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최대 멀티미디어카드및 컴퓨터유통업체중 하나인 리빌사를 전격인수했던 싱가포르의 크리에이티브사가 이의 인수계획을 포기한다고 28일 밝혀 세계 멀티미디어카드시장의 판도변화를 몰고올 수 있었던 사건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게 됐다.
크리에이티브는 당초 총6천5백만달러에 리빌을 인수키로 했으나 최근 계약 과정에서 리빌과의 의견차이및 싱가포르 기업이자 세계 멀티미디어카드시장 에서 쌍벽을 이루고 있는 아즈텍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 리빌 매입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 세계 멀티미디어카드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아래 추진됐던 양사의 전략적 제휴가 무산된 배경은 미국 최대PC판매업체인 패커드 벨의 최대지배주주이면서 리빌의 소유자인 제이슨사장이 크리에이티브에 주식을 매각하는 조건으로 크리에이티브의 지분및 부회장자리를 요구한데 따른 불협화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이슨은 6천5백만달러상당의 리빌지분을 크리에이티브에 넘겨주는 대가로 이에 상응하는 크리에이티브의 지분및 크리에이티브가 추가로 발행할 우선주 중 1억달러 상당을 추가로 우선 배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싱왕후 크리에이티브 회장 다음서열인 수석부회장자리를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크리에이티브는 리빌의 이같은 요구조건을 들어주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보 고리빌과의 인수계약서명을 미루어 왔다.
이러한 와중에서 싱가포르에서 일기 시작한 리빌인수반대여론도 전략적 제휴를 무산시킨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크리에이티브의 리빌 인수발표를 계기로 크리에이티브와 경쟁관계에 있는아즈텍의 주식값은 한달사이에 무려 20%정도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즈텍의 주식값이 떨어진 까닭은 아즈텍의 최대거래선이 바로 리빌이기때문이다. 아즈텍은 리빌을 통해 미국에 연간 2억달러상당의 사운드카드및 멀티미디 어카드를 판매해왔고 내년까지 패커드벨및 리빌에 추가로 약2억6천만달러상당의 멀티미디어카드를 공급키로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리빌이 크리에이티브에 전격 인수됨에 따라 이 계약의 이행여부가 불투명해질 것을 우려한 아즈텍의 투자자들이 아즈텍의 주식투매에 전격 나섰다는 것.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자 크리에이티브는 싱가포르기업끼리 세계시장에서 이전투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판단、 리빌의 인수계획을 전격적으 로포기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크리에이티브와 리빌의 전략적 제휴가 수포로 돌아감에 따라 CD롬 드라이브및 멀티미디어카드의 대미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온 국내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리빌사에 연간 1백만대의 CD롬 드라이브를 수출하는 것을비롯 패커드벨에 30만대를 수출키로 계약을 맺고 선적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자체적으로 CD롬 드라이브를 생산, 수출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가리빌을 인수함으로써 LG전자의 대미수출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다.
가산전자도 리빌에 연간 1백50만장의 3차원입체영상카드를 수출키로 계약 을맺고 선적을 추진하다 크리에이티브의 리빌인수로 수출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었다.
이밖에 리빌에 멀티미디어카드를 수출해온 S전자 등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업체들도 크리에이티브의 리빌인수포기를 반기고 있다.
세계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야심아래 추진된 크리에이티브의리빌인수계획은 국내외 멀티미디어카드업체를 잠시동안 긴장시킨채 해프닝 으로 끝났다. <이희영기자>