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 대우통신에 전격 합병 속사정

최근 자금압박으로 부도설에 시달려온 세진컴퓨터랜드가 21일 발행주식의 51%를 대우통신에 양도키로 했다는 합의서를 발표、 컴퓨터유통업계에 충격 을던져주고 있다.

대우통신의 세진컴퓨터랜드 인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돼왔으나 양측이 합의서를 발표하기까지 최근 한달여간 시장에는 세진을 둘러싼 루머가 난무 했다. 양사의 관계악화설과 호전설이 시시각각으로 교차하며 1차부도、 2차 부도설이 나돌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의서 발표와 관련、 세진측이 21일자 결제어음이 1백억 원규모에 이르고 일부 은행에서 2차부도까지 나는 위기에 몰리자 예정보다 빨리 서둘러 합의서를 각 언론사에 돌린게 아니겠느냐고 추측하고 있다. 지난 91년 부산에서 컴퓨터유통대리점으로 출발한 세진은 금년 5월 서울 잠실 에 백화점식 대형컴퓨터매장을 내면서 입성、 내로라하는 재벌급 기업들을제 치고 매달 40억원정도의 광고비를 쓰며 대형매장을 잇달아 개장、 자금의배 후와 과연 언제까지 갈 것인가에 대해 숱한 의혹이 쏟아졌다.

특히 삼성전자.삼보컴퓨터.현대전자 등 다른 컴퓨터업체들과 달리 세진에컴퓨터를 공급해 온 것은 물론 세진 자체브랜드제품에 부품을 공급해온 대우 통신과의 관계에 대한 "열"이 무성했다.

대우통신은 그간 세진과 거래로 컴퓨터를 많이 판매하긴 했으나 채권규모 가약 3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진컴퓨터랜드는 11월 현재 종업원이 1천1백93명이고 평균 1천5백평규모 의12개 대형매장을 갖고 있다. 세진의 광고비와 인건비、 매장운영비、 물건 구입원가 등을 감안해볼 때 "적자"라는 것은 불문가지인데다 최근의 지속된 컴퓨터 경기침체로 매출이 급감、 심각한 자금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진의 월별 매출액을 살펴보면 서울에 입성한 5월에 95억원、 6월 1백40 억원、 7월 1백60억원、 8월 1백90억원으로 점증했으며 전지점 동시세일을 실시한 9월에는 모두 3백2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10월들어서는 매출이 줄기 시작、 9월에 비해 1백억원이 줄어든 2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11월들어서도 9월처럼 매출이 확대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전반적인 컴퓨터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겠지만특히 공정거래법상 1년에 28일로 제한돼 있는 바겐세일 기간이 이달 25일로 모두 끝나 더 이상 대대적인 세일행사로 소비자를 끌어모을 수 없는 데서 연유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세진의 부도.인수설에 누구보다도 촉각을 곤두세워온 업체들은 세 진컴퓨터랜드에 각종 제품을 납품해온 용산상가업체를 비롯한 경쟁업체들이 다. 세진이 부도가 날 경우 거래업체들의 연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제품수급에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통신의 세진인수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진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온 한글과컴퓨터의 박상현이사는 컴퓨터시장활성화에 기여해온 세진이 대우와 손을 잡음으로써 체계를 갖춘 안정된 파트너가 됐다"고 말한다.

한편 아프로만의 성지환사장을 비롯 소프트타운.소프트라인 등 경쟁업체 관계자들은 "당초 예상했던 일"이라고 전제한 뒤 "대기업의 세진인수로 출혈 을감수하는 무모한 광고 등 소비자를 현혹하는 파행적 경영이 지양될 것"이 라는 반응이다.

이번 대우통신의 인수로 세진은 자금난을 타개하고 활발한 영업을 할 수있게 되고 대우통신은 세진의 유통망을 이용、 자사제품 판매를 늘려나가게됐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대우통신이 인수한 후 현재 세진컴퓨터 74%、 대우컴퓨터 24 %、 기타제품 2%인 세진컴퓨터랜드의 매출구성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대우컴퓨터 판매비율을 늘리며 매입단가가 높은 일부 부품의 경우거래선을 대만 등으로 돌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대우통신의 세진인수와 관련해서는 자기자본이 별로 없이 외상구매-외상광고-현금장사-현금확보-외상정산의 이른바 "한상수식 경영(?)" 으로 컴퓨터유통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비판과 함께 컴퓨터유통업계를 활성 화하는 계기가 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김재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