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2차전지-전자산업 에너지 각광

"한밤중에 외진 길을 운전하던 중 졸음이 밀려와 잠시 갓길에 정차하고 휴식을 취했다. 다시 출발하려 했으나 배터리가 방전돼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휴대폰도전지가 떨어져 연락도 안된다." 이처럼 "머피의 법칙" 같은 상황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지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생활 깊숙히 들어와 있으며 그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휴대폰.호출기.노트북PC.시계 등의 전자기기가 사용자와 함께 코드없이집밖으로 나돌기 시작하면서 고밀도.대용량의 전지가 요구됨에 따라 최근 이에 만족할 만한 고성능 전지에 대한 개발요구도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 전지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 부터 첨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다. 기술적으로는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1,2차전지군과 연료 전지,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태양전지 등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또 쓰임새에 따라서는 일반 민수용 소형전지와 자동차용 및 산업용 축전 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중 민수용 1차전지는 망간.알칼리.리튬.산화은.수은.공기전지가 있는데주로 소형 전자제품에 채용되고 있는 망간전지가 가장 먼저 범용화돼 있다.

망간전지는1868년 프랑스의 르클랑셰가 발명해 일본에서도 명치시대에 이미 상품화됐으며 현재에도 1차전지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자원 이 풍부하고 값싼 이산화망간을 양극 활물질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치수와 규격이 통일돼 있는 등 오랜 역사속에서 친숙해진 전지다. 최근에는 무수은 제품이 개발돼 무공해 시대를 맞고 있다.

망간전지에 비해 효율이 좋아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알칼리전지도 수은 함유량을 줄여온 결과 무수은 전지시대를 맞이한 상태이며 현재 성능을 보다높이는 한편, 양.음극을 잘못 연결해 사용하는 경우(쇼트)에도 누액을 방지 할 수 있는 신뢰성높은 전지개발을 과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1차전 지들은 전자기기의 소형화 추세에 부응할 수 있는 용량이나 수명에서 한계를 가지고 있어 2차전지에 대한 관심의 증대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2차전지는 우선 한번 쓰고 버려야 하는 1차전지에 비해 재충전해 사용할수있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는 장점이 있고, 경제적인데다 쓰레기 발생도 훨 씬적어 환경보호에도 유리하다. 이와 함께 평균 전압도 1.5V인 1차전지에 비해3.6V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등 성능과 효율성에 있어 현격한 장점 을갖추고 있어 향후 전지시장의 방향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 연료전지와 태양전지는 첨단 전지군에 속하는 것으로 전기자동차와 산간벽지의 독립된 발전시스템에 활용되는 등 특수 영역에 국한돼 있어 빠른 시일내에 일반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료전지는 원료를 적층 하는 구조로 돼있어 부피가 크고 태양전지도 대형 모듈(태양전지를 판으로 연결한 것)을 설치할 넓은 장소가 요구되는 등 소형경량화에 한계가 있다.

이런 이유들로 최근에 더욱 각광받기 시작한 2차전지는 사용자들이 요구하는소형 경량화 및 고밀도 대용량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예견되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적으로 2차전지 시장을 선점하려는 각국의 개발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으며, 기술에서 현격하게 앞서 있어 고성능 전지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일본을 따라잡는 것이 당면과제로 꼽히고 있다.

