 나아가 PC 메이커들은 경쟁적으로 영문판 윈도 95를 번들로 제공하고있다. 여기에 한 글판 윈도 95 교환쿠폰을 함께 제공한다. 국내PC 메이커로는현대전자와 삼보컴퓨터가 외국업체들은 컴팩이나 휴렛팩커드 등 거의 대부분 교환 쿠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에서 한글판이 아닌 영문판이 버젓이 번들로 제공되고, 아직 출시되지도 않은 한글판 윈도 95를 교환해 주는 쿠폰까지 제공하는 "해프닝" 이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도 교환쿠폰을 제공하지 않으면판매가 되지 않는다고 업계마케팅담당자들은 전한다.
대다수 수요층들은 "한글윈도우 95"가 나온 다음에 시스템을 구입하거나 업그레이드 해도 늦지 않을 뿐더러 후회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또한 윈도 95가 출시된 다음에 주변의 평가를 거친 다음 무엇을어떻게 할 것인지 선택하겠다는 층도 상당수다. 거기에 컴덱스 이후인 이달 말부터 메이커별로 기능이 개선된 신제품을 구모델과 비슷한 가격으로 대거출시 실질적인 가격인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글판 윈도 95는 예정대로라면 11월 28일부터 출시된다. 만일 9월부터 시작된 대기수요가 다음달까지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재고부담은 엄청날 것으로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겨울철 성수기 경기가 폭발적으로 일어나지 않으면 재고부담으로 커다란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메이커들은실낱같은 희망으로 한글윈도우 95가 출시된 이후의 겨울철 성수기를 기대하고 있으나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만일 겨울철 성수기에도 그동안의 재고와 새로 준비한 제품을 생각대로 소진시키지 못한다면 그 여파는 내년까지 지속된다. 업계는 내년도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지도 모른다고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경쟁하리라는 것이다. 자연히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다. 이러한 불황속에서 이중고를 안고 있는 곳이 바로 조립PC를 판매하고 있는 용산상가. 세진 소프트라인 등 일부 중소컴퓨터 전문유통점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던 PC가격인하바람은 9월 들어 국내대기업과 다국적 PC업체로까지 확산되면서 전면 가격인하전쟁의 양상을 띠면서 일부 메이커에서 상상을 초월한 가격에 제품을 덤핑처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때문에 조립PC가 설 땅이좁아지고 있다. 팩커드벨, 휴렛팩커드 등 외산 PC업체들이 구기종 수백대씩을 용 산에서 따라잡을 수 없는 가격에 방출하고 있어 조립 PC수요층도 이들에게빼앗기고 있다고 상가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편에서는 상반기의 호황국면이 하반기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하반기부터 PC시장이 침체기로 진입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으로 때아닌 불황을 설명한다. 해마다 이때즘 신제품출시가 있었기 때문에 대기수요만으로 PC시장의 심각한 불황을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유통전문가들은 PC시장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PC의 수요는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국내에 이미 5백만~6백만대의 PC가보급되어 있는현재 상황에서 가정용 멀티미디어 PC수요는 한계에 달했기 때문에 이를 돌파 할 수 있는 요인은 근본적인 인하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PC시장의 무게중심이 가정용수요로 옮겨가면서 이미 2백만~3백만원선에 멀티미디어PC를 구매할 수 있는 실수요자층은 대부분 PC를 구매했기 때문에 대폭적인 수요창출을 기대하기가 힘들것이라고 분석한다. 정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