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진출 서방 정보통신업체 횡포

러시아에 진출해 있는 서방 정보산업체들의 영업관행에 대한 불만이 러시 아안에서 높아지고 있다.

서방업체들이 정보산업분야의 하부구조나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는 관심이 없이 이익만 챙기기 바쁘고, 현지 판매 대행 업체들에게 불이익을 강요하며, 시스템사업 같은 수익률이 높은 사업은 대행업체를 무시하고 본사에서 직접 처리하는 관행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불만은 점차 외국업체와 외국 제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어서 러시아 시장에 관심있는 한국기업들 도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시장의 전망이 밝아짐으로써 미국과 유럽의 대형 정보산업체들은 최근들어 새로운 제품을 앞다투어 러시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컴팩컴퓨터와 IBM은 네트워킹 기능을 강화한 업무용 제품과,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조한 일반용 재품을 판매하고 있고, 디지털이퀴프먼트(DEC)는 직접 판매 위주에서 파트너를 통한 간접판매를, 텔컴퓨터사는 최종 소비자를 향해 전화판매를 시도하고 있다. 인텔은 현재의 두 업체에게 플랫폼 조립을 맡겨올해 약 3만개의 플랫폼을 이곳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움직임에 대해 현지업계의 반응은 다소 냉담하다. 이 들서방 기업중 러시아 정보산업의 하부구조를 개선하거나 서비스를 향상시키는데 기여한 기업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결국 정보산업 전체가 위축되고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현지 유통업체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 은최근 "서방의 열쇠는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는 성명과 광고를 신문에 내면 서단체행동의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서방기업들이 성급하게 러시아 시장을 유럽화하려는 데 있는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할인율인데 모스크바의 컴퓨터 유통 업체 매티셀의 미하일 크라스노프 대표는 "서구의 대형 컴퓨터업체들이 러시아의 동업자들에게 유럽에서와 똑같은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 이라고 말한다. 한 예로 DEC의 경우 얼마전 PC 출하량을 늘리면서 유럽에 서와 마찬가지로 딜러에게는 20%, 디스트리뷰터에게는 24%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는 창고사정과 공급경로 등 러시아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일반적인 처사라는 게 러시아 측의 얘기이다.

"여러 기본 시설이 부족한 상태에서 20% 남짓의 할인율을 적용하면 겨우2 의 수익이 남는데 이런 낮은 이익률로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유통업계 는 항변한다. 그리고 딜러와 디스트리뷰터 사이에 할인률 차이를 4%밖에 두지 않는 것은 유럽에서는 통하지만, 도매와 소매의 영업형태에 차이가 많은러시아에서는 맞지 않는 기준이라고 말하고 있다.

IBM이나 DEC 등이 중간의 동업자를 무시하고 고객의 주문을 직접 받아서대규모 시스템을 설치하거나 기술적인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방식도 현지 업자들의 비위를 건드리고 있다.

"이 시장에서 3년 내지 5년 정도 일한 현지기업이 많기 때문에 웬만한 시스템 사업이나 기술상의 장애는 우리도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다"고 이들은말한다. 서방기업 가운데에는 유니시스처럼 아예 처음부터 러시아의 딜러를 쓰지 않겠다는 의사를 비치는 기업도 있다. 유니시스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저축은행 등을 큰 고객으로 잡고 은행시스템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를본사에서 바로 공급받고 있는데, 현지 딜러를 통한 제품 공급률은 1%를 넘지 않고 있다.

결국 러시아에 들어와 있는 서방기업들의 유연하지 못한 현지 사업전략이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기업들도 러시아에서 발판 을굳히려면 현지 유통업계의 생태와 관행을 보다 깊이 분석한 다음 제품의 판매량이나 취급품목 등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현지시스템 통합업자들의 능력이 크게 신장된 점을 감안하여 시스템업자 를딜러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러시아의 정보시장을 유럽화하려면 유럽의 판매 대행업자나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수준의 조건과 서비스가 이곳에서도 제공되어야 한다는 소리가 설득 력있게 확산되고 있다. <모스크바=김종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