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탄탄대로를 질주하던 다층PCB(MLB)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부 터계속된 "없어서 못파는" 시장상황이 4.4분기 들어서면서부터 점차 "있어도 못파는" 국면으로 급반전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PCB업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MLB신규 수주량 감소분은 상반기 한창 좋을때에 비해 20% 안팍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최근에 대형 설비증설을 완료한 탓에 수주감소에 대한 업체들의 느낌은 훨씬 많은 것 같다.
PCB업체들은 사실 3.4분기까지만 해도 국내외적으로 MLB 수주량이 급증、 고속 성장을 질주해왔다. 일부업체의 경우 6개월 상당의 수주를 받고 하루 24시간 3교대로 라인을 풀가동하는 등 생산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가동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따라 상당수의 PCB업체들은 창사 이래 최대의 MLB설비증설을 단행했거나이를 추진중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업체들이 MLB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상황에서 MLB수주량이 격감함에 따라 현재 PCB업체들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서부터 비상이 걸린 상태다.
MLB시장의 급격한 위축은 크게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으로 나누어 요약할 수있다. 먼저 외부적으로는 전자산업의 전반적인 경기위축을 들 수 있다. 즉、 올 중반부터 엔고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면서 가전부문에 이어 컴퓨터 등 산업용기기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경기침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여기에보통 세트경기보다 3~6개월 정도 앞서가는 부품경기의 속성을 감안할때 요즘이 계절적인 비수기인데다가 4.4분기들어 "비자금파문" 등 정국불안의 여러 악재가 속출하면서 전반적인 공산품의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실정이다.
내부적으로는 최대 MLB 수요처인 PC시장과 디지털 통신장비시장의 총체적 인침체가 MLB수주 격감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윈도95 발매에 따른 PC구 매자들의 대기수요 팽배로 하반기들어 세계적으로 PC시장이 크게 냉각되고 있고、CDMA 관련 정부안이 늦어지면서 디지털통신장비 시장의 형성도 지연되고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재 MLB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이같은 내.외부적 악재들은 일시적인 요인으로 끝날 것이라는게 업계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런 점에서 PCB업계는 내년도 MLB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대부분 낙관적이다.
먼저 지금의 전반적인 경기침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루어진 "거품경기" 가사그러지면서 야기된 일시적인 현상일 뿐 내년 초부터는 경기가 서서히 회복.상승을 향한 조정국면으로 치닫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비자금정국이 내년 4월의 총선정국으로 옮겨지는 등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세계경기 또한 그동안의 사이클을 감안할 때 미국의 대통령선거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급반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내년도 MLB 특수를 이끌고 갈 호재들이 대거 도사리고 있다.
우선최대 MLB시장인 PC시장이 펜티엄프로와 윈도 95의 본격 발매로 내년 초부터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정부의 CDMA안 확정발표로 관련 장비시장도 한층 가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보급률이 저조했던 노트북PC도 TFT LCD를 등에 업은 삼성전자의 가격파괴 전략으로 내년엔 더욱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고, 이용자부담 감소에 따른 이동전화시장의 본격적인 확대도 내년도 MLB시장 전망을 밝게해주고 있다.
이밖에 국내 PCB제조기술의 급진전에 따라 그동안 대부분 수입에 의존해온BGA보드.반도체 테스트용 번인보드.모듈램PCB 등도 국산대체가 활발할 것으로 보여 내년도 MLB시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중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