세계 2차전지 시장규모는 올해 30억 달러에 지나지 않으나 연평균 1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 오는 2000년에는 약 50억 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차세대를 주도할 전자산업의 핵심사업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기대 됨에 따라 개발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현재 2차전지는 밀폐형 니켈카드뮴(이하 니카드)전지와 소형 납 축전지가 일반화되어 있는데 고밀도.고용량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횟수를 늘리는 문제가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중 현재 2차전 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니카드전지는 무게와 부피가 크고기억효과(Memory Effet: 완전 방전이 되지않은 상태에서 충전하면 전체 용량이 줄어드는 현상 등의 장애요소가 있어 이 전지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가까운시일에 2차전지의 주류가 니켈수소 전지로 바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차전지시장의 주도권이 니카드에서 니켈수소로 옮겨간 이후의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지는 리튬군 2차전지. 리튬군 2차전지의 종류로는 리튬금속.리튬이온.리튬폴리머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리튬이온 2차 전지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고체고분자 전해질을 활용, 안정성이 뛰어나고 효율도 높은 리튬폴리머 전지가 가장 앞선 기술이기는 하나 현재의 기술을 기반으로현실화에 보다 근접한 것은 리튬이온 2차전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리튬이온 2차전지는 올해 세계 전지시장의 5%를 점유하는데 그치고 있으나 오는 2000년에는 약 30억 달러로 21% 수준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일본.미국.캐나다.독일.이스라엘 등의 유수 전지제조사들이 이를 개발.양산 하기 위한 뜨거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 월 2백만셀(cell)을 생산.공급함으로써 세계 리튬이온 2차전지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등 개발 및 양산에서 가장 앞서있는 일본의 소니에너지텍의 고리야마(군산)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생산차질을 빚으면서 이 전지의 국제유통이 크게 경색될 전망이어서 이를 활용하려는 후발업체들의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에 편승해 국내에서도 고성능 2차전지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데 현재 삼성전관.대우전자.LG금속 등 대기업들과 로케트전기.서통.태일 정밀 등의 중견기업들이 개발에 발벗고 나섰으며 향후 현대전자.금호화학.동 양폴리에스터 등이 신규로 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서통은 최근 한국전기연구소측과 리튬이온 2차전지의 시제품 개발에 성공했으며 향후 4백억원을 투자해 빠른 시일내에 양산체제를 갖출 예정이라 고공언하고 있다.

삼성전관도 최근 일본의 유아사사와 니켈수소 전지 관련 기술협력 계약을 체결하는 등 향후 2년동안 총 3천억원을 투자해 오는 97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며 리튬이온 2차전지의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 다. 대우전자는 98년부터 월 50만개 규모의 리튬이온 2차전지의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태일정밀도 97년을 리튬이온 2차전지 양산 개시 시점으로 상정, 미국 폴리 스터사와 공동으로 이미 시제품의 개발을 완료했으며 월 1백만개 수준의 양산체제를 독자기술로 확보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뿐만 아니라 LG금속은 영 국국영연구기관인 AEA와 리튬이온 2차전지보다도 앞선 기술인 리튬폴리머 2차전지의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주)영풍은 올해 초 에너지사업 진출을 발표하고 알카라인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설비를 캐나다 BTI사로부터 공급받아늦어도 내년 4월부터는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업계는 원천기술의 토대부족으로 독자적인 개발과 양산체제 확립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사와 H사도 전지관련 기술과 장비를 도입해 양산을 시도했으나 계속되는 적자와 생산공정에 관련된기술적인 장애로 실패했던 예가 있다.

국내업체들이 2차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요 원인은 그동안 전지산업을 이끌어온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처럼 "개발과 양산 은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차전지에 대한 기술력 축적이 미미한 국내업체들은 개발에서 양산까지 모두를 자체기술로 소화해야만 하는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또 고성능 2차전지에 대한 기술은 일본의 유수 전지업체인 산요.도시바.소 니에너지텍.유아사 등이 거의 독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 전지기 술의 해외이전을 통제하고 있어 기술제휴를 통한 기반기술의 확립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때 후발국들의 발걸음은 더욱 느려질 것으로 분석된 다. 실제로 국내업계들은 과거 일본을 중심으로 기술제휴를 맺으려 노력해왔으나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운좋게 기술을 들여온 몇몇 업체들의 경우도 실제로는 이미 한 시대가 지난간 기술과 설비를 들여온 탓에 실패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일부업체는 도입 설비의 낙후성으로 인한 불량 시비에 시달리고 있는 등 문제의 불씨를 안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전지사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함께 미래 전자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주요 핵심사업인 까닭에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도 이에 인식을 함께해 적극적인 지원을 준비하고 있어 개발에 나선 국내업계들에게 미약하나마 희망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시장상황도 변화, 로케트전기와 서통으로 대변되는 국내 민수용 소형 1차전지 생산업체들은 올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저가 망간.알칼리1 차전지와 니카드전지 수입에 의한 시장잠식이 가중되고 있음에 따라 고성능 의 알칼리전지와 2차전지로의 제품전환이 시급한 실정이다. 실제로 올해 양 업체의 생산은 1천1백40억원 수준으로 전년에 비해 21.7%가증가했으나 수출 은 1천3백만달러로 6.1%가 하락하는 등 수출이 정체되고 관세율 인하를 등에 업은 중저가 1차전지와 니카드전지의 수입이 크게 늘고 있는 등 고성능 전지개발의 시의성이 커지고 있다. <이은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