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 PC산업의 중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세계 주요 PC업체들이 아시아로 몰려들면서 이 지역이 세계적인 전략 거점 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미 PC의 주요 핵심부품들이 이곳에서 생산돼 세계 시장에 대량 공급되고 있고 완제품 출하량도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세계 PC시장을 지배하는 곳은 사실상 아시아라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나오고 있다.
아시아의 이같은 변모는 미국 업체들의 이지역 진출에서 커다란 영향을 받고있다. IBM, 컴팩 컴퓨터, 델 컴퓨터, 애플 컴퓨터, 휴렛 패커드, 디지털 이퀴프먼트 AST리서치 등 미국 주요 PC업체 대부분이 이미 아시아에 PC 생산거점 을구축했으며 일부 업체는 새 공장 건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이곳에서 PC를 조립해 본국이나 제3국에 수출하고 일부는 현지 수요에 충당하고 있다.
일례로 컴팩은 대만에서 조립한 PC를 미국이나 유럽에 판매하고 있다. 또 애플이 세계 시장에 출하하고 있는 PC의 절반은 싱가포르에서 조립한 제품이 다. 부품의 경우 아시아 의존도는 더 크다. 세계적인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생산업체인 시게이트사는 생산량의 80%를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지에서생산하고 있을 정도다.
이들이 아시아에 공장을 건설하게 된 일차적인 원인은 이 지역의 임금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낮기 때문이다.
생산원가를 절감,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 아시아 진출 의밑바닥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시아 시장 자체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도 또다른 주요원인이다. 아시아 PC시장의 성장률이 세계 어느 지역보다 높아지면서 현지시장 인접 전략에 따라 이곳에 진출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아시아 시장이 앞으로 연평균 29%의 성장률을 거듭할 것이며 오는 2000년 이후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세계 주요 업체들을 이 곳으로몰려들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패커드 벨이 내년초까지 말레이시아에 진출할 계획이고 네덜란드 튤립 컴퓨터는 올해말 가동을 목표로 중국과 인도에 각각 PC 공장을 설립, 연간 6만대의 PC를 생산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시아 시장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서구 업체들은 이 지역에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현지 연구소를 차려놓고현지 언어를 사용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로터스 디벨로프먼트의 경우 아시아에만 5개의 연구소를 갖고 있을 정도다. 다른 지역 업체들의 아시아 진출과 더불어 현지 업체들의 영향력이 커지고있는 것도 아시아를 세계 PC산업의 중심지로 만드는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아시아 업체들은 세계 PC 생산의 4분의 1을 담당하고 있고 PC 부품에선 그 비중이 훨씬 높다.
대만 업체가 세계 주기판 수요의 80%를, 일본 업체들이 액정 디스플레이 LCD 수요의 대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또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생산국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엔 일본 한 나라가 세계 수요의 40%를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 등 다른 아시아 업체의 생산량을 포함하면 그 비중은 훨씬 커진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시아 업체들은 PC 붐을 타고 생산 능력 확대에 열을올리고 있어 그 영향력은 갈수록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의 성장도 이런 맥락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이 나라의 PC 생산량 은지난 94년 71만대에서 오는 97년엔 2백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 업체들은 외형 성장뿐만 아니라 기술 혁신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업체들이 갖는 한계도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극히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갖고 있는 업체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 지역 업체들이 대부분 미국 등 선진국에 OEM 공급을 하는 방법으로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엔 기술개발에 따른 위험과 상표 인지도를 심는데 따른 비용절감 에는 기여했지만 경쟁이 세계화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아시아 업체들의 경쟁력을 뒤처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 PC의 점유율이 60%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아시아가 진정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기 위해선 이 지역 업체들의 자체 상표개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세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