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과제중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FED가 제외된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국내업체들이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정부가 차세대 전략산업인 평판 디스플레이 개발사업을 G7과제에 포함시키고 이를 강력히 육성한다는 방침에 매우 고무돼 왔다. 세계 상용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과 원천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도 정부의 업계 지원이 제도화되어 있는 것과 비교、 우리도 총력개발체제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의욕을 보였었다.
이 때문에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최근의 시장 상황 및 전망을 면밀히 검토하고나름대로 전략적인 차원에서 평판분야의 과제를 선정하고 개발참여를 추진 해왔다. 업계가 평판분야에서 당초 계획한 과제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디스플레이 TFT LCD)와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및 전계발광디스플레이(FED) 등 이미 상품화했거나 적어도 2000년 전에는 상용화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는 품목을 망라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업계가 이들 품목중에서도 특히 의미를 부여한 것은 PDP와 FED이다. 품목 의성격상 선진국 수준의 선도기술을 확보한다는 G7과제 성격에도 이들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전자 등 "빅 3"가 이미 3천억원 이상씩을 투자하고 오는 2000년까지 모두 4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재원을 동원하는 TFT LCD 의경우 정부지원이 성패를 가름하는 단계는 떠났다.
기업차원의 투자와 개발력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삼성 전자는 얼마전 세계최대인 22인치 기종을 개발、 일본 경쟁업체들을 놀라게하기도 했다. 시장과 기술수준이 일정궤도에 올라 있다는 평가인 것이다.
이와는 달리 PDP와 FED는 올 하반기부터 평판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새롭게조명받는 "가능성의 상품"이다. 물론 일본기업들이 깃발을 들었지만 아직 초 창기 시장이라는 특성 때문에 국내 업계도 서둘러 진입할 필요성이 그만큼크다. 그러나 FED는 올해 확정된 과제중에서는 제외됐다. 문제는 연구기획 부실 내지는 불투명한 가능성 등 과제 자체에 대한 객관적 평가로 FED가 누락된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간의 갈등으로 제외됐다는 점이다.
G7과제는 과기처에서 최종 선정되긴 하지만 연구분야별로 통산부 등 담당 부처가 주관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는 통산부와 정통부가 각각 FED의 개발 을주관하겠다고 나서 문제가 표면화했다.
통산부는 기존 디스플레이 산업을 담당해온 주무부서이고 이와 관련한 각종국책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LCD.PDP와 함께 당연히 FED도 포함시키는 개발계획을 추진했다.
정통부는 이 중 LCD와 PDP를 제외하고 FED부문만은 자신들이 주관기관으로 개발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통부는 FED가 반도체기술과 가장 밀접 한 관련이 있고 전자통신연구소(ETRI) 등에서 이미 관련연구를 수행해 왔기때문에 정통부 주도의 신규과제로 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통산부의 계획은 오는 2001년까지 풀컬러 4인치 및 10인치급 제품의 단계 적상용화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정통부는 2인치 모노 제품의 요소기술 확보 에주력한다는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업체의 생산기술이나 시장 확보에 치중하는 통산부의 입장과, 원천 요소기술을 중시하는 정통부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는 모습이었다. 양 부처 가 FED의 주도권을 싸고 힘겨루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과기처의 최종결정까지는 이견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부처 실무진간의 회합에서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팽팽한 대립을 거듭해결국 내년에 재검토"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
일부에서는 양 부처가 공동으로 FED개발에 참여하고 정부지원금을 공동으 로배분해서 계획을 추진하는 방안도 거론했으나 성사되지는 못했다.
결국 이같은 결정은 고스란히 업계의 피해로 이전될 전망이다. 정부의 정책자금 규모는 사실 기업이 투자하는 액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야말로 시드 머니(종자돈)성격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정부가 그 부문에 대한 지원 의지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다는 점을 기업에 보여줌으로써 기업의 개발 및 생산 의욕을 북돋워주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제 자체의 평가가 아닌 정부 부처간의 알력으로 FED가 제외된 것은 기업, 나아가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본 원칙이 무시된 것으로볼 수 있다. 참여시기로 볼 때 하루가 급한 전략상품을 정부가 도와주지는못할망정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통산부가 됐건 정통부가 됐건 FED개발계획의 시동이 걸리기만을기다리고 있다. <이 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