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3사, 동물관련 다큐 "빈사상태"

"아프리카 대초원에서 얼룩말을 사냥하는 사자들, 대홍수나 가뭄에 죽어가는들소와 영양, 그리고 늪 속에 조용히 숨어 있다 짐승들이 다가오면 큰 입으로 덥석 물어 숨을 끊어 놓는 악어들." 시청자들은 모두 지구상 곳곳에 살고 있는 진귀한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기억하고 있다. 어린 시절 "동물의 왕국"이나 "동물의 세계"와 같은 외국 다큐멘터리를 통해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이 철저히 통하는 자연을 접할 수 있었기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시청자들은 이같은 동물의 생태를 거의 대하지 못하고 있다.

동물들의자연생태를 시청자들에게 전해주는 프로그램으로 KBS 1TV의 "재미 있는 동물의 세계"가 있긴 하지만 겨우 명맥만 유지할 뿐 시청자들의 관심을끌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MBC는 지난 93년 "동물은 내친구"를 잠시 내보낸 이후 지금까지 동물의 생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하지 않았고 SBS는 창사 이래 한 번도 이런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없다.

"…동물의 세계"는 평일에 오후 5시30분부터 30분간, 토요일은 오후 6시부 터1시간 동안 편성돼 시간상으로는 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평일의 경우 주시청자인 어린이들이 다른 채널의 만화영화에 눈이 팔려 있고 토요일 에는 "기쁜 우리 토요일"(SBS), "출발 토요대행진"(KBS2), "TV파크"(MBC) 등 다른 채널의 오락프로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외면을 받는 것은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지적이다. 지난 11일과 18일 방송된 내용중에는 표범 모피를 입는 것에 대한 여성들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 똑같이 들어 있었으며 4일과 11일 방송분에는사자들이 치타의 어린 새끼들을 물어 죽이고 어미 치타는 이를 슬퍼하는 내용이 연이어 포함되는 등 무성의가 곳곳에 눈에 띄고 있는 것.

프로그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다큐멘터리를 해외 여러 제작사에서 구입해 편집하다 보니 같은 내용이 여러차례 나가는 경우가 있다"면서 "시청자들로 부터 왜 재방송을 하느냐는 항의전화도 많이 받는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동물을 다룬 프로는 우리가 독보적이기 때문에 아직 상당수의 시청자가 있다"면서 "지금은 천덕꾸러기라는 지적도 받지만 우리가 이를 그만두면 당장 다른 방송사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프로는 수입해 오는 비용도 얼마 안들고 교육적인 효과도 크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요즘 시청자들을 잡아두지는못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